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한 아이들은 모국 유학을 선택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조국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스파이의 올가미였다.
1970~1980년대 북에서 내려오는 간첩이 줄어들자 한국의 정보기관은 일본을 경유한 '우회 침투'에 주목했다.
재일동포 젊은이들은 언제든 잡을 수 있는 어항 속의 물고기였다. 불법 연행과 고문 그리고 한국사회의 외면 속에서 재일동포 젊은이들은 스파이가 되었다.
스파이라는 낙인은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았다. 2010년부터 재일동포 간첩 조작사건의 재심이 시작되었고 피해자 130여 명 중에서 재심을 신청한 36명 전원이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아직도 많은 피해자가 스파이의 낙인을 안고 숨어 살고 있다.
김효순 전 '한겨레' 대기자가 스파이를 찾아 사죄와 위안의 여정에 나선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