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계 구심점 ‘처럼회’에서 ‘혁신회의’로…국민의힘은 초선·원외 중심 모임 활발
#더민주혁신회의, 최대 계파 모임으로 우뚝
친명계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는 2023년 6월 4일 당원권 강화를 표방하며 출범했다. 친명계 원외 인사들이 주축이었다. 이들은 각종 현안마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의 의견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다. 22대 총선 경선 때 혁신회의 인사들이 현역 의원을 꺾고 대거 공천장을 받았다. 총선 결과 혁신회의는 31명의 당선인을 배출하며 민주당 내 최대 규모의 모임으로 발돋움했다.
혁신회의는 6월 2일 ‘더민주혁신회의 2기’ 출범식을 열고 세 과시에 나섰다. 출범식장에는 김동아 박균택 양부남 김준혁 양문석 김현 민형배 의원 등 기존 혁신회의 인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날 안호영 전현희 강선우 김승원 강유정 박민규 이성윤 한민수 민주당 의원 등은 새로 합류했다. 현재 40명이 넘는 민주당 의원들이 혁신회의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회의 2기 출범식 때 이재명 전 대표는 서면 축사에서 “보다 많은 당원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체계를 갖춰나가는 것은 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당원권 강화를 강조했다. 출범식에 참석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원과 당원의 마음이 서로 다르지 않다. 하나다”고 강조했다. 출범식장에는 당원 1000여 명이 운집했다.
혁신회의 소속의 한 초선의원은 “말 그대로 당원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취지의 모임이다. 그 외에도 당내 정치 혁신 의제들이 많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조직이라는 시선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어느 정당이나 혁신 모임이 있는 법”이라고 일축했다.
정치권에선 혁신회의가 친명계 구심점이 될 거라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언론 주목도도 그렇고 모든 것이 혁신회의 중심으로 돌아갈 것 같다.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사람들이 혁신회의에 더 많이 포진돼 있다”며 “혁신회의는 높은 주목도를 활용해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지금도 회원이 아닌 의원들에게 제안을 하고 있다. 앞으로 숫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의원은 “이런저런 (당 내·외) 선거에 나가야 하는 의원들은 세력 규모 때문에 굳이 가입하고 싶지 않아도 거절하기 난처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친명계 의원 모임으로는 ‘행동하는 의원 모임 처럼회(처럼회)’가 있다. 창립 멤버는 최강욱 김남국 전 의원, 김승원 김용민 의원,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등이다. 이들은 초선 강경파로 불리며 21대 국회 때 검찰개혁 추진에 앞장섰다.
그러나 주요 인사들이 구설에 휘말리면서 세가 꺾였다. 최강욱 전 의원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기소됐고, 유죄가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남국 전 의원은 의정활동 도중 코인 투자를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빚었다. 황운하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현재 처럼회는 15명의 의원이 회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선 직후 기존 멤버인 김용민 김승원 장경태 의원 등에 더해 김동아 모경종 부승찬 한민수 의원 등이 합류했다. 혁신회의와 명단이 겹친다. 이들은 검찰개혁과 정부·여당 견제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처럼회가 검찰개혁을 담당하고, 혁신회의가 당원권 강화를 밀어붙이는 식으로 역할분담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문계 의원 모임은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친문계 의원들이 2020년 11월 22일에 만든 ‘민주주의4.0 연구원(민주주의4.0)’은 현역 의원이 60여 명(21대)에서 20여 명(22대)으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주의4.0은 6월 19일 문정인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를 초청해 ‘사라진 한반도 평화, 대안은’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열었다. 공식 활동을 재개한 셈이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일했던 의원들은 ‘화초회’를 결성했다. 화초회는 매월 첫 화요일에 모임을 갖는다는 의미다. 화초회에는 진성준 한병도 윤건영 이용선 박수현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병도 의원은 화초회의 성격에 대해 문재인 청와대 출신 의원 모임이라고 설명하며 “(친명계인) 진성준 의원도 열심히 나온다. 친문·비문으로 나누는 모임은 아니다. 친문으로 분류된 인사들이 많을 뿐”이라고 했다.
친문계는 의원들의 모임이 세 결집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자칫 이재명 전 대표 강경 지지층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강경 지지층 일부는 ‘수박(비명계 의원을 비하하는 단어)’으로 낙인찍고, 문자 폭탄을 쏟아내는 식으로 의원들을 압박해 왔다. 또한 ‘이재명 일극 체제’가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대세를 거스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계파색은 옅지만, 혁신회의 못지않은 규모를 가진 의원 모임도 있다. ‘더좋은미래’는 21대 국회 때 민주당 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의원 모임이었다. 지금도 20명의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명계, 친문계 등 다양한 계파의 의원들이 소속돼 있는 만큼 계파색이 옅은 의원 모임으로 평가된다. 다른 민주당 중진 의원은 “진보적인 색채를 가진 정책 모임이다. 같은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서 의논하고 행동하는 그룹”이라고 말했다.
고 김근태 전 의원의 계파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도 모임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민평련은 1999년부터 25년 동안 명맥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민평련 좌장인 우원식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우 의장은 민주당 국회의장 경선 직후인 5월 17일 김 전 의원 묘소를 참배했다고 밝혔다.
정책 관련 모임도 기지개를 켰다. 기초단체장 출신 의원 모임인 ‘목민포럼’은 6월 15일 나주에서 워크숍을 열고 지방소멸 대응과 지방자치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목민포럼에는 19명의 민주당 의원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목민포럼 이름은 조선시대 지방관을 지칭하는 목민관에서 차용했다. 한 달에 한 번 비정기적으로 모임이 열린다. 포럼에 소속된 한 의원은 지방세나 지방소멸 등 지역 현안에 대해 토의하고 정책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6월 5일에는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비상)’이 출범했다. 14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대표 의원은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다. 비상은 △잔존 탄소예산 산정 △탈화석연료 로드맵 마련 △기후위기시대 사회상‧경제구조 제시 등 세 가지 목표를 밝혔다.
#초선·원외 활동 두드러진 국민의힘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초선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만큼 의원 모임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 모임’에는 초선 44명이 모두 참여했다. 대표는 김대식 의원이다.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열릴 예정이다. 주제는 운영위원들이 선정한다. 김 의원은 김대식 고동진 최은석 안상훈 신동욱 의원 등이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6월 24일 한동훈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후보 등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첫 모임에 총출동했다. 이날 공부 모임 주제는 ‘피고인이 대통령 되면 재판이 중단되는가’였다. 이재명 전 대표를 겨냥한 주제였다.
당권 주자들은 일제히 이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한동훈 후보는 “김대식 의원이 제기한 이슈를 이어 나가야 한다. 김 의원의 논의 방식이 우리의 새로운 싸움의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원희룡 후보도 “이재명 전 대표를 둘러싼 대장동 재판 등은 속히 사법적 절차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후보는 “초선은 개혁의 상징”이라며 “대한민국과 국회가 이런 주제로 의논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상현 후보는 “초선은 의정 생활 중 가장 열정이 넘칠 때”라며 “초선 의원들은 이번 주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해 주길 기대한다”고 덕담을 전했다.
김대식 의원은 “첫 모임 때 판이 커져 버렸다. 공부 모임을 계획할 때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전당대회 후보자들이 오니 언론이 쫙 붙었다. 그러더니 68명이 왔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초선 모임이 임팩트가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며 “(의원들의) 지혜와 경험을 모아서 정부와 지도부에 할 말을 하고, 야당하고도 협치할 것은 협치하고, 토론할 것은 토론할 것”이라고 밝혔다.
3040 낙선자·초선의원 모임인 첫목회도 주목을 받고 있다. 첫목회는 낙선자들의 사적인 술자리 모임에서 시작됐다. 술자리에는 박상수 이승환 전상범 이재영 류제화 위원장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매달 첫째 주 목요일에 다시 보자는 의미를 담아서 모임 이름을 첫목회로 정했다. 현재 첫목회에는 18명의 2030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김소희 김재섭 박준태 의원도 합류했다.
간사인 이재영 강동을 당협위원장에 따르면 첫목회는 보수정치 복원 방법부터 연금개혁 문제까지 한국 사회의 현안에 관해 공부하는 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지고 있다. 회원들은 여러 방송에 나가 당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7월 6일에는 국회에서 당권주자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이재영 위원장은 “소장파로 평가되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비윤(비윤석열)·친한(친한동훈)’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내부 구성원들을 보면 친윤·친한·친나(친나경원) 등이 다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 최대 공부 모임이었던 친윤계의 ‘국민공감’은 활동을 멈춘 상태다. 한때 국민의힘 의원 절반이 넘는 70명이 참여했다. 김기현 대표 선출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야 의원들이 함께하는 ‘국회의원 연구단체’도 만들어지고 있다. 국회의원 연구단체는 국회의원이 소속정당을 초월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연구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국회가 지원하는 제도다. 입법정책개발과 의원입법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도입됐다. 국회 규정에 따르면 국회의원 연구단체는 교섭단체 소속 의원 10명 이상으로 구성해야 하고, 다른 당(교섭단체) 소속 의원을 1명 이상 포함해야 한다. 미래혁신 포럼에 여야 의원들이 참여한 이유다.
나경원 후보는 여야 의원들에게 5월경 ‘국회 인구기후내일포럼(가칭)’ 가입을 요청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나 후보가 당권 도전을 위해 세력화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나 후보는 이를 지나친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나 후보는 총선 8개월을 앞두고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대한민국 미래혁신 포럼’을 열었다. 6월 24일에는 창립총회 및 기념특강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한병도 민주당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들도 모두 참석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