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믿음에 빨리 보답하고파
▲ 홍순국 메이저리그사진전문기자 |
사이즈모어에다 해프너까지 부상자 명단에 올라가는 상황에서 이렇게 한 건씩 해주는 선수가 나타난다면 선수들은 더욱 큰 힘이 나요.
어제 경기에서 제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를 하면서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는데요, 사실 타석을 준비하면서 카브레라가 포볼로 출루하는 걸 보고 저한테 만루 기회가 올 것을 예감했습니다. 타자들은 컨디션이 좋을 때는 그런 상황을 즐기게 되는데, 지금처럼 제가 롤러코스트를 타는 입장에선 내심 긴장할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일부러 공에 맞았냐고요? 설마요, 아마 제가 데드볼을 맞지 않았다면 분명 홈런을 쳤을 거예요. 그 투수가 운이 좋았던 거죠^^. 이렇게라도 위안을 하지 않으면 많이 우울해집니다^^.
해프너의 부상이 우리 팀한테는 손실이 큽니다. 앞으로 강팀들과 줄줄이 경기를 펼치는데, 올 시즌 방망이 감이 가장 좋았던 해프너가 전력에서 이탈한 부분은 큰 타격인 거죠. 이럴 때 3번 타자인 제가 사이즈모어, 해프너의 공백을 느낄 수 없게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솔직히 제 앞가림하기도 벅찬 게 현실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기나긴 슬럼프를 쉽게 벗어나기가 힘드네요. 지난해 경기 비디오도 보고, 훈련도 일찍 시작하고, 부담을 걷고 즐겁게 야구를 하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그 ‘감’이란 게 왔다, 안 왔다 하는 것 같아요. 야구 시작한 이래 올 시즌 성적이 가장 안 좋아서 더더욱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주위에선 마음 편히 먹고 성적에 대한 부담을 지우라고 조언도 해주는데, 아무리 마인드컨트롤을 하려고 해도 뭔가에 쫓기는 심정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안타를 치더라도 내용이 있는, 영양가 있는 안타를 쳐야 하는 게 아닐까요? 액타 감독이 여론의 압박을 받으면서도 절 꾸준히 믿고 기용해주시는데, 그에 대해 보답을 해야 감독님의 위신도 서는 게 아닐까요? 계속 이렇게 뜨뜻미지근하게 경기를 해나가면,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절 오랫동안 괴롭힐 것만 같습니다.
오늘 경기 후 저랑 비슷하게 헤매고 있는 산타나와 이런저런 얘길 나눴는데요, 제가 산타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랑 나랑 이제 그만 삽질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러자 산타나가 반문하네요. ‘추, 삽질이란 게 뭐야?’^^
클리블랜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