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만 없을 뿐 ‘담배는 담배다’
▲ 개발된 지 얼마 안된 전자담배의 금연효과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담배에서 일어나는 연소과정 없이, 니코틴 용액을 기화시켜 몸속으로 흡수되는 것이 전자담배. 중국에서 2003년에 처음으로 개발된 전자담배는 2007년 처음 국내에 들어왔다. 수입량이 날로 증가해 2008년에 비해 지난해에는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니코틴의 함유 여부에 따라서 전자담배와 금연보조제(흠연욕구 저하제)로 분류돼 전자는 담배사업법의 관리를 받고, 후자는 약사법의 관리를 받는다.
전자담배를 애용하는 이들이 꼽는 첫 번째 용도는 건강을 위한 금연 도구용이다. 어머니가 아들의 금연을 위해 구입하고, 아이들의 간접흡연을 걱정하는 아버지들도 구입한다.
전자담배 구입의 또 다른 이유는 냄새가 없다는 점이다. 일반 담배 냄새는 옷에 배면 잘 없어지지 않고 사람들이 싫어해 맘껏 피우기가 힘들지만 전자담배는 냄새가 없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피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런 이유로 전자담배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먼저 담배를 끊지 못하듯 전자담배에 중독될 수 있다. 하루 한 갑이던 흡연량이 두 갑, 세 갑으로 점차 늘듯이 전자담배도 처음 피울 때는 1주일에 한 번 구입하다 갈수록 늘어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안전성 면에서는 어떨까. 전자담배는 흡입을 통해 니코틴이 빠르게 몸속으로, 그리고 대뇌에 작용한다. 일반 담배의 연소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발암물질이 훨씬 적을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안전성에 대해서는 미국 식약청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산하 소비자안전센터가 2009년 발표한 ‘전자담배 안전 실태 조사’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전자담배 관리 방안 연구’ 등에 따르면 전자담배 일부 제품에서 포름알데히드 등의 발암물질이 4~31㎎ 검출됐다. 이는 일반 담배 못지않은 수치로 전문가들은 과다하게 전자담배를 이용할 경우 자칫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다 보니 전자담배의 금연효과에 대해 제대로 입증된 것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은 전자담배의 안전성이나 금연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금연 목적으로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것은 적합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몇 편의 연구 결과가 나와 있지만 서로 결과가 다르거나,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라 이도 크게 신뢰하긴 힘들다. 따라서 어느 정도 장단기적인 금연 효과와 건강상의 효과가 입증되기 전까지 전자담배를 금연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기존에 효과가 입증된 니코틴 패치나 껌, 챔픽스 같은 약물의 경우 3개월, 1년 금연 성공률이 제시되어 있다.
“반면 전자담배의 경우 일시적인 흡연욕구 저하 효과 정도만 보고된 상태”라는 것이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이철민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효과가 없다는 상반된 보고도 있다고 한다.
또 하나, 전자담배는 니코틴 함유량의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아 동일 레벨의 제품이라도 니코틴 함유량이 2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또한 전자담배는 한 갑이나 한 개비 단위로 니코틴 함량이 제대로 표기되지 않아 오히려 일반 담배보다 더 많이 피우게 될 수도 있다.
140여 종에 달하는 전자담배의 액상(증기 포함)에 대한 유해성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담배에는 4000여 종의 화학물질과 81종의 발암물질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자담배는 이 중 타르와 일산화탄소만 없을 뿐 나머지 발암물질이 어느 정도 들어 있는지 검증된 바 없다는 것이다.
전자담배를 이용했을 때 별다른 부작용은 없을까. 일반 담배는 이미 흡연 방식이 적응돼 있고, 원하는 니코틴 농도를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전자담배는 니코틴이 과량으로 몸속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니코틴이 과량 흡입되는 경우 오심, 구토, 어지러움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금연. 최근 영국 연구팀이 <란셋>지에 밝힌 20가지 약물의 해로움을 비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담배와 코카인이 같은 정도로 해롭다고까지 한다.
금연을 위해서는 우선 금연을 하려는 굳은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흡연의 유혹이 강한 술자리 등의 환경은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자가금연의 1년 성공률은 3~5%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금연보조제인 챔픽스를 사용하는 경우 1년 금연성공률은(대개 3개월 사용 후 1년까지 지켜보는 것) 20% 초반으로 보고되어 있다. 현재 약물 치료에는 니코틴 대체제, 챔픽스, 웰부트린(성분명 부프로피온) 등 세 가지를 많이 사용한다.
이철민 교수는 “혼자서 담배를 끊는 것보다는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최대 3배 정도 금연 효과를 높이고, 금연 상담도 추가로 3배 정도 금연 효과를 높인다”며 “금연 초기부터 상담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가까운 보건소나 병원의 금연클리닉, 금연 콜센터 등을 이용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금연상담은 횟수나 강도가 증가할수록 성공률이 높아지는데, 의사가 아닌 금연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 금연 상담전화(1544-9030)도 개설돼 있다.
특히 이미 금연에 여러 번 실패해 자신감이 떨어져 있거나 금단 증상이 심한 경우,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이철민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