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펫숍 거액 책임비 논란 선의의 구조자들 불똥…형식적인 법 적용에 동물학대자로 몰릴 판
지금껏 책임비와 관련해 문제가 된 곳은 입양보호소를 가장한 분양업체, 이른바 변종 펫숍이었다. 이런 업체들은 온라인을 통해 “소정의 책임비만 받는다”고 홍보해 유기견이나 유기묘 희망자를 모은 뒤, 막상 업체를 방문하면 연계된 펫숍의 동물을 보여주거나 책임비 명목으로 수십만 원을 요구해 논란이 됐다.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펫숍 소비를 지양하는 문화가 생기자 책임비 명목으로 펫숍의 동물들을 판매한 것이다.
#“무료분양이라더니 5만 원”
그런데 최근 불똥이 개인구조자들에게 튀었다. 개인구조자들은 동물보호단체에 소속되지 않고 개인적으로 유기동물 구조 활동을 하는데 대부분 사비를 써가며 위기에 처한 동물을 구조하고 기본적인 건강 검진과 예방 접종을 마쳐 입양을 보낸다. 일부 구조자들은 입양 시 책임비 명목으로 3만~5만 원의 금액을 받기도 한다. 현행법상 동물 판매업자가 아닌 자는 돈을 받고 동물을 팔 수 없도록 되어 있으나, 소정의 책임비는 무책임한 파양이나 애니멀 호딩 등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일종의 관행으로 용인돼 왔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개인구조자들의 책임비 논란 배경에는 길고양이 구조에 상반된 인식을 갖고 있는 두 집단 사이의 갈등이 있었다. 상황은 이렇다. 평소 캣맘과 캣대디에 대한 혐오 성향이 짙은 디씨인사이드에서 개인구조자들이 책임비를 받아 영리를 추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지난 9월 1일 ‘야옹이갤러리’에는 개인이 책임비를 받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를 신고하는 법이 게시글로 올라오는가 하면 개인구조자의 신상정보와 사진을 볼 수 있는 블로그 주소가 공유되기도 했다.
개인구조자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유기묘 구조 활동을 하는 최명숙 씨는 9월 2일 일요신문에 “펫숍에서 100만 원 주고 사오는 고양이도 버려지는 세상이다. 구조자 입장에서 책임비 3만 원, 5만 원은 입양자의 양육 의지를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당장 몇 만 원도 꺼리는 사람에게 보낼 순 없지 않나”고 되물었다.
최 씨는 책임비로 이익을 남기고 있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아픈 고양이를 구조하면 들어가는 비용은 적게 잡아도 20만 원 안팎이다. 새끼 고양이는 기본적인 건강 검진과 예방 접종까지 마쳐서 입양을 보내는데 예방접종에만 6만 원이 든다. 특히 성묘는 TNR(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으면 입양이 되지 않아 수술까지 해서 보낸다. 고양이로 장사를 하려고 했으면 50만 원은 받았을 것이다. 입양자에게 받은 책임비는 또 다른 고양이를 구조하는 데 쓰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구조자들이 길고양이를 마구 잡아서 판다는 말도 이해할 수 없다”며 “구조는 치료가 시급한 고양이나 어미로부터 버림받아 혼자 두면 죽을 것 같은 새끼 고양이만 하는 것이 원칙일 뿐더러 마구잡이로 잡는다고 해도 입양이 안 된다. 또 고양이는 현재 보호하고 있는 고양이는 52만 원을 들여 치료했지만 성묘라는 이유로 몇 달 동안 입양이 되지 않고 있다. 차라리 그들 주장대로 구조하는 족족 입양이나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탄했다.
최 씨에 따르면 길고양이는 동물보호법상 지자체 보호조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보호소에 가면 그대로 안락사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개인구조자의 보호 아래 입양을 가는 비율이 개보다 높은 편이다.
#개인구조자=동물학대자?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사정에도 동물판매업자가 아닌 개인이 돈을 받고 동물을 입양 보내는 행위는 현행법상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동물보호법 제2장 제8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유실‧유기동물에 대하여 포획하여 판매하거나 죽이는 행위, 판매하거나 죽일 목적으로 포획하는 행위 또는 유실‧유기동물임을 알면서도 알선‧구매하는 행위는 금지되어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측은 ‘유기동물 구조자가 책임비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였더라도 구조한 동물을 입양 보낼 때 돈을 받았다면 포획하여 판매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형식적인 해석을 내렸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유실·유기 동물인 것을 알면서 길고양이를 포획해 판매하면 동물보호법에 저촉된다”며 “지속적으로 과도한 책임비를 받으면 ‘판매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동물권 옹호 단체에서는 농식품부의 유권해석이 아쉽다는 입장이다. 동물보호법의 법적 성격이나 제정 목적으로 볼 때 개인구조자의 행위를 동물학대자와 동일하게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동물보호법은 학대의 고의를 가진 자의 행위를 처벌하는 법으로 제정 목적은 동물학대를 방지하는 데 있다.
이를 두고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의 권유림 대표(변호사)는 “해당 규정은 2017년 3월 21일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추가된 것으로 현대사회에서 감정적 교류를 나누는 대상인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 동물을 단순히 경제적 수단이나 괴롭힘의 대상으로 삼는 사례도 함께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추가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적 이익이 동반되지 않는 판매에 대해서는 위 규정의 적용을 엄격하게 제한해야만 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위험에 처한 동물을 구조하고 사비를 들여 치료하는 개인구조자를 동물학대자라고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법이 왜 그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했는지, 합목적성에 따른 그 본질을 외면한 채 형식적으로만 해석하고 적용하는 오류가 더 이상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과도한 책임비를 근절하기 위한 업계의 자정 작용도 계속 되고 있다. 대표적인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는 올해 4월 공지문을 통해 “입양홍보 게시물 작성 시, 반드시 책임비를 청구하는 목적과 사용처를 명확히 기재 바란다”며 “책임비는 입양 보내는 동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취지를 벗어난 책임비 청구는 지양해 달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