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대등한 입장에서 협력 체제를 구축하게 해야
그러자 이 제도의 기본취지나 진의와 관계없이 치열한 이념논쟁이 벌어졌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초과이익공유제가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다며 반대의사를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기본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은 공정한 경쟁 질서를 근간으로 해야 한다. 따라서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법과 제도로 엄격히 다스리는 것이 핵심적 과제다. 그동안 정부는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감세와 규제완화 등 대기업 우호정책을 펴왔다. 이 정책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중소기업을 상대적으로 곤경에 빠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상태에서 법적 권한이 없는 민간의 자율적 기구로 동반성장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은 형식적인 대응에 불과했다. 결국 이익공유제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만 불러일으키고 경제주체 간의 이념갈등을 확산시켜 동반성장을 거꾸로 저해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반성과 함께 동반성장위원회를 산업현장을 올바르게 진단하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는 기구로 재정립해야 한다. 동시에 법적 기구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질서 확립에 주어진 역할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게 해야 한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불공정 횡포를 척결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실질적인 동반성장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날로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은 경제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기술이나 신제품을 함께 개발하고 기여도에 따라 성과를 나누는 제도를 대대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조세, 금융 등 갖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한편 동반성장에 있어 기본이 되는 것이 중소기업들이 자생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창업과 투자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자금, 인력, 기술 등의 지원을 집중하여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산업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그리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대등한 입장에서 협력 체제를 구축하게 해야 한다.
고려대 교수·전 총장 이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