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인재 ‘콕 집어’ 구애 작전
▲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지난 3월 10일 여의도 LG트윈타워서 열린 ‘LG FPR 3D TV기술설명회’에서 필름패턴편광(FPR) 방식 패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LG디스플레이의 매출을 급상승시킨 SCM은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최초로 도입해 체계화한 프로그램으로, 영업 생산 구매 등 사내 모든 조직이 고객에 초점을 맞춰 ‘하나의 계획’을 기반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관리 시스템이다. LG그룹 내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가장 먼저 최고경영자(CEO)인 권영수 사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정호영 부사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전 사업부문에서 핵심인력들이 참여해 2년째 진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최근 LG전자 역시 4개 사업본부에 본부장 직속 SCM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단계적 의사결정 체계를 중시하던 LG전자가 직속 보고 체제로 운영되는 조직을 만든 것은 이례적인 변화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더욱이 진행 현황을 오너 CEO인 구본준 부회장이 직접 챙길 정도로 주력하고 있는 분야다.
<전자신문>에 따르면 구 부회장이 올해 초 임원 워크숍에 SCM 전문가인 종합식품기업 대상의 박성칠 사장을 초대한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박 사장은 LG전자의 숙명적 라이벌인 삼성전자에서 SCM 혁신을 주도했던 대표적인 인물이자 프로세스 체계에서 시스템까지 꿰뚫고 있는 ‘멘토’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LG전자의 적극성이 IT분야 인력전쟁의 불을 댕기고 있다고 한다. LG전자가 공급망관리시스템인 SCM 관련 경력직 확충에 나서며 인력시장에 잔파도가 일고 있다는 것이다. 취재결과 LG전자는 한 헤드헌팅 업체에 대기업 계열 IT업체 직원들을 ‘콕 집어’ 영입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섭외 대상은 SCM 공급업무를 경험해 본 대리급 이상의 경력자였다.
해당 헤드헌팅업체 관계자는 “LG전자에서 SCM 인력 확충을 목적으로 모 업체 해당부문 관련 경력자를 물색해 달라고 요청해왔다”고 말하면서도 “한꺼번에 여러 명과 접촉하지 않고 시기를 두고 한 명씩 면접 제안을 하고 있는 정도로 ‘인력전쟁’으로까지 표현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한 없이 계속해서 추천해달라고 하는 걸 보면 내년까지 스카우트 움직임이 계속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영입 타깃이 된 IT업체는 술렁이고 있다. 한 내부 관계자는 “올해만 해도 한 팀에서 5분의 1가량의 경력직 사원들이 LG전자로 옮겨갔다”며 “갑자기 인력이 빠지다보니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자회사 인력까지 끌어 오는 상황인 데다 핵심인재의 경우는 연봉협상을 통해 다시 불러오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련의 분위기에 대해 LG전자 측은 “그런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해외 수출시 글로벌 기준에 맞추기 위해 SCM 분야 강화가 필요하지만 특정기업을 타깃으로 인력 충원을 한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라며 “예전부터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매년 600명 정도의 경력사원을 공개모집하고 있지만 한 회사로부터 대거 영입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스카우트 대상이 된 IT업체 측은 “일반적인 수준 이상으로 인력이 빠져 나가면 이야길 들었을 법한데 아직 그 수준은 아니다”라며 “사원들이 헤드헌터와의 접촉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이직까지 이어진 경우는 적어서인지 특별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는 입장을 밝혔다.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