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미샤, 더페이스샵, 뷰티크레딧 | ||
불황 탓일까. 화장품 시장에 ‘가격파괴 붐’이 일면서 새로운 제품군이 생겨났다. 기존 브랜드보다 최고 40분의 1 정도로 값싼, 이른바 ‘초저가 화장품군’ 시장이 새로 형성된 것이다.
이 시장은 출범 초기인 지난 2000년에는 매출을 산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으나, 매년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연간 매출 규모 3천억원대의 시장으로 폭발적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제품 개당 가격을 평균 3천원으로 잡을 경우, 한 해 1억개라는 어마어마한 수량이 팔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업체는 ‘미샤’(주식회사 에이블씨엔씨)와 ‘더페이스샵’(주식회사 더페이스샵코리아), ‘뷰티크레딧’(소망화장품) 등 세 곳이다.
‘미샤’는 사실상 이 시장을 개척한 회사인 만큼, 여태까지의 우월적 시장 지위를 활용해 이 시장의 절대강자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다.
‘더페이스샵’은 후발주자라는 약점이 있지만, 매출에서는 벌써 선발 업체인 ‘미샤’와 맞먹을 정도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뷰티크레딧’은 이 시장에 가장 늦게 뛰어든 업체. 하지만 모기업인 소망화장품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노하우를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3천원짜리 화장품’ 시장을 두고 벌어질 대전쟁에서 어떤 곳이 가장 우세할까.
현재 이 시장 최강자는 (주)에이블씨엔씨의 ‘미샤’. ‘미샤’는 지난해 연매출 1천1백억원을 기록해 업계 관계자들을 경악시켰다. 불과 4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미샤’는 지난 2000년 1월 총 16억9천만원의 자본금을 들여 설립된 회사. 이후 이듬해인 지난 2002년 5월 이화여대 앞에 첫 매장을 오픈하면서 사세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국내에는 ‘초저가’ 상품이라는 개념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을 시기였다는 것. 하지만 ‘미샤’는 ‘화장품은 생활 필수품’이라는 개념을 앞세워 그동안 화장품과 거리가 멀었던 소비자층을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엄청난 매출 신장과 함께 매장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미샤’ 매장은 국내에만 2백54개. 지난해 9월에는 호주 시드니에 해외 1호점을 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신화’라고 불렀지만, 점차 ‘미샤’를 벤치마킹한 업체들이 떠오르면서 ‘신화붕괴’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샤’는 경쟁사들로 인해 전체 시장규모가 늘어나 긍정적이라며 여유로운 분위기다. 미샤 관계자는 “여성 네티즌들과 회사 간에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마니아를 만들어낸 저력이 있다”며 “온오프라인 통합 마케팅을 통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샤가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온라인을 통한 마케팅. 초기부터 오프라인을 통해 화장품을 판매한 것이 아니라, 여성포털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 판매를 실시해 시장을 장악했다.
‘미샤’의 뒤를 이어 눈길을 끄는 업체는 ‘더페이스샵’. 더페이스샵은 선발업체인 미샤보다 늦은 지난 2003년 12월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미샤보다 늦게 이 시장에 뛰어들기는 했지만, 사업 시작 1년 만인 지난해 연매출 1천억원을 기록했다. 선두주자인 ‘미샤’와 1백억원(10%)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급성장한 배경에 대해 “기존에 있던 초저가 제품이 ‘가격 파괴’를 앞세운 것과 달리 ‘웰빙’을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더페이스샵의 제품은 총 6백여 가지의 천연재료만을 이용해 만든 자연성 화장품이라는 것. 기존의 자연성 화장품들은 다소 고가였으나, 이 회사의 제품의 경우 저가로 공급하고 있어 시장 점유율이 급속도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더페이스샵은 일명 ‘미투브랜드(후발업체를 지칭하는 용어)’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신제품을 속속 출시, 시장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업체 중 가장 늦게 시장에 뛰어든 곳은 ‘뷰티크레딧’. ‘뷰티크레딧’은 ‘꽃을 든 남자’로 유명한 소망화장품이 새롭게 출시한 초저가 화장품 브랜드로 지난해 11월 매장을 첫 오픈했다.
이 회사는 기존에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미샤’와 ‘더페이스샵’의 장점만을 모았다는 주장이다. ‘미샤’의 온라인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마케팅과 ‘더페이스샵’의 자연주의를 합친 것이 바로 이 회사가 추구하는 컨셉트다.
뷰티크레딧 관계자는 “후발업체는 기존의 업체들이 가지고 있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품질이 뛰어난 화장품을 판매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뷰티크레딧은 모기업인 소망화장품의 고객들을 흡수해 시장 확대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화장품 시장의 총아로 떠오른 초저가 화장품을 둘러싼 업체들간의 사활을 건 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