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 뒷문 맡던 박, 2013년 이후 첫 1라운드 출격…쉬자위안 누르고 판팅위와 만나 ‘흥미진진’
11일부터 14일까지 한국기원과 중국기원, 일본기원 대회장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 1라운드에서 한국은 개막전에서 일본 시바노 도라마루에게 승리한 원성진 9단과 박정환 9단의 승리로 1라운드를 2승 1패로 마무리했다.
중국은 첫 번째 출전자 리웨이칭 9단이 원성진에게 승리했으나 일본 쉬자위안 9단에게 발목을 잡혔고, 쉬자위안은 예상외로 조기 출전한 한국 박정환 9단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3년 14회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10년 연속 출전 중인 박정환 9단의 1라운드 출격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정환은 14일 쉬자위안에게 승리하며 농심배 통산 14승 6패를 기록했다.
#대회 2연패 가능할까
주최국인 한국은 농심배에서 그동안 총 13번 우승해 8회 우승의 중국과 1회 우승의 일본을 압도해 왔다. 하지만 최근 7년은 중국에 여섯 번이나 우승컵을 내줬다. 한국은 지난해 신진서 9단의 활약으로 우승컵을 탈환해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올해는 신진서를 비롯해 박정환, 변상일 등 랭킹 1~3위에 신민준(5위), 원성진(6위)이 가세해 역대 최강의 멤버라는 평을 듣는다.
올해도 한국과 우승을 다툴 것이라 예상되는 중국은 커제, 미위팅, 판팅위 등 세계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기사들 주축에 신예급 리친청, 리웨이칭이 가세하는 조합으로 패권 탈환에 나선다. 양딩신, 구쯔하오, 롄샤오 등 강자들이 선발전에서 탈락했지만 여전히 위협적이다.
그중에서도 판팅위는 농심배와 인연이 깊은 기사다. 그동안 여섯 번 출전해 17승 6패를 기록했다. 특히 제20회 대회 때 올린 7연승은 농심배 역대 최고 기록이다.
만년 꼴찌 탈출을 원하는 일본도 기성·명인·본인방을 보유한 1인자 이야마 유타를 필두로 이치리키 료, 시바노 도라마루, 쉬자위안, 위정치 등 최강 팀을 꾸렸다.
#박정환의 조기출격 화제
농심배 1라운드의 화제는 단연 박정환의 조기 출장이었다. 그동안 줄곧 주장을 맡아 한국팀의 마지막을 책임졌던 박정환이 2장으로 출전한 것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
목진석 국가대표팀 감독은 “9월 중순쯤 농심배 이야기를 나누다가 박정환 9단이 올해는 자신이 일찍 나가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피력했었다. 그래서 박 9단을 두 번째 주자로 내정하고 훈련을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쉬자위안을 꺾은 박정환은 “일찍 나오면 부담감이 덜할 줄 알았는데 먼저 나가도 부담은 마찬가지였다”고 말하면서 “다음 상대는 중국의 판팅위 9단이라고 알고 있는데 만만치 않은 승부가 될 것 같다. 남은 기간 상대를 많이 연구해서 좋은 성적을 남기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정환의 조기 출장은 팬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각종 인터넷 바둑 게시판에는 ‘강한 2번’ 박정환의 이른 출격을 환영하는 글들이 많았다. 한 바둑 관계자는 이렇게 내다봤다.
“농심배에서 주장급 선수의 이른 출전은 그동안 득보다 실이 더 많았다. 연승전은 뒤로 갈수록 1승의 가치가 커지는 법이라 박정환 9단 정도의 급이 두 번째 주자라면 솔직히 3연승을 거둬야 겨우 본전이다. 다만 박정환 9단이 그동안 매번 마지막에 등장하면서 부담이 컸고, 올해는 한국팀 멤버 구성이 좋으니 한 번 편하게 두라고 감독과 동료들이 배려한 듯 보인다. 또 원래라면 신민준 9단이 출전해야 하는데 신 9단의 최근 컨디션이 안 좋은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아무튼 팬들 입장에서는 지켜보는 재미가 생겼기 때문에 대회 흥행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
본선 2라운드는 11월 26일부터 속개된다. 박정환과 판팅위의 상대 전적은 10승 6패로 박정환 9단이 앞선다. 한편 우승팀이 결정되는 본선 3라운드는 내년 2월 21일부터 온라인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고 (주)농심이 후원하는 농심신라면배의 우승상금은 5억 원, 본선에서 3연승하면 1000만 원의 연승상금(3연승 후 1승 추가 시마다 1000만 원 추가 지급)이 지급된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초읽기 1분 1회씩이 주어진다.
제23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각국 출전선수 명단
한국 : 신진서·박정환·변상일·신민준, 탈락-원성진(1승1패)
중국 : 커제·미위팅·판팅위·리친청, 탈락-리웨이칭(1승1패)
일본 : 이야마 유타·이치리키 료·위정치, 탈락-시바노 도라마루(1패)·쉬자위안(1승 1패)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