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따라 지분 줄여야…주가 낮아 불만족, 일단 버티기 가능성도
하지만 걸림돌이 있다.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이다. 정의선 회장 입장에서는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하든 현재의 낮은 주가가 불만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개정되는 공정위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해 현대글로비스가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2.0% 증가한 2769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7.2% 늘어난 5조 4672억 원, 당기순이익은 86.0% 증가한 2143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현대글로비스의 2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영업이익 기준으로 2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35%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지배주주가 가지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의 향방에 눈길이 쏠린다. 현대글로비스는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의선 회장 일가가 지분을 계속 보유하고 있으면 관련 법 개정으로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20% 이상인 비상장사, 30% 이상인 상장사는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이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이면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다. 상장사인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내부거래율이 60% 수준이지만 정의선 회장(23.29%), 정몽구 명예회장(6.71%) 지분율이 29.9%로 규제 적용 기준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연말 시행되는 개정안으로 규제 대상이 되는 총수 일가 보유 지분율은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20%로 낮아진다. 이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개정 법안이 시행되면 현대글로비스는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불가피하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어떻게 바뀐 규제 기준을 피할지 관심이 모아졌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두 가지다. 합병 등을 통해 내부거래 비중과 지분율을 낮추거나, 총수 일가가 직접 지분을 매각해 이들의 지분율을 규제 기준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현대글로비스가 어떤 방안을 선택하든 정의선 회장 입장에서는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높을수록 더 많은 현금을 쥐는 구조다.
문제는 현재 글로비스 주가가 고점 대비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지난 4일 현대글로비스 종가는 19만 5500원. 지난 7월 28일 19만 9000원을 기록한 이후 19만 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2014년에는 주가가 30만 원대까지 상승했다. 그 해 9월 25일 32만 75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현대글로비스의 매출이 2014년 13조 원에서 2020년 36조 원으로 2.7배 늘었지만 주가는 되레 40.3% 빠졌다.
현재 주가 수준에서 보유 지분을 처분하는 것은 정의선 회장 입장에서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흐름이 예상보다 저조한 모습”이라면서 “낮은 주가 때문에 공정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향후 시행될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대해 일단 버티기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면서 “이미 공정위의 규제를 피하는 방법을 찾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와 정의선 회장이 순리대로 진행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변호사는 “현대글로비스와 관련해서 그동안 정의선 회장이 많은 사회적인 비난을 받았기 때문에 굳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공정위 규제를 피할 필요성이) 있을까 싶다”면서 “충분히 합법적인 방식으로 방법을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 처분 계획은 개인적인 일이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글로비스 향후 주가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현대글로비스 목표주가를 기존 23만 원에서 24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나금융투자도 23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목표주가를 높여 잡았다. 삼성증권 역시 기존 24만 원에서 28만 7000원으로 올렸다. 이들 증권사는 하반기에도 해운업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현대글로비스가 상반기 호실적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