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광’ 약해지고 ‘악재’까지 겹쳐
▲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
이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인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이사회에 고려대 인맥을 적절히 포진시켜 주목을 받아왔다. 고려대 법대 출신인 김각영 전 검찰총장은 2009년부터 하나금융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다. 고려대 상대 출신인 유병택 전 두산 부회장을 비롯한 굴지의 대기업 CEO 출신들 역시 사외이사진에 포진돼 무게감을 더해준다. 이들 모두 김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들이다.
지난해 말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선언하고 금융위원회에 예비인가 승인 신청을 낼 때까지만 해도 정·관·재계에 연줄이 두터운 하나금융의 고려대 인맥이 큰 부러움을 사는 듯했다. 그러나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작업이 답보상태에 이르면서 “하나금융 인맥 약발이 안 먹힌다”는 등 뒷말이 많아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나금융 최대주주였던 골드만삭스가 하나금융 지분을 대량 처분하면서 하나금융을 향한 시선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4월 21일 골드만삭스는 보유 중이던 하나금융 주식 1830만 주(지분율 7.55%) 가운데 750만 주(3.1%)를 개장 전 대량매매(블록세일)를 통해 해외펀드에 매각했다. 이로 인해 골드만삭스의 하나금융 지분율이 4.45%로 줄어들면서 하나금융의 최대주주는 약 7%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으로 변경됐다.
한편 지난해 말 하나금융의 인수 발표 이후부터 시작된 외환은행 노조의 반대 투쟁 역시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4월 20일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반대하는 의미의 ‘백만배’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래저래 하나금융을 둘러싼 각계의 시선이 우호적이지 않은 셈이다.
최근 들어 MB인맥 후광을 받지 못하기는 우리금융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이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인 이팔성 회장의 우리금융은 최근 ‘친MB’ 성향을 강화하는 듯한 사외이사 선임 작업을 마쳤다. 우리금융은 지난 3월 25일 주주총회에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고려대 법대 출신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후배인 이두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현 정부하에서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을 지낸 신희택 서울대 법대 교수도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지난 3월 24일 우리은행 주주총회에선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임자문위원을 지낸 채희율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가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그러나 LIG건설 악재 앞에선 우리금융의 호화 인맥도 큰 힘을 쓰지 못한 듯하다. 지난 3월 법정관리 신청을 한 LIG건설에 대한 우리은행의 차입금이 약 373억 원으로 은행들 중 가장 많다고 한다. LIG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 발행한 총 1976억 원어치의 기업어음(CP) 중 1570억 원어치를 우리투자증권에서 판매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4월 초 우리투자증권에 대한 검사를 벌이기도 했다. LIG건설 사태로 인해 금전 관계뿐만 아니라 신뢰도에서도 큰 타격을 받게 된 셈이다. 최근엔 우리은행과 주거래 관계인 한 건설사의 ‘출처 불명’ 부도설이 증권가에 나돌아 관계자들이 이를 진화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한편 우리금융 안팎에선 이팔성 회장 측근 인사들이 대거 요직을 차지한 것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