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회장 취임 때부터 강조에도 벤처 투자만 진행…부정적 전망에 일단 수소·2차전지 집중할 수도
최근 몇 년간 포스코는 실적 부진, 안전사고 논란 등의 이슈로 외연 확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최정우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고, 포스코의 실적은 개선되고 있으며 포항시에서도 바이오 관련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등 내·외부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포스코가 바이오 사업에 진출할 적기라는 의견이 나오지만 한편에서는 포스코 상황과 별개로 바이오 사업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최정우 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바이오 사업에 관심을 보였다. 최 회장은 2018년 7월 회장 취임 기자회견에서 “철강, 비철강, 신성장 부문에 있어 조직 보완이 필요하다”며 “바이오 분야도 장기적인 신성장 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2019년 1월 기자간담회에서도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이 바이오 관련 연구역량, 경험, 기술 등을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잘 활용하면 신성장 사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간 포스코는 바이오 벤처기업에 몇 차례 투자한 바 있다. 포스코는 2020년 7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와 서울시 강남구에 민·관협력형 인큐베이팅센터 ‘체인지업 그라운드’를 개관했다. 이곳에는 바이오 업체를 비롯해 수십 개의 스타트업들이 입주해 있다. 또 포스코는 매년 ‘포스코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우수 벤처기업을 발굴·투자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에서 선발된 벤처기업들에게 투자하기 위한 ‘IMP 펀드’도 조성했다. 이처럼 포스코는 각종 프로그램과 펀드를 통해 바이오앱 등 적지 않은 바이오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그러나 이는 여러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바이오 기업에도 투자한 것일 뿐, 자체적으로 바이오 사업에 진출한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최정우 회장이 바이오 사업이 가진 불확실성과 부정적인 전망 때문에 바이오 사업 진출을 주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포스코는 과거 바이오 사업에서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어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텍과 가톨릭대학교는 2011년 유전자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한 벤처기업 포가스템을 설립했다. 포가스템은 설립 당시 2014년 3월까지 임상 2상을 끝내고 희귀의약품을 출시한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그러나 포가스템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2018년 결국 청산됐다.
포스코의 내부 상황도 여의치 않았다. 포스코의 매출은 2019년 64조 3668억 원에서 2020년 57조 7928억 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도 3조 8689억 원에서 2조 4030억 원으로 줄었다. 또 포스코 내에서 연이은 안전사고가 발생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가 최정우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이후 산자위는 최 회장의 증인 채택을 철회했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포스코가 안정된 모습을 찾아가면서 바이오 사업 진출설이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최정우 회장이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했고, 포스코도 전년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포스코는 올해 상반기 잠정 매출 34조 3612억 원, 영업이익 3조 7530억 원을 거두며 2020년 상반기(매출 28조 2674억 원, 영업이익 8730억 원)에 비해 실적도 개선됐다.
포스코 주가도 지난해 주당 20만 원대에 머물렀지만 올해 3월 30만 원대에 진입해 한때 40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철강 사업에 대한 전망도 좋은 만큼 포스코가 비철강 사업에 투자할 적기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에 대해 “2021년 연간 7조 원대 영업이익으로 연결기준 사상 최고치를 전망한다”고 전했다.
실제 포스코는 바이오 사업에 진출할 인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간 포스코는 몇 차례 바이오 전문가를 채용해왔다. 포스코는 2018년 바이오 신규사업 발굴과 기술 및 사업타당성 검토를 담당할 대리~차장급 직원 공개채용에 나섰다. 2020년에도 ‘바이오산업 유치 및 사업화 검토’ 업무를 맡을 경력직 직원 채용공고를 게시하기도 했다.
포스코 본사가 위치한 포항시도 바이오 사업 육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가 바이오 사업에 진출하면 지자체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일례로 지난 5월 준공된 포항지식산업센터 1~3층에는 바이오 특화 입주공간이 조성됐다. 포항시 측은 포항지식산업센터 준공식 당시 “지역에 이미 구축된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와 인근에 건립 중인 세포막단백질연구소,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 등 바이오 인프라와 연계한 ‘환동해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비전을 소개하며 상호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지난 6월에는 민간주도의 ‘바이오포항(BP) 포럼’이 출범했다. 당시 이강덕 포항시장은 “바이오포항 포럼 출범을 기쁘게 생각하며 바이오헬스 산업 네트워크가 활성화돼 포항이 환동해 바이오산업 클러스터로 도약하도록 많은 도움을 요청 드린다”며 “각 기관 간 정보 공유와 상호 지원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K-바이오 랩허브 포항 유치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7월 9일 K-바이오 랩허브 후보지로 인천 송도를 선정했다.
포스코가 최정우 회장을 선임한 이유 중 하나는 비철강 사업의 경쟁력 강화다. 포스코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최정우 회장을 추천할 당시 “비철강분야 그룹사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포스코가 철강 그 이상의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도 임기 막바지에 바이오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언급한 바 있어 포스코의 바이오 진출설은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정우 회장은 최근 들어 바이오보다 수소 관련 사업과 2차전지 소재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핵심 사업으로 육성 중인 2차전지 소재 사업은 리튬, 니켈, 흑연 등 원료에서부터 양극재, 음극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생산능력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며 “수소경제 도래에 대비해 수소 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생산·저장·운송·활용 각 단계별로 그룹의 역량을 결집해 향후 수소 전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게다가 바이오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일부 바이오 위탁생산(CMO) 업체들은 강세를 보였지만 진단키트 업체나 셀트리온그룹의 중장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고, 신약 개발사들은 기대를 모았던 파이프라인의 연이은 부정적 임상 소식으로 부진하고 있다”라며 “코로나19 백신 CMO와 관련해서도 이미 상당수의 백신 개발사들이 파트너사 확보를 진행했던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수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인지 포스코 측도 당장은 바이오 벤처에 투자하는 것 외에는 별 다른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의 바이오 관련 업무는 포스코가 직접 바이오 사업에 참여하는 형식은 아닌 외부 전문가와 협업하는 체계를 통해 바이오 분야 벤처창업, 육성·지원, 펀드 관리 등의 업무를 추진 중에 있다”며 “바이오 전문인력은 바이오 분야 및 관련 유망분야를 대상으로 포스코가 출자한 펀드 관리 및 운용사와 협업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