“족발뼈 사골국, 안먹어 봤음 말 말어”
▲ KBS <개그콘서트> 최장수 코너인 ‘달인’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김병만. 지난 2일 녹화장 대기실에서 김태진과 기념촬영을 했다.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김태진(진) : 지난 연말 <연예가중계> ‘게릴라데이트’ 코너에서 뵙고 석 달 만이네요. 그땐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오히려 대상을 받으면 불편할 것 같다고 하셨는데 결국 최우수상을 받았어요. 좀 편했나요?
김병만(만) : 정말 편했죠. 만약에 정상을 상징하는 상을 받았다면 내가 태만해졌을지도 몰라요. 또 시청자들의 나에 대한 응원도 많이 식었을 것 같고. 최우수상 수상이 나를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 같아 마음이 편안했어요. 또 대선배인 이경규 선배님이 연예대상을 받는 게 후배 입장에서 볼 때 순서도 맞고.
진 : 방금 끝난 녹화에선 ‘애완동물의 달인’이시네요. 이구아나에 거미, 비단뱀까지 갖가지 동물이 다 동원됐는데 무섭진 않았나요? 원래 동물을 안 무서워하나요?
만 : 원래요? 어려서 뱀은 목에 걸어봤어요. 실제로 뱀을 잡아서 못 물게 목을 잡아 내 목에 걸어봤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여기서 처음 접해본 동물들이에요. 그렇지만 동물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조련사에게 충분히 들었어요. 사람도 꼬집으면 화나듯이 동물도 너무 꽉 잡으면 문다고 그러네요. 이런 기본적인 상식들을 알고 무대 위에서 하니까 위험하진 않아요.
진 : 정말 달인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르는 것 같아요. 과연 달인 코너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만 : 저야 평생 하고 싶죠(웃음). 중요한 건 시청자들이 즐겁게 받아들여주는 거예요. 시청자들이 좋아해주고 박수를 쳐주는 한 저도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달인을 해보려고 합니다.
진 : 최근엔 외줄타기 달인으로 또 장안의 화제가 되셨어요. 외줄타기가 가장 오래 준비한 미션이었나요?
만 : 외줄타기는 한 달에 걸쳐 네 번 정도 연습했어요. 그 정도면 준비기간이 긴 편에 속하죠. 그때그때마다 도전과제에 따라 준비 기간이 달라져요.
진 : 그렇다면 가장 날로 먹었던 달인 미션은 뭐였나요?
만 : 달인 코너 초반에 했던 묵언 수행의 달인이죠. 말을 한마디 안 하고 살아온 묵언 수행의 달인인데 코너 시작하자마자 “선생님 반갑습니다”라는 사회자의 인사에 “반갑습니다”라고 대답하면서 끝이 났죠. 그건 회보다도 더 날로 먹은 미션이었어요.
사실상 김병만은 현재 개그계의 대부다. 과거 <개콘>과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이 모두 높은 인기를 누리며 시청률 경쟁을 벌일 당시만 해도 개그계는 호황이었다. <개콘>을 이끌던 ‘박준형 라인’, <웃찾사>의 전성기를 구가한 ‘박승대 라인’과 ‘컬투 라인’ 등이 각각의 연예기획사와 대학로 극단까지 설립하며 전성기를 누린 것. 이들이 운영하는 대학로 극단에서 활동하며 실력을 키운 이들이 방송으로 진출하면서 개그계는 호황을 누렸다.
그렇지만 최근 몇 년 새 개그계는 지독한 불황을 겪고 있다. <웃찾사>가 폐지되면서 <개콘>이 공중파 방송사 유일 개그 프로그램이 됐을 정도다. 그리고 지금은 <개콘>을 이끄는 ‘김병만 사단’이 사실상 홀로 개그계를 지켜내고 있다.
진 : 현재 <개콘>에선 가장 선배시죠?
만 : 김대희 선배랑 김준호 선배 다음으로 나예요. 하지만 <개콘> 출연 횟수는 내가 가장 많죠. 지난 99년부터 출연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10년 넘게 쉬지 않고 출연해 왔으니까요. <개콘>을 떠나 있었던 시간은 뮤지컬 출연 때문에 쉰 3개월이 전부예요. KBS에 특채 개그맨으로 들어와 <개콘>에 출연하기 시작했는데 공채시험에선 한 번 떨어지고 두 번째에 붙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개콘>은 단 한 번도 쉬지 않았어요.
진 : 후배들에겐 하늘같은 선배님이겠네요. 무서워하진 않나요?
만 : 저는 못 느끼는데 무서워할 수도 있죠. 그래서 편하게 해주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해요. 그래도 잘 안 된다고 집에서 쉬고 있는 후배들 보면 뭐라고 많이 해요. 집에서 쉬지 말고 차라리 나와서 쉬라고. 그래야 뭘 하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신인들한테는 장난을 쳐서라도 최대한 자기 자신을 드러내라고 얘기해줘요. 특히 술자리에서 선배들이 풀어줄 때 최대한 끼를 보여주라고 얘기해요. 신인들을 어떻게 방송에서 활용해야 할지 모르던 선배 개그맨이나 작가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 얘가 이런 장점이 있구나 싶어 같이 회의하자고 할 수 있거든요. 그게 바로 기회고.
진 : <웃찾사>가 폐지되는 등 개그계가 전반적으로 위기예요. 2010년 KBS 연예대상에서 코미디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뒤 수상소감으로 “너무 안타까운 점은 방송에서 코미디가 없어져 가고 있는 거예요. MBC SBS 사장님 코미디에 투자해 주십시요”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었잖아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만 : 어려운 질문인데…. 나는 개그맨 가운데 한 명으로서 내 앞길을 보고 달려갈 뿐이에요. 누가 어떻다 누구 어떻다 말하는 것보단 내 자신이 열심히 하는 게 우선이니까. 후배들은 후배들 위치에서 열심히 하고 있고. 타 방송사 프로그램에 대해 어떻게 얘기는 못하겠어요. 다만 없어진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는 거죠. 뭐가 잘못됐다고들 하는데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내가 잘못된 것은 잘 알지만 감히 다른 사람을 평가할 순 없죠. 그것도 같은 개그맨으로서. 다만 코미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 놀고 있는 개그맨들에게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정상의 자리에 서 있지만 김병만 역시 오랜 무명 생활을 거치며 어려운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최근엔 KBS 2TV <승승장구>에 출연해 눈물겨운 가정사를 공개하기도 했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 얘기를 들려주며 눈물을 보인 김병만은 자신이 가족에게 유일한 희망이라 10년 넘게 쉬지 않고 달려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병만이 절친 이수근과 함께 옥탑방에서 지내던 무명 시절 돈이 없어 며칠을 굶다가 돈이 조금 생겨 편의점에서 포장족발을 사서 먹은 뒤 남은 족발 뼈로 사골국을 끓여 먹은 에피소드는 유명한 일화다. 김병만이 먼저 KBS 특채 개그맨이 된 뒤 이수근은 개그맨의 꿈을 접고 지방으로 내려가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때 거듭해서 이수근을 찾아가 설득한 끝에 그 역시 KBS 특채 개그맨으로 만든 이 역시 김병만이다.
진 : 요즘 돈 많이 번다는 기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요. 정말 돈은 좀 많이 버셨나요?
만 : <개콘>을 10년 넘게 했지만 워낙 출연진이 많은 프로그램이라 출연료에는 큰 변화가 없어요. 다만 광고를 통해서 조금씩 돈을 벌고 있죠. 얼마 전에 제가 홈쇼핑 돈가스로 2억 5000만 원 벌어 대박이 났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사실 그 돈가스 회사가 대박이 난 것이지 내가 대박이 난 건 아니잖아요. 소정의 모델료를 받은 것일 뿐인데 마치 내가 큰돈을 번 양 ‘김병만 사업으로 대박 났다’는 기사가 나와 조금은 당황스럽죠.
만 : 직접 사업 해도 성공할 것 같은데.
만 : CG 모델만 할 뿐 직접 사업을 할 생각은 없어요. 만약에 언젠가 사업을 하더라도 개그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과 관련된 사업일 거예요.
진 : 그래도 종종 배고팠던 무명 시절 나중에 성공하면 해보고 싶었던 일들은 많이 해봤나요?
만 : 너무 어려운 시절을 보내다 방송 활동을 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조금이라도 남들에게 과시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던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좋은 차를 사기 시작했어요. 남들한테 과시하는 건 차만큼 좋은 게 없잖아요. 제가 워낙 차에 관심도 많았고. 그런데 몇 년 전 유재석 선배랑 같이 CF를 촬영하는데 그때 남들한테 보이는 데 너무 신경 쓰지 말라는 충고를 듣고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요. 내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아차 싶었죠. 그래서 차를 다 팔고 지금은 평범한 국산차를 타고 다녀요.
진 : 이제 어느덧 노총각 연예인 대열에 합류하셨어요. 결혼 안 하세요?
만 : 해야죠. 지금 사귀는 여자친구도 없고 결혼을 서두를 생각도 없어요. 천천히 생각해봐야죠. 다만 친구인 (이)수근이가 아들 태준이를 데리고 방송국에 오는 모습을 보면 종종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진 : 이수근 씨하곤 절친한 사이로 유명한데 요즘 두 분 모두 너무 잘나가세요. 현재 상황에선 두 분 가운데 누가 더 잘나간다고 생각하세요?
만 : 저하고 수근이는 각자 가는 길이 달라서 비교하는 게 불가능해요. 수근이는 수근이의 꿈을 향해 열심히 가고 있고 나 역시 그렇죠. MC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수근이가 MC로서의 가능성을 좋게 평가받고 있어 너무 기분 좋아요. 난 희극 배우로서 계속 살아남고 싶어요. 코미디언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내가 좋아하는 코미디를 계속 하고 싶어요. 그러니 누가 잘나간다, 돈 많이 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둘 다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을 것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다는 게 중요하죠. 그렇게 보면 둘 다 성공을 한 게 아닌가 싶어요.
정리=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