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사학’ 본때 보여야 길 트인다
▲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 교육과학기술부, 검찰 등 관련 부처와 사정기관이 총동원돼 대학 간 등록금 담합은 물론 사학 경영진의 위법행위, 학교 운영상 문제점들을 집중 조사할 것이라고 한다. 정치인들이 관여하고 있는 몇몇 사학 역시 여기에 포함돼 있을 뿐 아니라 사학법 개정을 둘러싼 정계 로비도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커 여의도 역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값 등록금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사학 비리 카드’를 꺼내든 내막을 따라가 봤다.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 현 정권 초 몇몇 시민단체 간부들이 한나라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면적인 사학 비리 청산을 요구하자 한 여권 고위 인사가 던졌던 말이다. 당시 그 인사는 “교육 개혁을 위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임을 잘 알고 있다. 인수위원회 때부터 준비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집권하고 보니 말처럼 쉬운 게 아니더라”면서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조성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대학교 등록금에 대한 논란과 맞물려 사학 비리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여권 핵심부 기류도 달라지고 있다. 사학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메스를 들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등록금 폭탄 주범이 사학의 비민주적 운영구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비리 척결 없는 반값 등록금은 깨진 독에 물 붓기”라고 지적한 바 있다.
수천억대 학교법인 재산권을 행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매년 예산을 짜는 사학 이사회에 대한 감시는 사실상 거의 전무한 상태다. 2007년 개정된 사학법에 따라 이사회 정수 4분의 1을 외부 인사로 채우도록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학교 운영은 여전히 사학 설립자와 그 친인척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교과부가 매년 5개 대학을 무작위로 선정해 외부 감사를 하고 있긴 하지만 350여 곳이 넘는 대학을 모두 감독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실제로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사립대 중 일부는 설립 이후 단 한 차례도 감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사립대 이사회가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은 새삼스러운 게 아닐 것”이라면서 “이를 바꾸기 위한 사학 관련법을 여러 차례 마련했지만 번번이 입법 과정에서 좌절됐다. 우선 정치권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여권 핵심부 역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학 비리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반값 등록금과 관련해 “천천히 시간을 갖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펼쳤던 이명박 대통령 역시 사학 비리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 참모 역시 사석에서 “등록금이 미쳤다. 아이들을 대학교에 보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사학은 더 미친 것 같다. 당장에 등록금을 내린들 어떤 식으로든 사학이 또 다시 충당하려 들 것”이라며 사학 비리 척결과 구조조정이 등록금 사태의 전제조건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무상급식과는 달리 등록금 인하엔 거의 이견이 없다는 점도 이명박 정부가 더욱 ‘세게’ 사학 비리를 조준할 것이란 추측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 참여연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참여자의 92.3%가 대학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고 답한 바 있다.
여권 핵심부는 우선 등록금 산정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비리 온상으로 취급하지 말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사학 재단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 기선제압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엔 감사원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쌍두마차로 투입되고 교과부가 후방 지원에 나선다.
▲ ‘촛불이 또…’ 등록금 문제가 다음 총선과 대선을 가를 중요 변수로 등장하면서 청와대도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민생 점검 및 공직윤리 확립을 위한 장·차관 국정토론회. 청와대사진기자단 |
공정위 역시 등록금 문제에 칼을 빼들었다. 지난 6월 1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대학 간 등록금 담합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2007년과 2009년에도 등록금 담합과 관련해 진상 규명에 착수했지만 증거를 찾지 못해 대학 측에 ‘사전 논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의조치만 내린 바 있다. 이번 역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등록금 모니터링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그 강도는 예년보다 셀 것이란 게 공정위 내부의 관측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을 적발하기 위해서는) 대학끼리 모의했다는 구체적인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찾기가 쉽지만은 않다. 아직 특별한 담합 혐의가 포착되진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위원장의 의지가 워낙 강하고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성과물을 내놓기는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사정기관도 사학 비리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그동안 축적해놨던 광범위한 첩보들을 다시 꺼내 불법 의혹이 제기됐던 몇몇 사학들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현재 K 학원과 S 학원이 그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 학원의 경우 설립자 친인척인 A 씨가 자금을 빼돌려 사적 용도로 쓴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검찰은 A 씨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구입 자금 출처와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는 계좌들을 추적하고 있다. S 학원의 경우 사학 이사진 중 일부가 급식 입찰 과정에서 금품을 받고 특정업체에 몰아줬다는 진정서가 접수돼 이를 확인 중에 있다. S 학원에 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급식업체는 또 다른 학원의 급식에도 참여하고 있어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특히 정치권은 K 학원에 대한 내사를 주목하고 있다. A 씨가 한때 국회에서 활동을 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어 자칫 불똥이 정계로 튈 수도 있기 때문. 벌써부터 여의도 안팎에선 A 씨가 내년 총선을 대비, 학교 자금을 빼돌려 조성한 ‘비자금’으로 정계 로비를 했을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다.
2500억 원대 규모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지난 5월 3일 구속된 유영구 전 KBO 총재(명지학원 전 이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7년 명지학원이 명지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마련한 돈 중 일부를 유 전 총재가 정계 인사들에게 건넸다는 의혹이 대두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한 검찰은 참여정부 당시 한 공기업이 당시 실세로 불렸던 현 야권 인사의 요청으로 명지건설에 특혜성 지원을 했다는 첩보에 대해서도 진위를 파악 중에 있다. 유 전 총재 사건은 ‘권력형 비리’를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가 맡고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부글부글 경찰 민심 들어보니
경우회 ‘경찰 5적’ 찍어낼거야~
최근 수사권 조정을 놓고 검찰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경찰의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경찰과 검찰은 국무총리실 주도하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 제출할 ‘수사권 조정’ 정부 최종안을 놓고 합의 중에 있지만 견해 차이를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태. 이런 가운데 경찰 안팎에서는 “이번에도 또 수사권을 따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더군다나 지난 6월 16일 전국 평검사들이 전체회의를 열어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며 정치권 등을 압박하고 나섬에 따라 경찰 내부에서도 대응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경찰은 정치권을 향해 강한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지난 4월 사개특위가 경찰의 수사 개시권을 명문화하기로 의견을 모아놓고도 검찰 눈치를 보며 입장을 바꾸려고 하는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조현오 경찰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사개특위에 경찰 출신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다. 검찰은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을 통해서 은밀하게, 일반 국민들 눈에 띄지 않게 자신들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경찰은 그런 수단이 없지 않나. 그래서 (경찰 입장을) 적극적으로 각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알리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은 얼마 전 조 청장이 “총경 이상 경찰 간부는 직을 걸고 경찰 입장을 관철하라”고 지시하자 김준규 검찰총장이 “조직만을 위해 직위를 거는 것은 바른 자세가 아니다”고 반박한 것에 대한 ‘재반박’ 차원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현직 경찰 간부들뿐 아니라 ‘올드 보이’들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전직 경찰들 모임인 경우회(회장 구재태)는 수사권 독립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구체적인 전략 수립에 들어간 상태다. 경우회 일각에선 적극적으로 ‘집단행동’을 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들린다. 그중 하나가 내년 총선에서 노골적으로 검찰을 지지했던 현역 의원들에 대한 ‘낙선 운동’을 펼치는 것이라고 한다. 이미 경우회 안팎에선 한나라당 의원 다섯 명이 ‘경찰 5적’으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일부 여야 의원들도 낙선 운동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우회 회원 200만 명과 그 가족들까지 감안할 경우 실제 낙선 운동에 나서면 만만치 않은 ‘보트 파워’를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경우회 내부에선 경찰을 무시하는 검찰의 행태를 비난하는 기류도 거세다. 한 전직 경찰관은 “지금 순경 이상 경찰 90% 이상이 4년제 대학교 재학 이상이다. 또한 경찰대 출신들이 경찰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교육 수준이 높아졌다는 얘기”라면서 “경찰에게 수사권을 주면 인권침해나 비리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검찰에서 말하는데 이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들은 그동안 정치권이 자신들을 소홀히 대하고 있는 부분에도 쓴소리를 내뱉고 있다. 그동안 경찰 출신이 단 한 차례도 국회의원 전국구 순번에 배정받지 못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고 있다. 검찰, 국세청, 국정원 등 다른 사정기관 출신 인사들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권에 대해 ‘섭섭함’을 털어놓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현 정부에서 경찰은 대북 등 특수 분야를 제외하곤 정보의 양적·질적 측면에서 이 대통령으로부터 가장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더욱 큰 기대를 걸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한나라당이 검찰 쪽 손을 들어줄 기미를 보이자 ‘토사구팽 당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동]
경우회 ‘경찰 5적’ 찍어낼거야~
최근 수사권 조정을 놓고 검찰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경찰의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경찰과 검찰은 국무총리실 주도하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 제출할 ‘수사권 조정’ 정부 최종안을 놓고 합의 중에 있지만 견해 차이를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태. 이런 가운데 경찰 안팎에서는 “이번에도 또 수사권을 따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더군다나 지난 6월 16일 전국 평검사들이 전체회의를 열어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며 정치권 등을 압박하고 나섬에 따라 경찰 내부에서도 대응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경찰은 정치권을 향해 강한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지난 4월 사개특위가 경찰의 수사 개시권을 명문화하기로 의견을 모아놓고도 검찰 눈치를 보며 입장을 바꾸려고 하는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조현오 경찰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사개특위에 경찰 출신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다. 검찰은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을 통해서 은밀하게, 일반 국민들 눈에 띄지 않게 자신들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경찰은 그런 수단이 없지 않나. 그래서 (경찰 입장을) 적극적으로 각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알리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발언은 얼마 전 조 청장이 “총경 이상 경찰 간부는 직을 걸고 경찰 입장을 관철하라”고 지시하자 김준규 검찰총장이 “조직만을 위해 직위를 거는 것은 바른 자세가 아니다”고 반박한 것에 대한 ‘재반박’ 차원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현직 경찰 간부들뿐 아니라 ‘올드 보이’들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전직 경찰들 모임인 경우회(회장 구재태)는 수사권 독립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구체적인 전략 수립에 들어간 상태다. 경우회 일각에선 적극적으로 ‘집단행동’을 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들린다. 그중 하나가 내년 총선에서 노골적으로 검찰을 지지했던 현역 의원들에 대한 ‘낙선 운동’을 펼치는 것이라고 한다. 이미 경우회 안팎에선 한나라당 의원 다섯 명이 ‘경찰 5적’으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일부 여야 의원들도 낙선 운동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우회 회원 200만 명과 그 가족들까지 감안할 경우 실제 낙선 운동에 나서면 만만치 않은 ‘보트 파워’를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경우회 내부에선 경찰을 무시하는 검찰의 행태를 비난하는 기류도 거세다. 한 전직 경찰관은 “지금 순경 이상 경찰 90% 이상이 4년제 대학교 재학 이상이다. 또한 경찰대 출신들이 경찰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교육 수준이 높아졌다는 얘기”라면서 “경찰에게 수사권을 주면 인권침해나 비리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검찰에서 말하는데 이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들은 그동안 정치권이 자신들을 소홀히 대하고 있는 부분에도 쓴소리를 내뱉고 있다. 그동안 경찰 출신이 단 한 차례도 국회의원 전국구 순번에 배정받지 못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고 있다. 검찰, 국세청, 국정원 등 다른 사정기관 출신 인사들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정권에 대해 ‘섭섭함’을 털어놓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현 정부에서 경찰은 대북 등 특수 분야를 제외하곤 정보의 양적·질적 측면에서 이 대통령으로부터 가장 신뢰를 받는 기관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더욱 큰 기대를 걸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한나라당이 검찰 쪽 손을 들어줄 기미를 보이자 ‘토사구팽 당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