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경선 득표율 54.72% 본선 직행 청신호…이낙연 호남경선 앞두고 단일화 공들일 듯
“우리도 놀랐다. 40%대 후반까지 기대하긴 했는데, 50%를 넘길 줄은 몰랐다. 지금 캠프 전체가 고무된 상태다.” 9월 4일 대전·충남 경선 결과 발표 직후 통화한 이재명 캠프 소속 민주당 의원의 말이다.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상기돼 있었다. 그는 “여론조사와는 달리 권리당원 쪽은 이낙연 전 대표가 많이 쫓아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면서 “이번 결과로 당심 역시 이재명에게 쏠려 있다는 게 확인됐다. 대세론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지사는 9월 4일 첫 경선 투표에서 54.81%(1만 4012표)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이낙연 전 대표는 27.41%에 그쳤다. 이 지사는 이 전 대표보다 두 배 가까운 득표를 했다. 이 지사가 우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긴 했지만 정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차이였다. 두 후보에 이어 정세균 전 총리(7.84%) 추미애 전 장관(6.67%) 박용진 의원(2.44%) 김두관 의원(0.84%) 순이었다.
이 지사는 권리당원, 대의원, 일반 선거인단 투표에서 모두 1위였다. 특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55.21%의 득표를 올린 게 결정적이었다. 대전·충남 전체 선거인단 중 권리당원 비중은 98%에 달한다. 이 지사조차 경선 발표 후 “약간 우세하지 않았을까 했는데 내 생각보다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며 “당원 동지 여러분께서 본선 경쟁력을 중심으로 큰일을 할 수 있는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9월 5일 세종·충북 경선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경선에서 54.54%를 득표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29.72%였다. 이 전 대표는 대의원 투표에선 41.94%를 얻으며 이 지사(43.87%)와 오차범위 내에서 다퉜지만 비중이 가장 높은 권리당원 득표율 격차를 줄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경선에서 권리당원의 54.94%가 이 지사를 택했다. 이 전 대표는 29.26%로 30%를 넘기는데 실패했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에 이어 추미애 전 장관(7.09%) 정세균 전 총리(5.49%) 박용진 의원(2.22%) 김두관 의원(0.93%) 순이었다.
9월 4~5일 치러진 충청권 경선 누적 득표율을 살펴보면 이재명 지사가 54.72%로 1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9.7%에 그쳤다. 관심을 모았던 3위 싸움은 정세균 전 총리가 7.05%로 추미애 전 장관(6.81%)을 근소하게 앞섰다. 박용진 의원(2.37%)과 김두관 의원(0.87%)이 그 뒤를 이었다.
충청 경선은 전체 선거인단 200만 명가량 중 7만 6623명(3.8%)에 불과하지만 이번 경선의 바로미터로 꼽혔다. 충청이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기 때문인 동시에 가장 먼저 표심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이 지사의 과반 득표 여부였다. 이 지사가 과반 득표를 할 경우 다음 경선에서의 독주가 점쳐졌다. 반대로 이낙연 전 대표가 격차를 좁히면 뒤집기의 계기를 마련할 가능성이 높았다.
정치권에선 이 지사 과반 득표 전망에 대해 회의적 반응이 많았다. 이 지사는 황교익 인사 파동, 경선 직전 터진 이른바 ‘무료 변론’ 논란 등 연이은 악재로 집중 공격을 받았다. 실제 지지율은 하락 추세라는 분석이 많았다. 더군다나 ‘충청대전’ 키를 쥐고 있는 권리당원은 당 주류인 친문계가 압도적으로 많다. 여론조사와는 별개로 이 지사가 첫 경선에서 고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 역시 친문 진영의 ‘이재명 비토’ 기류와 무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심’은 ‘민심’을 택했다. 앞서의 이재명 캠프 소속 민주당 의원은 “‘될 사람 뽑아주자’는 움직임이 강했다. 다른 캠프에서 네거티브 공격이 쏟아졌지만 우리는 본선 경쟁력만을 밀고 나갔다”고 설명했다. ‘본선 경쟁력’이 승부를 갈랐다는 얘기였다. 이 지사 역시 9월 4일 정견 발표에서 “경선은 본선 승리의 한 과정일 뿐, 본선에서 지는 경선 결과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이길 후보, 바로 저 이재명이 유일한 필승 카드”라고 했다.
이낙연 캠프는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캠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유세가 불가능했다. 조직력이 제대로 가동됐다면 이렇게까지 완패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경선의 ‘본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이 아직 남아 있다”면서 “경선에서 특정 후보의 독주는 흥행 참패다. 이재명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른 후보들의 지원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측은 70만 표가 걸려 있는 1차 슈퍼위크에서 이 지사와의 격차를 한 자릿수로 줄인 상태에서 최대 표밭인 호남으로 가면 이변이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호남 역시 전통적으로 ‘본선 경쟁력’이 표심을 좌우했다. ‘다시 보자 이낙연’이 아닌, ‘어차피 본선은 이재명’이란 구호가 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이낙연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정세균 전 총리는 강점인 조직력을 앞세워 10%대를 노렸지만 7.05%에 그쳤다. 정세균 캠프 내부에선 권리당원 지지세가 강한 추미애 전 장관을 제치고 3위를 차지한 것에 의미를 두는 시각도 나오긴 한다. 하지만 경선을 완주하는 것보다는 특정 후보와의 단일화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 전 대표 측은 호남 경선을 앞두고 단일화에 공을 들일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호남 후보인 정세균 전 대표와의 단일화 여부는 이번 경선의 또 다른 변수로 거론돼왔다. 이에 대해 양측은 그동안 강하게 부인해왔지만 이재명 지사 독주가 확인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반이재명 연대’를 주도하는 친문계가 이낙연-정세균 단일화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