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에 소 들인 비법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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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충정로의 한국경제신문빌딩. | ||
현재 한경 주식은 현대자동차 29.57%, 삼성·LG·SK 각 9.59%, 전경련 회원 1백31개사 40%, 한경우리사주조합 2% 등이 소유하고 있다. 4대 그룹이 나눠내는 몫 이외의 자금은 나머지 전경련 회원사들이 낼 것으로 알려졌다.
3월 중순에 있었던 이사회에는 각 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그룹에서는 참석 여부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이 문제가 언론계의 미묘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기에 불똥이 튈 것을 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경 증자는 지난 몇 년간 한국경제신문의 화두였다. 자본금 6백23억원인 한경의 부채 총계는 1천9백59억원. 한경이 자금압박을 받은 결정적인 이유는 충정로 옛 사옥터에 건립한 새사옥 건설대금에 있었다.
때문에 지난 2004년 3월 취임한 신상민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1대 주주인 현대자동차를 증자에 참여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여의치 않자, 관계 재계 등 각계에 호소하며 증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한경 증자의 총대는 1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가 멨다. 이 과정에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증자 결의를 도출해 낸 이사회 직전까지만 해도 또 다른 방안이 검토됐다는 것.
재계에서 나오는 얘기를 종합하면 한국경제신문을 50% 감자한 뒤 삼성 계열사가 200% 증자에 참여하여 삼성이 사실상 한국경제신문을 계열화하는 방안도 실무진에서 검토됐다. 이 계획의 입안 및 실무 작업은 삼성그룹 구조본의 김인주 재무팀장이 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범 삼성계열로 분류되는 중앙일보에 한국경제까지 가세하는 형국이 된다.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쪽에서도 한경이 삼성의 영향력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극히 꺼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경이 삼성의 우산 아래 범 중앙일보계로 분류되면 그 시너지 효과로 인해, 광고와 영향력면에서 자신들의 입지가 약화될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앙일보는 일간스포츠에 자본 참여를 한 뒤 콘텐츠와 판매쪽에서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
또 이런 ‘삼성 총대론’은 현재 한국경제신문의 1대 주주인 현대자동차로서도 탐탁지 않은 구도였다.
때문에 현재와 같은 지분 구도를 유지하는 선에서 재계의 리더그룹인 현대차와 삼성 LG SK그룹이 증자 분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방안에 최종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결국 현대차의 부담액이 4대그룹 중 가장 크게 된 것.
문제는 재계 빅4가 한경 증자에 각각 백억원대 이상의 자금 지원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론계에 미묘한 갈등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타 언론사에서 한경 증자를 ‘빈집에 소 들어간 것’으로 바라보며, “왜 우리집에는!”이라는 ‘의문’과 느낌표를 달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언론사들도 어려운 처지인데 한경만 재계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는다는 점이 부각된 것이다.
한국일보의 경우 창업자인 백상 장기영 회장을 기리는 안국동 로터리의 백상기념관이 최근 헐렸다. 지난해 말 경영난에 처한 한국일보에서 삼성생명에 25억원 정도를 받고 넘긴 것.
한국일보에선 경영난 타개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백상기념관터 매각을 추진했지만 원매자를 구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그런데 한경으로는 ‘한방’에 6백억원이 들어가자 내심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겨레 등 다른 신문도 역시 한국일보와 비슷한 경영문제를 안고 있다. 재계의 지원으로 한방에 경영난에서 탈출하는 ‘한경식 경영난 탈출법’이 재계와 언론계에 미묘한 파문을 불러일으킨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한경 증자를 결의한 임시 이사회 전후에 몇몇 언론사에서 한경의 증자 문제 추이에 대해 휴일에도 출근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매일경제>에 이사회를 전후해 증자에 참여한 4대그룹과 관련한 비판적 기사 몇 꼭지가 실리자 ‘한경 증자 참여’ 후유증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이에 대해 매경쪽에서는 기사가 한경 증자와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오비이락’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경쪽에선 이사회 전후 데스크 회의를 통해 혹시 있을지도 모를 ‘매경의 증자 방해 움직임’에 대해 보고할 것을 지시하는 등 두 경쟁지 간에 팽팽한 신경전이 일기도 했다.
이렇듯 한경 증자 문제가 언론계 갈등 양상으로까지 번지자 삼성이나 LG, SK그룹에선 자신들이 한경 증자에 참여하게 된 것은 현대차의 지분이 30%로 자신들이 가진 것을 합한 지분 24%보다 월등히 많아, 현대차를 견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참여한 것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이들은 증자 대금이 사옥 건립에 따른 부채를 갚는 데 쓰이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고서야 증자에 동의해 주었다고 한다. 현대차를 제외한 다른 그룹에선 1대 주주인 현대차도 한경 경영난에 책임이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을 펴 현대차를 난감하게 만들기도 했다.
반면 현대차는 이번 증자로 현대차의 지분율은 그대로지만, 삼성이나 LG SK 등은 지분이 9.59%대에서 각각 15%대로 늘어나는 등 이번 증자에 현대차가 총대를 멘 게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경영난에 처한 타 언론사에서도 한경 증자를 문제삼기보다는 ‘우리도 한경처럼’ 재계의 지원을 이끌어낼 묘수를 찾아 보자는 분위기가 더 커지고 있다.
한경의 증자 안건은 오는 31일 한경 주주총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확정되고, 그 이후 이사회를 통해 정확한 주주별 분담액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