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진실 봉인…일각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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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검찰에 소환된 박연차 전 회장. | ||
박연차 게이트 수사는 현 정부 출범이후 시작된 첫 번째 대규모 사정수사였다. 노 전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한 대검 중수부는 정치적 편향성과 표적수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검찰이 노무현-박연차 간 연결고리를 강도 높게 수사하는 도중에 핵심 당사자인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하면서 수사는 급종결됐고, 검찰총장과 중수부장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참여정부 시절 요직을 거머쥐었던 ‘노무현의 사람들’은 박 전 회장과의 악연으로 일순간 추풍낙엽 신세로 전락했다.
‘좌희정 우광재’로 불리며 참여정부 최고 실세로 통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안 지사는 박 전 회장으로부터 5000만 원어치의 백화점 상품권을 수수한 혐의가 드러나 코너에 몰렸고, 2억 원이 넘는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이 전 지사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결국 도지사직을 상실했다. 특히 이 전지사는 대법원 확정 판결로 도지사직 상실은 물론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향후 10년간 공무담임권과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등 정치 인생에 최대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 출신인 서갑원 전 의원은 박 전 회장으로부터 수천 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최철국 전 의원도 비슷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야인으로 돌아갔다. 청와대 집사역할을 했던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징역 6년형을 확정받았다.
박 전 회장에게 불법정치자금 8억 원을 수수한 장인태 전 행자부 차관은 징역 8월 및 추징금 8억 원을 선고받고, 복역 후 석방됐다. 박 전 회장에게 돈을 받아 장 전 차관에게 전달한 김태웅 전 김해시장은 항소를 포기해 유죄가 확정됐다. 2005년 4월 재보선 때 박 전 회장에게 5억 원, 노건평 씨에게 2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과 김원기 전 국회의장도 유죄가 확정됐다. 박 전 회장에게 1억 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2월 말 가석방됐다.
지난 1월 27일 대법원이 박연차 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7명에 대해 상고심 판결을 내리면서 검찰이 기소한 21명 가운데 19명(17명 유죄, 2명 무죄)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노 전 대통령 일가가 개입된 640만 달러의 진실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이는 영구미제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이 소환조사를 받을 당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를 포함한 모든 수사기록을 영구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봉인된 수사기록이 공개되어 새로운 진실이 밝혀질 경우 엄청난 정치적 파장이 일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현오 경찰청장과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언급한 ‘노무현 차명계좌’의 진실도 언젠가는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수많은 전·현 정권 인사들을 초토화시켰던 박연차 게이트의 당사자인 박 전 회장은 일단 ‘기사회생’한 분위기다. 그는 항소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과 300억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박 전 회장의 일부 혐의에 대해 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재수감될 처지에 놓였던 박 전 회장은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인해 재수감되는 최악의 위기는 면했다.
박 전 회장은 병보석 거주지를 김해시 관동리 자택으로 한정하고, 현재 병원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박 전 회장은 지난 4월 8일 파기 환송심 첫 공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병세가 호전됐다는 항간의 얘기와 달리 그는 지팡이를 짚고 초췌한 모습으로 의사까지 대동하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박 전 회장은 정·관계 인사들에게는 여전히 위험인물로 각인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전 회장의 입에서 또 다른 폭탄발언이 나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