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깨지자 ‘내전’ 발발
이 역사적인 사건은 지난 91년 알바니아의 한 금융 피라미드(다단계) 회사가 수집된 자금으로 신규회원에게 고리의 이자를 지급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유사한 금융 피라미드 회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발생했다. 이후 93년에서 96년까지 17개의 금융 피라미드 회사들이 월 최고 47%에 이를 정도로 이자율을 경쟁적으로 올리면서 알바니아의 많은 국민들이 피라미드 회사에 투자를 했다. 이 기간 동안 알바니아는 국민들의 이자소득이 급격히 증가해 GDP 상승률이 연 평균 10%에 이를 정도로 일시적인 고도성장을 하기도 했다.
급기야 알바니아의 집권당인 민주당은 단기간에 고금리를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피라미드식 투자예금 정책을 추진했다. 당시 알바니아의 일부 정치인들은 낙후한 알바니아 경제에 ‘금융 피라미드’가 새로운 부의 창출 모델이라며 국민들에게 적극 권장했다. 이렇게 해서 알바니아 내전 직전의 주요 피라미드 회사들의 적립금은 GDP의 50%에 이르는 12억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해 한계에 다다른 금융 피라미드 회사들은 연쇄 도산해 알바니아 국민의 1/5에 이르는 70만명이 피해를 입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97년 2월 알바니아는 전국이 갑자기 혼란에 빠져들었고, 3월에는 공공질서가 완전히 무너졌다. 게다가 베리샤 정권이 금융 피라미드 회사들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한 사실까지 밝혀지자 대규모 군중시위가 발생, 군이 투입되는 등 알바니아는 결국 내전에 휩싸였다. 이후 베리샤 대통령이 사임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지난 99년 IMF가 지원을 약속하면서 차츰 상황이 호전돼 알바니아의 정치와 경제가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