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측 “커피 안 탄다 하니 괴롭혀…가해자들 징계해야”
A 씨의 유족들은 26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청을 다닌다고 좋아하던 제 아이가 대전시청을 다녀서 죽게 됐다”며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A 씨는 올해 1월 9급 공채로 임용돼 지난 7월 대전시청 도시주택국으로 발령받았다. 그러나 3개월 만인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과 변호인은 A 씨의 죽음의 원인이 따돌림, 부당한 업무지시, 과중한 업무 부담 등 직장 내 괴롭힘에 있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A 씨는 규정 시간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 상사가 마실 물과 차, 커피 등을 준비하는 지시를 받았다. 그가 부당한 업무라며 거절하자 이후 동료들의 무시와 업무협조 배제, 투명인간 취급 등의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A 씨 어머니는 “아들은 숨지기 한 달 전부터 신경정신과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면서 “어떻게 3개월 사이에 멀쩡했던 제 아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을 수 있냐. 제 아들은 8월 이후부터 ‘가슴이 터질 것 같고 숨이 잘 안 쉬어진다’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 아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왕따 발언을 하는 동료와 12시간을 같이 있어야 했다.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동료에게 자존감을 많이 짓밟혔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A 씨는 평소 주변 지인에게도 ‘혼자만 행정직 공무원이라 나머지 사람들이 협조를 안 해준다’ ‘업무를 물어봐도 혼자 알아보고 해결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따돌림을 당해 밥 먹으러 가자는 말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통을 호소하던 A 씨는 휴직을 하루 앞둔 지난달 26일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 측은 “한 젊은 청년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에 대한 징계 처리가 하루라도 빨리 이뤄지게 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다”며 “직장 내 갑질 등 괴롭힘으로 인한 죽음에 대한 ‘순직’ 처리와 시청사 내에 추모비를 건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례식장에 온 허태정 시장이 억울함이 없도록 처리하고 유족이 요청하는 것에 대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대전시 감사위원회는 유가족의 요구사항은 ‘다른 채널을 통해 이야기해라’ ‘요구사항을 윗선에 전달해줄 수 없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전시 감사위원회 측은 “다른 사안보다 우선해 A 씨에게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11월까지 완료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감사위원회 조사는 중립성과 공정성이 중요한 만큼 관계자를 조사한 뒤 조사 후 관련 대책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