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 혁명’은 정말로 느닷없이 찾아왔다.
어떤 재화를 공공재로 만드는 특질들은 둘이다. 하나는 그 재화의 소유자가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누리는 것을 막지 못하는 ‘배제불능’(non-excludability)이다. 다른 하나는 소유자가 그것을 소비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누림을 줄이지 않는 ‘비경합’(non-rivalry)이다. 공공재의 전형인 국방과 치안을 생각하면, 이 점이 뚜렷해진다.
공공재는 비용이 워낙 많이 들므로 개인들이 생산할 수 없다. 설령 개인들이 연합해서 그것을 생산하더라도, 혜택은 온 사회에 미치고 그것을 생산한 개인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히 공공재는 정부가 생산해야 한다.
압제적이고 비효율적인 정권을 선량하고 효율적인 정권으로 대체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나쁜 정권을 무너뜨리는 일은 너무 크고 힘든 일이어서, 한 개인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 작다. 그러나 그가 지는 위험은 아주 무겁다. 다른 편으로는, 그가 참여하지 않아도 대세엔 별 영향이 없고 뒤엔 혁명의 혜택을 혁명에 참여했던 사람들과 똑같이 누릴 수 있다. 사정이 그러하므로 민중 혁명은 시작되기 어렵고 성공하긴 더욱 어렵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민중 혁명은 점차 많아졌다. 특히 1990년대 초엽엔 동유럽에서 공산주의 정권들이 한꺼번에 무너졌고 이번엔 가능성이 없다고 여겨진 이슬람 문명권에서 민중 혁명이 일어났다. 무슨 요인들이 작용한 것인가?
널리 인식된 것처럼, 20세기 후반에 사회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양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방송, 인터넷, 휴대전화, 사회망 서비스(SNS)가 제공하는 정보들은 엄청나고 그것들의 대부분은 압제적 정권의 통제 밖에서 유통된다.
그런 정보들은 자유롭고 풍요로운 사회의 모습들을 끊임없이 보여주어, 압제적이고 비효율적인 정권의 통치를 받는 사람들의 생각과 욕망을 바꾼다. 아울러, 많고 빠른 정보의 유통은 혁명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뭉치기 쉽게 한다. 실제로 이번 ‘재스민 혁명’에서 사회망 서비스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앞으로 정보의 양은 더욱 빠르게 늘어날 터이므로, 민중 혁명은 더욱 쉬워질 터이다. 비록 민중 혁명이 꼭 더 나은 정권을 만들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전제 정권이 오래 이어지기는 점점 어려워질 터이다.
복거일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