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는 ‘레슬링 사랑’ 종결자
일본 유학 시절 한국계 레슬러 역도산에 매료된 이 회장은 본격적으로 레슬링을 시작했다. 그러나 훈련 도중 왼쪽 눈썹 부근이 찢어진 것을 발견한 가족들의 반대로 레슬링부를 나와야만 했다. 대한레슬링협회 관계자는 “연간 10억 원 이상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회장님이 협회 명예회장으로 계시다는 건 레슬링계의 행운”이라고 전했다.
이건희 회장의 둘째사위인 김재열 제일모직 사장은 지난 3월 16일,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지난해 빙상연맹 국제부회장을 맡아 국제외교업무를 담당해왔다. 고 김병관 동아일보사 명예회장의 차남인 그는 2000년 이건희 회장의 차녀 이서현 부사장과 결혼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외손자인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건희 회장의 생질)은 테니스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테니스 마니아인 조 회장은 연간 20억 원 이상의 지원금으로 꿈나무 육성과 대회 운영을 돕고 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역대 회장단에는 ‘삼성맨’들이 즐비하다. 2009년부터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제22대 오동진 회장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이사-삼성전자회장비서실 전무이사-삼성전자 북미총괄 사장을 역임한 ‘정통 삼성맨’ 출신이다. 21대 신필렬 회장 역시 삼성물산에 입사한 이후 삼성의료원 부사장-삼성 라이온즈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20대 이대원 회장도 제일모직 입사 이후 삼성자동차 부회장-삼성중공업 상담역 부회장-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육상경기연맹 관계자는 “기업인 출신 회장이 취임한 1997년 이후부터는 연간 7억~15억 원에 달하는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1997년 이전엔 지원금을 거의 받지 못했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다. 지원금 액수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에 각 가맹경기단체들이 협회 회장을 선임할 때 경기인보다는 기업인을 선호하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