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권고 12명 중 10명 당적 유지에 김의겸 재점화까지…“우리 쪽 문제까지 다시 불거질 수도” 우려
앞선 지난 6월 권익위 전수조사로 홍역을 치렀던 민주당은 발표 후 맹공을 퍼부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무관용 원칙을 내세웠던 만큼 국민의힘 처분에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만큼은 민심을 역행해 적당히 눈치 보며 빠져나갈 길을 모색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도 가세했다. 이재명 캠프 홍정민 선임대변인은 “국민의힘에 엄정한 조처를 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낙연 캠프 배재정 대변인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민주당보다 더 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적 공분이 사그라들었다고 판단한다면 오판이다. 국민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가에선 민주당의 스탠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다. 민주당 내에서도 국민의힘을 향한 공격이 자칫 ‘부메랑’이 될 수 있다며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수조사 발표 직후 통화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좋아할 일이 아니다. 이번 발표로 우리 쪽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털어놨다.
민주당은 권익위 전수조사에서 문제가 있다고 나타난 의원 12명에 대해 탈당 조치를 내렸다. 이를 두고 송영길 대표는 “사상 초유의 고강도 조치”라고 자평했다. 이 중 실제 탈당을 한 의원은 비례대표 출신인 윤미향‧양이원영 의원뿐이다. 둘에 대해선 제명 처리했다. 비례대표의 경우 탈당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에, ‘꼼수’라는 비판도 높았다.
나머지 10명 중 김주영 문진석 서영석 임종성 윤재갑 의원은 권고를 받아들여 탈당계를 제출했다. 하지만 아직도 탈당 절차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상호 김수흥 김한정 김회재 오영훈 의원은 권고를 거부했다. 이들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징계위원회조차 열지 않는 등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10명 모두 여전히 당직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이 국민의힘 전수조사 결과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전전긍긍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국민의힘이 오히려 과감한 대응책을 내놓을 경우 오히려 민주당에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지난 6월 권익위 발표에 대한 민주당 조치에 대해 ‘정치쇼’라고 비판해왔다.
더군다나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재점화한 것도 여권으로선 부담이다. 권익위는 김의겸 의원이 업무상 얻은 비밀을 이용해 2018년 7월 흑석동 상가를 매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가 알려졌던 2019년 3월 김 의원은 투기 논란에 대해 부인했지만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여권 인사들의 이른바 ‘부동산 내로남불’은 문재인 정부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노영민 전 비서실장, 김상조 전 정책실장 등이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옷을 벗었다. 이때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떨어졌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