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만화 ‘아이콘’ 한류 몰러 나간다
▲ 초등학생들의 필독서로 자리잡은 <코믹 메이플스토리>. 아이들이 최신호를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시대마다 어린이들을 웃고 울게 한 아동만화는 늘 존재했다. 1960~70년대에 <까불이> <꺼벙이>와 같은 명랑만화가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면, 1980~90년대에는 <아기공룡 둘리>와 같은 작품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서울문화사가 2004년부터 발간하기 시작한 <코믹 메이플스토리>(코메)는 그 바통을 이어받아 2000년대 대표 아동만화로 자리 잡았다. <코메>는 넥슨이 제작한 인기 RPG게임 <메이플스토리>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힘겨운 모험 속에서 난관을 극복해가는 이야기다.
최근 <코메>는 45권을 발간하면서 누적부수 1250만 부를 기록했다. 이러한 기세라면 꿈의 2000만 부도 머지않아 보인다. 단일 출판 콘텐츠 시리즈로써 그야말로 경이로운 기록이다. 또한 <코메>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15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만화 시장을 넘어 ‘밥벌이’가 시원치 않은 전체 출판시장 상황을 보더라도 믿기지 않는 수치다.
기자와 만난 한 초등학교 여교사는 <코메> 이야기를 꺼내자 흥분하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코메>는 단연 선풍적인 인기다. 아이들 중 한 명이 <코메> 최신호를 들고 오면 쉬는 시간 내내 돌려보느라 정신이 없다. 요즘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코메>를 모르면 이야기가 안 될 정도다.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기에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나 신기해서 나도 얼마 전 <코메>를 들춰 봤다. 정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처럼 요즘 초등학생 아이들 사이에서 <코메>는 단순한 인기를 넘어 하나의 ‘신드롬 ’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코메>는 온라인 콘텐츠를 오프라인 콘텐츠로 승화시킨 매우 특이한 사례다. 온라인 시장의 강세로 상당부분 오프라인 콘텐츠가 온라인 콘텐츠로 개발되는 경우는 꽤 있었지만 이러한 ‘역발상’은 흔치않다. 예전에도 ‘블리자드사’의 당대 최고인기 게임 캐릭터를 이용해 만화가 나온 경우도 있었지만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그만큼 <코메>의 성공은 특별하다 볼 수 있다. 물론 혹자는 게임을 통해 캐릭터가 잘 알려졌기 때문에 오히려 성공에 일조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게임을 통해 잘 알려진 인기 캐릭터일지라도 ‘내용’이 탄탄하지 않다면 과거 몇몇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서울문화사 아동기획팀 최원영 팀장은 심혈을 기울인 <코메> 제작과정을 기자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최 팀장은 “아무리 원작 게임에서 캐릭터를 따왔다 하지만 콘텐츠가 훌륭하지 않으면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 그림을 담당하는 서정은 작가나 글을 담당하는 송도수 작가 모두 <코메>를 전부라 여길 만큼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대한 아이들에게 자극적이지 않고 유익한 내용을 담고자 세밀하게 제작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작하는 우리 입장에서도 정말 아니다 싶으면 작가님들에게 수정을 재차 요구하기도 하고 아예 마감을 앞두고 전부 뒤엎기도 한다. 그러면서 작가님들과 싸움도 많이 했다. 독자들이 귀한 돈과 시간을 내면서 사보는 책이기 때문에 안일하게 제작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독자들은 정말 민감하다. 우리가 잘 만들지 못한다면 순식간에 제로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매 권 매 권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게 <코메>가 지금까지 인기를 끌어올 수 있었던 힘이 아닌가 싶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기자가 <코메> 최신호를 들춰보니 ‘만화책’이라기보다는 잘 꾸려진 한 권의 ‘아동잡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세하게 표현된 그림과 스토리는 물론이고 독자들에 유익한 콘텐츠 짜임새가 한눈에 들어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책 곳곳에 마련된 부수적 콘텐츠들이었다. 그림을 담당한 서정은 작가가 제작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을 카툰으로 엮은 ‘화실이야기’, 아이들의 언어력 향상을 위해 마련된 송도수 작가의 단어해설 코너 ‘송맛사’ 등 작가들의 서비스 콘텐츠가 정성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또 책 곳곳에는 독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코메짱’, 주인공들의 대사를 알아맞히는 ‘상상따’, 추첨을 통해 간식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코메통’, 독자들의 여러 가지 고민을 상담해주는 ‘전문의 고민상담 코너’ 등 독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깨알같이 들어있었다. 얼마나 제작진이 세심하게 책을 기획했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들이었다.
앞서 설명했듯이 <코메>는 활발한 독자들의 참여가 큰 자랑이다. <코메>의 팬카페는 현재 공식 회원 수만 10만 명이 넘었다. 지난해에는 ‘네이버 대표카페’로 인증받기까지 했다. 하나의 출판 콘텐츠를 위한 팬카페라고는 쉽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수치다. 한 예로 세계적인 아동 콘텐츠라 할 수 있는 <해리포터>의 국내 최대 팬카페 회원 수는 8만~9만 명이다. 토종 콘텐츠인 <코메> 팬카페와 비교하면 한 수 아래라고 할 수 있다. <코메>에는 온라인 카페를 통한 팬들의 피드백이 꼼꼼하게 반영된다. 한 달에 평균 2000통이 넘는 애독자 엽서 역시 중요한 피드백 통로다.
<코메> 제작진은 이러한 독자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매번 한 가지 중요한 약속을 내건다. 짝수 달 20일을 <코메>의 신간호가 나오는 ‘코메데이’로 정한 것이다. 최 팀장은 “매월 한 권의 책이 마감되는 꼴이다.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하지만 ‘코메데이’를 지키는 것은 항상 <코메>를 기다리고 있는 독자들을 위한 중요한 약속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 또 정기구독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라고 말했다.
<코메>는 현재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 팀장은 “이미 중국 현지에서 판권계약을 통해 중국판 <코메> 발간이 최종 확정됐다. 앞으로 중국에서도 우리 <코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일본 진출도 진행하고 있다. 일본 현지와 협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