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부터 8일간, 국가봉쇄·원격수업·자가격리 달라진 일상 녹여내…미얀마 현실 조명 3편도 눈길
지난 8월 19일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조직위원장 이재명, 집행위원장 정상진)가 개막작을 포함한 올해 영화제 상영작을 공개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최근 1~2년 사이에 제작된 영화의 형식을 띤 신작 다큐멘터리를 위주로 상영작을 선정했다. 대부분 2020년 이후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들이라 자연스럽게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을 담은 작품들도 많다.
국제경쟁 부문 상영작인 ‘강은 흐르고, 굽이치고, 지우고, 되비춘다’(주성저 감독)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최초로 발견된 중국 우한에서 올해 제작된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은 우한시의 양쯔강을 따라 이어지는 도시의 초상을 그려냈다. 자연에 의해 조각되고 포효하는 기계들과 치솟는 인프라에 의해 우한의 풍경이 극적으로 변한다. 감독은 우한에 대해 욕망을 심고, 기억이 묻힌 곳, 잃어버린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한국경쟁 부문 상영작 ‘거의 새로운 인간’(백종관 감독)은 무용 수업을 다루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된 무용 수업은 교수와 학생들 모두에게 버거운 과정이다. 작은 모니터 속에서 겨우 움직이는 서로의 몸을 관찰하고 리듬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정기 공연은 취소되고, 이들은 무대를 대신해 움직임을 연결할 시간과 공간을 찾아 나선다.
단편경쟁 부문 상영작 ‘패브릭’(이만 베로우지 감독)은 독일의 국가봉쇄 조치 속 대학 기숙사가 배경이다. 기숙사 건물은 보수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고, 잔해가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건물 주변에 두른 두꺼운 천이 그대로 남았다. 국가봉쇄가 시행되는 동안 25층짜리 기숙사에 사는 367명은 이 두꺼운 천의 작은 구멍으로만 바깥세상을 겨우 볼 수 있다.
글로벌비전 부문 상영작 ‘메이데이’(마리코 테츠야 감독)는 14개국 21개 도시의 이야기로 2020년 5월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의 경험을 다룬 국제적 협업물이다. 영화는 세계적인 위기 상황과 그 속에서 인류를 잇는 근본적인 유대감을 인간 공통의 주제인 음식을 통해 탐구한다.
강진석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코로나19 상황을 담아낸 작품들도 많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해 달라진 다큐멘터리 제작 경향도 이번 영화제에 반영됐다”면서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현장 촬영이 어려워지면서 예전에 촬영한 영상을 활용한 회고적인 작품이나 아카이브의 자료로 작업을 한 작품들이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강진석 프로그래머는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미얀마의 현실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3편이 공개된다는 점에도 각별한 의미를 뒀다. ‘소년병’, ‘새드 필름’, ‘저항의 드럼소리’ 등으로 한국에서는 최고로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강진석 프로그래머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4월 20일 ‘미얀마 영화인의 저항과 투쟁을 지지하는 한국의 영화제’ 이름으로 이루어진 공동 성명에 참여해,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와 시민 학살을 규탄하고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고 밝혔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9월 9일 경기도 파주에서 진행되는 개막식 생중계를 시작으로 16일까지 8일 동안의 다큐멘터리 축제로 열린다. 특히 코로나 시대에 맞춰 고양시에 위치한 메가박스 백석에서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따라 오프라인 상영이 이뤄지고, 자체적으로 마련한 스트리밍 플랫폼 VoDA(보다)를 통해 약 70여 편의 상영작이 온라인 상영된다. 영화제가 끝난 뒤에는 다큐멘터리 전용 OTT 플랫폼으로 180여 편의 작품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