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19일 방송된 KBS 'UHD 환경스페셜'은 '모기의 역습' 편으로 꾸며졌다.
매년 여름 무더위와 함께 찾아온 불청객 모기. 모기는 사람의 피를 흡혈하고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그런데 모기가 앗아가는 건 우리의 혈액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약 70만 명이 모기에 물려 걸린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모기는 말라리아, 일본뇌염, 뎅기열 등 온갖 전염병을 인간에게 옮기는 주범이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심해질수록 모기 매개 감염병에 노출되는 인구가 증가한다고 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말라리아에서 뎅기열까지 전 세계에 다양한 전염병을 퍼뜨리는 모기의 위험성과 기후변화가 모기 매개 감염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짚어본다.
모기는 물웅덩이만 있으면 지구상 어디서든 번식한다. 심지어 추운 북극도 모기와 전쟁 중이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영구동토층이 녹아 형성된 물웅덩이는 모기에게 최적의 산란장소다.
매년 여름 북극의 알래스카에는 엄청난 모기 토네이도가 창궐하고 시베리아 툰드라에서는 거대한 모기떼에 흡혈 당한 순록들이 숨지는 일도 일어난다. 변온동물인 모기는 스스로 체온조절을 할 수 없어 기온이 오르면 몸속 화학반응이 빨라지면서 성장 속도가 빨라지는데 문제는 짧은 시간에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로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전 세계는 매년 모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 서식하는 모기는 약 3500종에 이르지만 이 중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옮기는 모기는 몇 종에 불과하다. 말라리아를 옮기는 '얼룩날개모기'와 일본뇌염을 전파하는 '작은빨간집모기' 그리고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등 열대성 질병을 옮기는 '이집트숲모기'와 '흰술숲모기'다.
지난 2015년 브라질에선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해 3000명이 넘는 감염환자가 발생했다. 이후 지카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급기야 세계보건기구는 국제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임산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태아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쳐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카 바이러스는 과거에는 아무 말썽도 일으키지 않았던 얌전한 바이러스였다. 전문가들은 지카 바이러스의 행동 양상이 달라진 가장 큰 원인을 기후변화로 보고 있다.
삼림벌채로 서식지를 잃은 숲모기들이 인간이 사는 도심으로 옮겨갔고 기후변화로 모기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곳곳에 형성되면서 모기 매개 감염병 노출 지역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매년 3~11월까지 기후변화 매개체 감시사업을 진행한다. 전국에 설치된 권역센터 연구원들이 도심과 숲, 축사와 철새도래지 등에서 모기를 채집해 질병을 전파하는 매개 모기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채집한 모기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한다.
주목할 점은 일본뇌염을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의 발견 시기가 기온이 오르면서 매년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등을 옮기는 흰줄숲모기가 우리나라에도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추운 겨울이 되면 모기들이 동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국내에서 감염병이 확산하지 않고 있지만 지금처럼 온난화 추세가 계속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기온이 오르면 우리나라도 결코 안전지대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지구상에는 약 3500종의 모기가 존재하고 우리나라에는 50여 종이 살고 있다.
모기는 고온다습한 곳을 좋아한다. 주로 저녁부터 새벽 사이에 활동하며 사람이 숨을 쉴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땀 냄새를 감지해 공격할 대상을 찾아낸다. 인간의 피를 빠는 건 암컷 모기뿐이다.
수컷과 교미를 마친 암컷이 뱃속에 저장된 알에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같은 장소에 있어도 유독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이 있다. 성인과 아이가 함께 자고 있다면 모기는 아이에게 우선 달려든다. 모기의 흡혈원리에 숨어있는 과학적인 사실에 대해 알아본다.
감염매개체의 역할이 큰 만큼 모기를 퇴치하기 위한 시도와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집트숲모기가 옮기는 감염병에 시달려온 미국 플로리다키스 제도에선 이집트숲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매년 헬기를 동원해 대량의 살충제를 살포한다. 하지만 살충제에 면역이 생기면서 모기퇴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유전자 조작 기술이다. 핵심은 암컷만 골라 죽인다는 것이다. 유전자가 조작된 수컷 모기가 야생에서 암컷과 짝짓기를 하면 이 과정에서 조작된 유전자가 새끼에게 전달되는데 이때 조작된 유전자를 물려받은 암컷 모기는 번데기가 되기 전 죽게 된다.
최대 62%까지 모기가 줄어들긴 했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다시 모기들이 생겨났다. 환경전문가들은 유전자 조작 모기가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한다. 유전자 조작 모기를 자연에 방사할 경우 어떤 결과를 나올지 알 수 없고 또 한번 발생한 문제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모기가 매개하는 질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밖에 방법이 없으나 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모기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최선책은 지구의 기온을 낮추고 모기로 인해 걸릴 수 있는 전염병에 걸릴 확률을 낮추는 길뿐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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