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영화, 드라마 이야기만 할 수 없기에 우리는 간간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현안, 사건사고에 대해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특히 요즘은 여야의 대선후보들에 대해서 각자의 의견을 피력한다. 어떨 때는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자기 주장과 반대되는 동료를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도 직면한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적 소신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 외면하거나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상대를 평가하지 않는다.
점심 먹으면서 치열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서로의 생각이 다름을 확인한 후였다. 작품 이야기에 들어가면 어느새 더할 나위 없는 파트너이고 동료이고 운명공동체라는 진한 동료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마라톤회의를 끝마치고 생맥주를 들이키면서 앞으로 만들어질 영화에 대해서 막연하지만 희망찬 전망을 하면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어깨동무를 했다. “오늘 수고했다, 우리 다 잘 될 거야”라며 서로를 위로하고 헤어졌다.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이후 보수·진보 양 진영의 대통령이 비슷하게 선출된 것 같다. 대통령제가 200년이 넘는 미국에서도 공화당·민주당이 비슷하게 상호 교차하면서 집권했다. 미국은 계속 번영해나갔고 앞으로도 어느 진영이 집권한다고 해서 갑자기 미국이 망하거나 쇠락의 길로 빠져들 것 같지는 않다.
나의 조국 대한민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지 이제 30년 남짓 되었지만 대한민국은 그간 전 세계인이 놀랄 만큼, 거의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이제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는 뉴스까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여전히 많은 정치인이나 언론인, 그리고 영향력이 커다란 유명 인사들은 마치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진영이 집권하면 나라가 쇠락할 것이고 국민 삶은 도탄에 빠질 것이며, 그러다 결국은 망국의 길로 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니 선동한다.
30년 이상을 집권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사람이나, 영구히 자기 진영이 집권해야만 대한민국 미래가 보장된다는 주장은 처음엔 어이없게 들리다가 어느 순간 섬뜩해진다. 난 어느 진영이 집권해도 방향이 조금 다를 뿐이지 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나라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믿는다. 설령 내가 지지하지 않는 진영이 집권한다고 해도 내일 당장 나라가 망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일도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영화를 만들다 보면 ‘해피엔딩이 효과적일까 아니면 비극적으로 주인공이 죽어야만 메시지가 관객에게 더 전달될까’를 가지고 몇날 며칠을 토론할 때가 있다. 내가 제작한 영화 ‘대립군’의 마지막 장면에서 광해군과 피난민을 살리려는 대립군(가난해서 가족을 건사하고자 돈을 받고 남의 군역을 대신해주는 사람들)들을 죽일지 살릴지를 두고 정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논쟁이 벌어졌다.
가난해서, 너무나 가난해서 가족들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선 부잣집 자제나 고위관료의 아들들을 대신해서 군역을 대신하는 불쌍한 대립군들을 죽인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관객들이 바라는 결말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었다. 반대로 천하고 천한 대립군들조차 국가와 백성을 위해 자신들의 소중한 목숨을 희생한다는 메시지가 작금의 관객들에게 와 닿을 거라는 주장도 있었다. 두 주장은 팽팽히 맞섰다.
난 정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진보 양 진영 모두 궁극에는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할 것이고 정책을 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저 방법이 조금 다를 뿐이다. 정책의 우선순위가 조금 다르고, 정책의 방향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안 맞겠지만 결국 양 진영 다 국가와 국민의 행복과 안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국민들을 불안에 빠트리는 선전·선동적인 주장을 그만두고 모든 국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정책방향을 제시해주었으면 한다. 우리가 집권해야 나라가 흥하고 상대가 집권하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주장은 정말 국민을 철저히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양 진영 모두 당내경선을 치르면서 ‘원팀’을 강조한다. 당내 경선에서 상대방 후보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퍼붓는 행태를 자제하자며 결국 자신들 모두가 한 팀임을 강조하는데 그것보다 백배는 중요한 것이 있다. 간곡히 부탁드린다. 진영이 달라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원팀’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기를 부탁한다.
누가 집권해도 우리나라 대한민국 절대 안 망한다. 그리고 우리도 죽지 않는다. 그러니 제발 내가 반대하는 진영이 집권하면 이민 간다는 소리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이 당신이 살기에는 가장 좋은 나라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원동연 영화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