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관계자 공모, 지지 선거인 후보자 번호 골프공 얼려 추첨하는 수법
15일 대한보디빌딩협회 전북도회장 A씨에 따르면 올해 1월 13일 치러진 회장 선거를 위한 사전 선거인단 구성 과정에서 협회 임원 등의 지시와 제의를 받고 이 같은 수법으로 선거인단을 조작해 현 회장의 당선을 도왔으며 이를 문광부에 신고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대한보디빌딩협회 회장선출규정에는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시·도협회 및 전국규모연맹체 회장과 임원, 시·군·구 임원, 지도자, 심판, 선수, 동호인 등으로 선거인들을 선정, 투표로 회장을 선출하도록 돼 있다.
선거인 구성을 위해 선관위가 해당 단체별로 배정된 선거인 수를 통보하고 10일 이내에 선거인의 3배수에 해당하는 선거인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했다.
선거인 후보자는 해당 단체 임·직원이 임의로 추천할 수 없다. 각 직군 후보자 가운데 무작위로 추출하거나 기타 공정한 방법으로 선정해야 한다. 선관위는 선거인 후보자 가운데 선거일 공고 3일 이내에 무작위로 추첨해 선거인을 선정하게 된다.
선거인단을 조작하는 부정선거는 시·도협회 선거인단 후보자 추천과정에서 벌어졌다. 해당 단체는 전라북도협회로 회장인 A씨가 대한보디빌딩협회 관계자인 B씨의 제의와 C씨의 지시에 의해 진행했다는 것이다.
회장 선거를 앞둔 작년 12월 23일 당시 현 회장의 선거운동을 지원했던 B씨는 전북도협회장인 A씨에게 수 차례 전화를 통해 현 회장을 지지하는 선거인 후보자의 번호가 적힌 골프공을 냉동실에 넣어 뒀다가 추첨할 때 섞어 냉동된 골프공을 찾는 방법을 제의했다는 것.
B씨는 사전에 반드시 리허설을 하고나서 추첨하라는 말까지 했다는 것이 A씨의 전언이다. 여기에 A씨는 당시 보디빌딩협회 실무부회장이였던 C씨가 선거인 후보자 추첨 당일 전화로 준비 상황을 확인하며 “탁구공보다 골프공으로 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전북도협회는 이 같은 방법으로 회장 A씨를 비롯 시군구 임원 34명 가운데 3명, 도임원 19명 중 3명, 심판 22명 가운데 3명, 선수 32명 가운데 전문선수 6명, 동호인 6명 등 24명을 추출해 선거인 후보자로 추천했으며 선관위는 이 가운데 8명을 추첨해 선거인으로 선정했다.
올해 1월 13일 올림픽공원에서 진행된 회장 선거에서 당초 이들이 모의하고 준비했던 대로 전북도 선거인들은 모두 현 회장을 찍었고 유효투표수 113표 가운데 52표를 얻어 당선됐다.
A씨는 “3명의 후보가 접전을 펼친 가운데 46%로 당선된 것은 부정선거가 아니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현 회장이 선거 당시 보디빌딩과 전혀 관계가 없었고 협회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어서 누가 봐도 부정선거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B씨는 “당시 A씨는 현 회장의 지지에 뜻을 함께 했으며 선거방식과 선거운동을 공유하는 사이었다”며 “골프공을 이용하는 선거인 후보자 추출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이를 A씨에게 소개했을 뿐이고 오히려 골프공을 제시한 것은 A씨”라고 반박했다.
문광부 윤리센터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돼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조사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구체적인 내용이나 향후 처리 방향 등을 아직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