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방역 정책 전환 ‘야외 노마스크’부터 시행…백신 접종률 70%·치명률 독감 수준 하락 ‘관건’
정부가 ‘추석 전 국민 70% 1차 예방접종률’ 목표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위드 코로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는 만큼 코로나 상황이 진정돼 가면 방역과 일상을 조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역체계로의 점진적인 전환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우리 정부는 ‘위드 코로나’ 대신 ‘단계적 일상 회복’이라는 명칭을 써달라고 권고했다. ‘위드 코로나’의 어감이 방역 긴장감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의 ‘위드 코로나’
세계적으로도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는 국가들이 점차 늘고 있다. 지금까지는 감염 자체를 줄이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사망과 위중증 환자를 줄이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움직임이다.
싱가포르는 정부는 이를 ‘뉴 노멀(New normal)’로 명명하고 방역과 일상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백신 접종 이후 확진된 환자는 그 증상이 대부분 경미하기 때문에 집에서 회복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확진자의 동선도 추적하지도 않는다.
다만 현재 알려진 것처럼 신규 확진자 수를 집계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10년째 싱가포르에서 거주 중인 한 교민은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매일 신규 확진자 수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 0~5명 정도에 그쳤던 확진자가 지난 6일 200명대로 늘더니 오늘(11일)은 600명을 넘어 걱정이긴 하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의 뉴 노멀은 단계적 방역 완화다. 싱가포르 정부가 발표한 4단계 로드맵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8월 19일부터 방역 지침을 서서히 완화하는 ‘준비 단계’에 돌입, 앞으로 두 개의 ‘전환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뉴 노멀’, 즉 코로나와의 안전한 공생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러한 봉쇄 조치는 단계별로 완화된다.
전환 단계에 있는 지금의 싱가포르에서는 체온 측정을 의무적으로 하지 않아도 되고 직원의 50%까지는 사무실 출근도 허용된다. 대규모 모임이나 주요 행사에서의 집합금지도 해제돼 백신 접종자에 한해 1000명까지는 공연, 스포츠 경기 관람이 가능하다. 단 한 그룹당 5명으로 인원이 제한되며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최대 50명까지만 참석할 수 있다.
전제 조건은 높은 백신 접종률과 마스크 착용 의무다. 현재 싱가포르에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이 여전히 의무다. 앞서의 교민은 “어떻게 보면 한국보다 마스크 착용을 더욱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8월에는 마스크 의무 착용을 어긴 영국인이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싱가포르의 백신 접종률은 국민 80%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결국 세부 내용만 살펴보면, 완전한 ‘위드 코로나’도 아니며 이미 우리 정부가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낮은 단계와 다르지 않은 셈이다.
유럽연합에서는 덴마크가 올해 4월부터 봉쇄 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동시에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등 점진적으로 방역을 해제해왔다. 그리고 약 5개월이 지난 9월 10일 덴마크 정부는 실내 노마스크와 더불어 백신 접종 증명 의무도 해제했다. 단계적 방역 완화 한 달 뒤 1000명대까지 치솟았던 신규 확진자는 9월 12일 기준 434명으로 다소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반면 전폭적인 방역 완화를 선택한 국가도 있다. 영국은 7월 19일을 ‘자유의 날’로 선언하며 마스크 착용 의무와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제한 등 방역 규제 대부분을 해제했다. 싱가포르나 덴마크와 비교했을 때 규제 완화 정도가 매우 급진적이다. 백신 접종 선두에 섰던 이스라엘은 영국보다 한 달 앞서 집단 면역을 선언하며 실내 마스크 착용을 해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들 국가의 치명률 변화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세계 코로나19 데이터를 모아 놓은 아워월드인데이터(OurWorldInData)에 따르면 9월 12일 기준 대한민국의 치명률은 0.86%, 덴마크는 0.74%, 미국은 1.61%, 싱가포르는 0.08%, 영국은 1.85%, 이스라엘은 0.63%로 집계됐다.
방역 완화 선언 전후를 비교하면 덴마크는 1.00%(4월)에서 0.74%로, 싱가포르는 0.05%(6월)에서 0.08%로, 영국은 2.35%(7월)에서 1.85%로, 이스라엘은 0.76%(6월)에서 0.63%로 변화했다.
#일상 회복 전제 조건
우리 정부는 점진적 봉쇄 완화 방식의 싱가포르식 ‘위드 코로나’를 채택할 예정이지만 사실은 이미 진행 중이나 다름없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9월 6일 브리핑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은 백신 예방접종을 확대하고 입원율·중증화율·사망률 등이 떨어지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단계적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라며 “일시에 거리두기가 대폭 완화되거나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 높은 접종률을 전제조건으로 한다. 방역 당국은 국민의 70%가 2차 접종까지 마치는 시점을 10월 말로 보고 접종 후 면역이 형성되는 2주 뒤인 11월을 방역 정책 전환 시점으로 하는 시나리오를 세우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11월쯤에는 전 국민의 70%가 접종을 완료해 18세 미만을 제외한 성인 인구의 80%, 60세 이상 고령층은 90% 이상의 접종률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방역 단계가 완화되면 가장 먼저 야외에서만큼은 마스크를 벗게 될 수 있다. 당초 정부가 5월 발표했던 접종 인센티브를 겸한 방역 완화 계획에 따르면 ‘직계가족 모임 허용’ 다음이 ‘실외 노마스크’였다. 환기가 잘 되는 야외 공간이라면 침방울을 통한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과학적 사실이 나온 까닭이다.
우리보다 앞서 점진적 방역 완화를 해온 국가들의 발자취를 보면 그 다음은 모임 인원 제한 완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싱가포르는 마스크 착용 의무와 영업시간 제한은 유지하되 모임 인원 제한을 푸는 방식으로 봉쇄 강도를 낮추고 있다. 사회 문화 종교 비즈니스 모임은 가능하지만 그 인원 제한은 서서히 푸는 방식이다. 우리도 이미 백신 2차 접종 후 2주가 지난 접종자에 한해서는 모임 인원에서 제외해주는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이후 다중이용시설의 영업 시간 제한 완화 등 순차적으로 일상 회복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은 가장 마지막 단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은경 청장은 9월 7일 국회에 출석해 “실내 마스크 같은 경우는 제일 마지막”이라며 “미접종자들과 돌파 감염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여전히 많은 국가들이 델타 및 람다 등의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실내 마스크 착용은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치명률을 독감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독감 치명률의 경우 질병관리청에서 별도로 산출하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0.05~0.1% 정도다. 현재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치명률은 약 0.86%로 독감의 치명률보다는 여전히 8배 이상 높은 편이다.
이렇다 보니 치명률을 낮추기 위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는 이르면 연내, 국내에는 내년쯤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MSD(머크)의 ‘몰누피라비르’인데 MSD는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1인당 95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가지만 치료제 구매에 필요한 비용은 전액 국가 부담이다. 우리 정부는 약 362억 원의 예산을 치료제 구매비용으로 편성해 현재 계약 체결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민국의 ‘위드 코로나’ 향방은 추석을 기점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권덕철 중대본 1차장은 12일 오후 중대본 회의에서 “명절 동안 가족 간에 정을 나눠야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부득이한 안전장치다. 불편하더라도 방역수칙을 지키는 안전한 명절을 계획해달라”며 “추석 연휴, 방역 수칙이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에 따라 명절 이후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다시 확산되느냐 안정되느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