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인홍씨의 수첩에 기록된 ‘의원급’ 이상 정치인은 모두 10명. 민주당에서는 김홍일 의원을 비롯, 이윤수·조재환 의원과 유선호 전 의원이 포함돼 있다.
한나라당 의원으로는 김덕룡·신경식 의원의 이름이 보인다. 자민련은 JP를 비롯, 김종익, 이긍규·이원범 전 의원 등이 기재돼 있다.
그러나 심씨의 수첩에 기록된 의원들을 바로 ‘로비 대상’이라고 결론짓기는 어려울 듯하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자신이 왜 심씨의 수첩에 올라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윤수 의원은 “오래전 누군가의 후원회 때 인사를 나눈 기억이 있지만 그후 그가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는 알지 못했다”며 “상임위(건설교통)도 그 사람 사업과 무관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조재환 의원은 기자의 질문에 가까스로 심씨에 대한 기억을 되살렸다. 조 의원은 “의원이 되기 전 식사하는 자리에서 그 사람과 명함을 주고받은 게 전부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그후 심씨를 잊고 지내다가 의원이 된 뒤 당 중진의 개인연구소에 갔다가 그가 이사로 등재돼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그럴 정도로 자신과 심씨 사이에는 친분관계조차 형성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선호 전 의원은 “15대 땐가 무슨 행사장에서 인사를 나눈 기억은 있는데 그후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고 지냈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심씨가 일방적으로 전화번호를 기록해 놨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유 전 의원의 주장이다.
이러한 사정은 다른 당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의 한 보좌관은 “한 언론사에서 같은 질문을 해온 적이 있다”며 “의원님은 일면식도 없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그는 “중요한 시기(당권출마)에 왜 의원님 이름이 거론되냐”며 불쾌해했다.
그는 “12년간 의원님을 모시면서 주요 후원 인사들은 다 기억하는데 심인홍이란 사람은 기억할 수 없다. 6천여 명에 이르는 후원자 명단에도 그 사람 이름은 없다”고 강조했다.
외국에 출장중인 신경식 의원은 “고향 후배라면서 인사를 나눈 적은 있다. 건설업을 하는 사람으로 알았는데 휘장사업을 한다니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 신 의원은 “야당이고 상임위도 (심씨 사업과) 무관한데 나에게 로비를 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자민련 이긍규 전 의원의 한 전직 보좌관은 “그 사람이 충청권 의원들의 행사에 가끔 얼굴을 내민 것은 기억한다”며 “의원들과 대면할 정도로 비중있는 인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그 사람이 건강사업을 한다며 호두로 된 지압용 기구를 건넨 기억은 있지만 월드컵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과 심씨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
심씨를 기억하는 한 자민련 당직자는 “그 사람은 이인제 의원이 잘나갈 때 그쪽에도 얼굴을 내밀었다”며 “전형적인 장사꾼”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첩에 이름이 올라있는 것을 두고 모두 로비 대상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밝혔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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