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 추석 당일 ‘치매 극복의 날’ 孝 캠페인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제정된 ‘치매관리법’에 따라 매년 9월 21일을 ‘치매 극복의 날’로 정했다. 치매 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치매를 극복하기 위한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목적에서다.
인구의 고령화로 치매 환자는 급속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2050년엔 전 세게 치매 환자가 1억3,9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WHO 보고서가 나왔다. 현재 5,500만 명인 치매 환자가 2030년에는 40% 증가한 7,800만 명, 2050년엔 그 두 배 정도인 1억 3,9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민국의 노인 치매 환자 인구도 2013년 57만 6,000여 명에서 2030년 127만 2,000명, 2050년 271만 명으로 급증해, 노인 7명 중 1명이 치매 환자가 될 것이라고 지난 2017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전망했다.
이 같은 환자 급증세에도 불구하고, 치매에 대한 인식이 떨어져 여전히 치매를 건망증으로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건망증은 일반적으로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지만, 시간과 장소, 상황이나 환경 따위를 올바로 인식하는 능력인 지남력이나 판단력 등은 정상이어서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건망증 환자는 잊어버렸던 내용을 곧 기억해 낸다거나 힌트를 들으면 금방 기억해 낸다. 치매는 기억력 감퇴뿐 지남력이 현저히 떨어짐으로써 지적 기능이 지속해서 감퇴하는 게 건망증과 구분된다.
올해 ‘치매 극복의 날’은 묘하게도 추석(9월 21일)과 일치한다. 긴 연휴 동안 코로나 감염병으로 인해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부모를 잘 살펴보고 행여 치매 증상을 보이는지 체크하는 것도 ‘슬기로운 효도 생활’일 수 있다.
먼저 부모의 기억력이 떨어졌는지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최근 들어 ‘종종 약속 사실을 잊어버린다’는 말씀하시면 그 사례들을 꼼꼼히 들어보고 어떻게 대처했는지 확인해보는 게 좋다.
건망증이라면 어떤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힌트를 주면 금방 기억을 되살릴 수 있지만, 치매 환자는 힌트를 주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언어장애도 치매의 흔한 증상 중의 하나. 물건의 이름이 금방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리는 현상인 ‘명칭 실어증’의 경험을 호소하면 또한 치매 검사를 권해볼 수 있다.
시공간을 파악하는 데 혼란스러워하면 치매 조짐을 의심할 수 있다. 혼자서 익숙한 곳에서 길을 헤맸다거나, 자기 집을 찾지 못하고 집 안에서 화장실이나 안방 등을 혼동하는 때도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치매가 진행되면 음식 만드는 방법 자체를 잊게 된다. 퇴행성 변화 초기에는 후각과 미각이 떨어지면서 음식의 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므로, 추석 때 어머니 손맛이 변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TV 볼륨을 지나치게 높이거나, 낮잠이 많은지도 치매 진단의 한 요소다.
부모의 성격이나 감정의 변화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과거엔 일 처리가 매우 치밀하던 사람이 설렁설렁한다거나, 매우 의욕적이던 사람이 매사에 무덤덤해지는 것도 치매 증상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우울증과 불면증도 치매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잘 살펴봐야 한다.
부산 온종합병원 신경과 하상욱 과장은 “치매는 조기 진단되면 약물치료 등으로 그 진행을 늦추거나, 발병원인이 뭔지에 따라서 완치도 가능하다”며 “모처럼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을 잘 활용해서 평소 보이지 않는 행동이나 감정변화 등을 보이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가 신경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