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짧은 시평(time horizon)은 이번 개혁에서도 어김없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내년 11월까지 지휘구조 개편을 마무리한다는 일정엔 자신의 임기 안에 일을 마치려는 이 대통령 뜻이 반영된 듯하다. 그래서 논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줄어들었다. 현직 참모총장들이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사안들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의를 본 뒤에 처리되어야 한다.
셋째, 개혁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외부의 침입에서 사회를 지키는 터라 군대는 아주 특수한 조직이다. 당연히 군대의 개혁엔 군대를 실제로 지휘해본 사람들의 판단을 참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비역 장군들의 진언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듯한 이 대통령의 태도는 걱정스럽다. 모든 변화들엔 어차피 저항이 따르고 예비역 장군들이 ‘군간 경합’(interservice rivalry)의 대리인 노릇을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래도 대통령으로선 그들의 얘기를 전문가들의 소중한 진단으로 여겨서 진지하게 참고해야 한다.
지금 우리 군엔 전쟁에서 부대를 지휘해 본 지휘관이 한 사람도 없다. 싸움터에서 실제로 부대를 지휘해서 적군과 싸우는 일은 다른 모든 일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심지어 평시의 군사훈련과도 다르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불확실성이다. 기업들과 정부의 책임자들은 필요한 정보들을 상당히 지닌 상태에서 결정을 내린다. 싸움터의 지휘관은 아주 불확실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결정을 내린다. 민간인 출신 정치 지도자들은 그런 차이를 실감하기 어렵다. 군대 경험이 없는 이 대통령으로선 특히 겸허해져야 하는 대목이다. 개혁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6·25 전쟁과 월남전에 참전했던 장군들의 의견을 소중하게 받아들여 검토하는 것은 실수가 사회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국방에서 실수를 줄이는 길이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