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모시려 결혼 안 해…2017년 8집 이후 신곡 ‘용서’ 준비 중
현숙처럼 효녀 가수로 소문난 나미애(본명 김규순·56). 그녀는 어머니의 한을 풀어주려 2014년 음악전문 채널 엠넷의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 ‘트롯엑스’에 출연했다가 우승하면서 자신도 30년 무명 가수의 한을 풀었다.
“처음 '트롯엑스'에서 출연 제의가 왔을 때 거절했어요. 무명 가수이긴 하지만 신인도 아닌데 경선에 나오라는 말에 자존심이 상했어요. 그런데 엄마가 제게 작은 소리로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우리 딸이 큰 무대에서 노래하는 걸 꼭 한번 보고 싶다’고 하신 거예요. 그래서 단 한 번만 엄마를 위해서 부르기로 다짐하고 출연했던 겁니다.”
'트롯엑스' 첫 무대에서 그녀는 ‘님은 먼 곳에’를 부르다 관람석에서 지켜보던 어머니의 눈물 훔치는 모습에 자신도 눈시울을 적셨다. 그녀의 어머니(박봉윤·90)는 위암 수술, 심혈관 시술 후 설상가상 고혈압과 당뇨로 고생하다 최근엔 치매 중기 진단을 받았다고.
나미애는 고교졸업 후 밤무대에서 노래 부르다가 KBS 일일극 주제가 ‘즐거운 우리집’으로 데뷔했지만, 대중의 인지도를 높이지 못했다. 그래도 당시 밤무대에서 출연료가 다른 무명 가수들의 두 배인 30만 원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그때 하루에 13곳의 밤무대를 뛰곤 했는데, 그녀의 곁엔 항상 어머니가 있었다.
“‘내 딸을 캄캄한 무대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 혼자 놔둘 수가 없다’며 어머니가 내 손을 꼭 잡고 항상 같이 다녔어요. 그것도 자가용이 없어서 버스 타고요. 한동안 버스에서 내려 영등포 지하상가를 일정한 시간에 뛰어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상점에서 일하는 언니들이 ‘쟤가 지나가는 것을 보니 지금 몇 시인가 보네’ 하고 말하던 게 기억납니다.”
두 모녀가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1994년 MBC 난영가요제에서 대상 받은 후 음반을 몇 장 더 발표했으나 매니저에게 사기를 당한 데다 밤무대도 줄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위암 수술한 엄마한테 정말 간장 하나 딱 놓고 죽을 끓여서 드리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그녀는 국가가 운영하는 전문직업훈련 과정을 통해 잘 마시지도 못하는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을 획득하고 이력서를 들고 다녔다. 하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하고 말았다. 그러다 '트롯엑스'를 만나 기사회생한 것이다. 무대가 없는 요즘 그녀는 유튜브 채널 ‘나미애 라이브’를 운영하고 있다. 채널 운영 수입에 대해선 마치 ‘산소호흡기’로 목숨을 유지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최근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갑상선 치료 중인 그녀는 비혼자다. “제 사주팔자에 결혼이 없기도 하겠지만, 그럼 엄마는 누가 책임지겠어요.” 2017년 8집 이후 어머니를 생각하며 부르는 임종수 작곡의 ‘용서’ 신곡을 준비 중인 그녀는 최근 인기 트롯가수 조항조와 호흡 맞춰 노래 불러보고 싶다고.
이창희 기자 twin92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