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정권 말기 ‘교육 대못 박기’ 규탄 및 중단 촉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하윤수·전 부산교대 총장)와 17개 시·도교원단체총연합회(시도교총회장협의회장 김진선·제주교총 회장)는 10일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권 말기, 교육 대못 박기 규탄 및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총은 “8개월도 채 남지 않은 임기 말 정권이 국민과 교육계의 반대를 철저히 무시하고 고교학점제, 국가교육위원회 등 ‘교육 대못 박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강력히 규탄했다.
이어 “교육 독점·독주는 현재의 교육을 망치는 것을 넘어 교육의 미래까지 옭아매고 교육공동체를 깨뜨리려는 것과 다름없다”며 “일방·편향적인 ‘교육 대못 박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교총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현 정권·정부에 대해 △정규 교원 확보 없는 고교학점제 2025년 졸속 도입 중단 △정파적 ‘민주시민’만 강조 말고 사회적·교육적 합의 통한 교육과정 개정 △정권 종속·편향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 전면 개정 △학교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위한 노조법 개정 및 지자체 중심 돌봄 운영체제 구축 위한 온종일돌봄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먼저 고교학점제와 관련해서는 “준비 안 된 고교학점제는 오히려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도농 간, 학생 간 교육 불평등만 심화시킬 뿐”이라며 “교총 설문 결과, 현장 교원의 72%가 다양한 교과 개설을 위한 교사 부족, 입시제도와 연계 미비 등을 이유로 졸속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책연구기관은 고교학점제를 위해 8만 8천여 명의 교사가 더 필요하다는데 정부는 고작 무자격 기간제교사 채용 법안만 내놓는 역대급 땜질방안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교총은 “정규교원 확충, 교육격차 해소방안부터 명확히 제시하는 게 먼저”라며 “아무도 공감·합의하지 않은 2025년 졸속 도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2022 교육과정 개정에 대해서는 “이념 카르텔 세력이 추구하는 대립적·계급적 ‘민주시민’만 강조하지 말고 사회적·교육적 합의를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교총은 “최근 한 여당 의원은 교육이념에서 ‘홍익인간’을 삭제하고 ‘민주시민’을 강조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려다 국민 반발에 부딪혀 철회한 바 있고, 이에 앞서 교육부 수탁연구도 같은 맥락의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며 “이미 짜맞추기식으로 교육과정 개정을 밀어붙이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과정 개정은 정권 임기 말에 섣불리 시작할 일이 절대 아님에도 교육부는 당장 11월에 총론을 결정해 고시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그렇게 되면 각론 등 교육과정 개정의 대부분은 새 정부 몫으로 떠넘겨진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교육과정 대못 박기’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정 정파와 집단의 정치 수단적 개념이 투영된 민주시민 가치는 교육과정의 본질을 왜곡하고 편향교육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 사회적·교육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 개정에 나서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대해서는 “지난 7월 여당 주도로 통과된 설치법에 따르면 국가교육위원회는 대통령 소속으로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고, 위원 구성도 손쉽게 정부·여당 인사가 과반이 되는 구조여서 편향성을 벗어날 수 없다”며 “결국 정파를 초월한 국가교육위원회 정신은 실종되고, 정권의 교육정책 수립에 절차적 정당성만 부여하는 기구로 전락하게 됐다”고 개탄했다.
이어 “법이 합의도 없이 엉성한 내용으로 마련되다보니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위원 추천권을 놓고 교원단체, 노조 등의 충돌이 빚어지고, 위원 선정에 혼선만 부추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교총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은 시행령에서 바로잡을 수준이 아니다”며 “국회와 정부는 지금이라도 독립·중립적인 국가교육위원회가 설치되도록 원점에서 재논의하고 전면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되풀이되는 학교 파업과 돌봄 갈등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 것도 요구했다. 교총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학교는 연례행사가 된 돌봄·급식 등 교육공무직 파업에 혼란을 겪으며 허탈감까지 느껴야 했다”며 “언제까지 학생, 학부모가 피해를 감수하고, 교원이 뒤치다꺼리에 내몰리는 것도 모자라 비난과 민원에까지 시달려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고교학점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등은 앞장서 대못 박기를 하면서 돌봄·급식 파업에는 대책 없이 방치로 일관한다”며 “항간에는 현 정권과 교육당국이 노동세력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불만마저 들끓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총은 “정부·여당은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고 대체근로가 허용되도록 노동조합법을 즉각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또 “돌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돌봄 운영 주체를 지자체로 이관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는 돌봄 운영 지자체 이관, 돌봄 예산 확충, 돌봄 인력 고용 승계 등을 골자로 한 온종일돌봄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윤수 회장은 “지금 학교와 교원은 2년간 누적된 아이들의 학습 결손과 정서 결핍을 회복하는데 전념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일방·편향적인 정책 강행에 몰두하고, 돌봄을 방치해 학교 현장을 더 큰 혼란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권 말기 ‘교육 대못 박기’를 즉각 중단하고 교육현안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하 회장은 대선 후보들에게도 “오늘의 요구는 비단 현 정권을 넘어 차기 정권, 정부가 감당하고 추진해야 할 과제”라며 “교육 비전과 공약으로 반드시 반영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리당략을 초월해 교육을 국정의 중심에 놓는 ‘교육대통령’ 후보를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봉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