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얼굴 앞세워 민주당 리모델링?
▲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위한 ‘인재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인사들의 홀대와 정동영·정세균 등 견제그룹의 반발 등 난제들을 넘어야 한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그 첫 사례로 손 대표는 당 유비쿼터스위원장에 문용식 나우콤 대표를, 전략기획위원장에는 김헌태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을 영입했다.
문 대표는 본래 김근태 고문계다. 김 고문의 전국 조직인 ‘한반도재단’의 사무국장을 지냈고, 오랫동안 그에게 외곽 지원세력 창구 역할을 해왔다. 문 대표는 그동안 당에 몸담거나 선거에 출마한 적이 없다. 이번에 당직을 맡으면서 실질적인 정치를 시작한 신인이다.
그는 최근 손 대표가 전화를 걸어 “인재를 영입하고 당의 면모를 일신시키겠다”며 당직을 권유하자 주저 없이 수용했다고 한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가 바로서야 사회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입당 이유를 밝혔다.서울대 79학번인 문 대표는 1981년 전두환 대통령 취임 반대, 1984년에는 민추위 결성과 ‘깃발’ 발행으로 5년 넘는 감옥생활을 한 투사였다. 그러나 IT분야에 일찍 눈을 떠 인터넷 방송인 아프리카TV를 운영해왔고, 지난 2008년 촛불시위 때에는 현장을 생중계했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지난 4·27 재·보궐 선거 때엔 직원들에게 ‘투표 후 출근하라’며 2시간 유급휴가를 주기도 했던 인물이다. 이 일이 손 대표의 영입 타깃이 된 계기였다고 한다.
여론조사전문가인 김 전 소장은 지난 대선에서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를 지지했던 인물이다. 이후 자신의 선택에 깊은 회의가 있었던지 미국에서 공부한 뒤 돌아와 지난 4·27 경기 성남시 분당 을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손학규 후보 선거캠프에 합류했다.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한 정세분석, 여론을 주도하는 이슈개발 등 선거기획에 뛰어난 감각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 대표가 최근 강조하는 새로운 개념인 ‘민생진보’도 김 전 소장이 고안해낸 것이다.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 민생을 최우선에 세우는 것이 진정한 진보라는 의미다.
손 대표는 이밖에도 참신한 인물을 끊임없이 탐문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분당 을 선거에 뛰어들기로 작정하기 전까지 영입에 공을 들였던 인물들도 다시 영입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신경민 MBC 논설위원이 그중 한 사람이다. 신 위원은 오는 7월 MBC를 정년퇴직할 예정이다. 지난 2008년 총선 때 민주당의 공천심사위원을 맡았던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의 이름도 나오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들어 탄압을 받은 언론계, 예술계, 대중연예계 등의 인사들에 대한 영입작업도 진행될 것”이라며 “법조계와 관계에서도 내년 총선 출마를 하려는 인사들이 손 대표를 만나고 싶다는 얘기를 전해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지역성을 탈피한 전국 정당의 면모를 갖추는 것도 손 대표의 관심사다. 부산·경남 출신 인사들에 대한 영입 작업이 한층 힘을 받고 있다. 부산 출신으로 민주당 영남미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춘 최고위원은 언론인터뷰에서 “법률가, 교수, 기업인 등 수도권에서 활동 중인 PK 출신 인사 3~4명을 접촉 중”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다. 차기 권력을 놓고 벌이는 인재영입 전쟁에서 일단 유리한 환경이 전개되고 있다는 게 민주당 인사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이 같은 손 대표의 인재 발굴 상황을 놓고 보면 그야말로 측근, 탈계파, 외부 신진인사가 모두 결합되는 ‘연합군’ 결성의 모양새다. 손 대표는 이미 중심 당무를 맡을 사무총장에는 정장선 의원, 비서실장에는 김동철 의원 등 측근들을 기용했다. 당 정책위의장에는 개혁성향의 서울 출신 박영선 의원을 임명했다. 경기 출신인 김진표 원내대표의 등극과 함께 수도권을 겨냥한 개혁성향의 강화 차원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자타가 공인하는 ‘DJ사람’인 박선숙 의원을 당 홍보전략본부장에 임명했고, 자신과 인연이 없었던 문 대표나 김 전 소장에게 당직을 맡겼다. 손 대표의 인재영입 방향이 인연보다는 능력, 기존 정치인보다는 미래형 인재를 선호하는 쪽으로 진행 중인 것이다. 전체적으로 차기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총력전 체제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중용하는 인사가 생기면, 상대적으로 홀대받는 듯한 인사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손 대표의 핵심 참모진이 ‘연합군’ 성격을 띠면서 기존 측근그룹들의 역할 재조정이 필수적인 사안으로 떠올랐다. 이번에 다시 한 번 주요 당직에서 제외된 김부겸 신학용 의원을 비롯해 ‘막후 좌장’ 역할을 맡아온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등 원외 인사들 간 알력이 생겨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권까지 도모할 사령탑으로서 조직력을 갖춘 캠프를 구성하는 데에 정밀한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문 대표나 김 전 소장 등 젊고 참신한 인재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될 경우 기존 정당 내부 인력의 경험과 조직에 대한 불신이 조성되고, 당 개혁론과 맞물려 강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많이 지적되는 문제다. 손 대표의 측근그룹들이 당의 기조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 등 견제그룹들이 가만히 두고 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자칫 민주당이 기존 주류, 비주류의 갈등에다 손 대표 측근그룹 내부의 신진세력과 기성세력의 갈등까지 겹쳐질 수도 있는 것이다. 손 대표로서는 인재 영입 못지않게 조율능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