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두드러지는 대선 주자 한 명만 가진 정당의 경우, 원톱이 흔들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원톱의 위기가 정당에 그대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투톱 시스템의 정당은 둘 중 하나에게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곧바로 대체재가 등장해 위기에서 파생되는 공백을 일정 수준 메울 수 있다.
이뿐 아니다. 투톱의 성향이 약간 다를 경우에는 소속 정당의 지지층이 보다 폭넓어질 수도 있다. 즉, 두 사람의 경쟁구도가 지지층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투톱 시스템이 대선 정국의 안정적 주도권 확보에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그동안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불안한 상황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질 조짐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능성’ 있는 대선 후보라고 할 때, 지지율이 10%는 넘어야 한다. 최근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가 마침내 지지율 10% 선에 도달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업체가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9월1주차 전국지표조사(NBS)(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재명 후보는 25%, 윤석열 후보는 19% 그리고 이낙연, 홍준표 후보가 각각 10%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국민의힘도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투톱 체제로 전환됐다고 평가할 만하다. 해당 여론조사 다른 항목을 보면, 민주당 지지층에서 홍 후보에 대한 선호가 다른 보수진영 후보들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근거로 역선택 때문에 홍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고 분석하는 경우도 있다.
과연 그럴까. NBS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지난주 대비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지지율이 각각 1%p씩 빠졌고, 이낙연 후보는 1%p 상승, 그리고 홍준표 후보는 3%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 응답이 가능하지 않은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여당 후보들의 지지율 변동 폭은 크지 않은 반면, 홍 후보의 지지율만 3%p 정도 올랐기 때문에 ‘지지층의 역이동’이 나타났다고 단언할 수 없다. 그래서 역선택이 홍 후보 지지율 상승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홍 후보의 약진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선택 방지 조항 삽입 여부에 대한 논란 역시 그다지 생산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는다고 해서 경선 여론조사에서 역선택을 사라지게 할 수도 없다. 둘째, 대선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반영하는 이유는 지지층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편적 민심’을 반영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다는 것은,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반영하는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비판을 들을 소지가 있다. 물론, 역선택 가능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정당들이 대선 경선 과정에서 국민참여 경선을 도입할 당시에도, 역선택이 20% 정도 포함될 수 있다고 추정했었다. 이 사실만 봐도, 역선택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선택에 의한 민심 왜곡을 최소화할 필요는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방지 조항을 삽입하기보다는 여론조사 표본수를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표본수를 늘리면 역선택 영향력은 감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제 거대 양당 모두에서 대선 구도가 원톱이 아닌 투톱 체제가 형성된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양당은 보다 생산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양측의 본격적인 힘겨루기는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