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야당 단독 ‘채 해병 청문회’ 열어 공세…‘김건희 여사 청문회’ 추진에 국힘 정무위 사수 총력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월 2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진 외교통일·국방·기획재정·정무·여성가족·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정보위원회 등 7개 상임위원장 수용에 대한 찬반을 물어 의원들의 추인을 받았다.
추 원내대표는 “작금의 상황이 분하고 원통하다. 나 역시 누구보다 싸우고 싶은 심정”이라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11개 상임위가 무소불위로 민주당 입맛대로 운영되는 걸 보며 나머지 7개 상임위 역시 정쟁으로만 이용될 게 불 보듯 뻔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폭정을 막아내기 위해 국회 등원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11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반발하며 실시한 ‘보이콧’을 해제하고 국회 상임위에 전면 복귀하며 원내투쟁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각종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추진하며 윤석열 정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6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채 해병 특검법’ 입법청문회가 열렸다. 통상적으로 국회가 제정법을 심사할 때 공청회를 열지만 민주당은 22대 국회 들어 청문회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정부 및 기관 주요 관계자들이 여당의 상임위 보이콧에 동조하듯 법안 심사에 불출석하자,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불참해도 제재 수단이 없는 상임위 전체회의와 달리 청문회는 증인으로 채택된 인사가 상임위에 출석하지 않으면 ‘국회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증언감정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상임위원장이 증인에 동행명령권을 발부할 수도 있다.
6월 21일 입법청문회에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과 이용민 포병여단 7대대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야당의 일방적 공세가 펼쳐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외압 개입 정황 일부가 드러나기도 했다. 신범철 전 차관은 ‘신 전 차관도 (대통령과) 통화한 게 나오고 있다’는 장경태 의원의 질의에 “그것은 (외압 행사가 아니라) 회수에 관한 것”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채 해병 사건 기록을 회수하는데 관여한 정황이 사건 관계자 진술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장 의원은 “회수가 외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신 전 차관은 이후 추가 질문에 “대통령과 통화를 공개석상에서 밝히는 건 부적절하다”며 구체적 내용엔 입을 다물었다.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이 전화가 와서 경북경찰청에서 전화가 올 거라는 말을 했다. 그래서 부재중 전화가 경북경찰청일 거라고 예측하고 경북 경찰에 다시 전화했다”고 말했다. 채 해병 사건 기록 회수를 국방부가 아니라 대통령실이 주도한 것이란 정황이 드러났다.
민주당의 ‘청문회 공세’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각각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입법청문회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관련 대책 청문회를 진행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의료계 집단 휴진 대책 논의 청문회를 개최했다.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을 통해 정부 세수 결손 사태를 들여다보기 위한 ‘재정파탄 청문회’도 열 계획이다.
특히 정무위는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정무위 야당 소속 의원들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을 종결 처리한 국민권익위원회를 상대로 ‘김건희 여사 청문회’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유철환 권익위원장 등 권익위 전원위원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으로 점쳐진다.
민주당에서는 김건희 여사까지 청문회 증인으로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김 여사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들고 용산 대통령실이나 한남동 관저를 방문하는 방안까지도 고려했다고 한다.
앞서의 야당 단독 청문회 사례를 감안하면 국민의힘으로선 정무위 사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법사위의 지난 채 상병 청문회를 보지 않았느냐. 여당 의원들이 들어갔으면 이의 신청도 하고 반대 질문도 하고 하면서 증인들도 보호하고 제어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여니까 제동 없이 폭주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보이콧을 계속해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에 모두 넘겨줬다면, 정무위에서도 김건희 여사 청문회가 같은 방식으로 열릴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보이콧의 이유였던 법사위·과방위·운영위를 포기하더라도 김 여사 청문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 때문에 국민의힘이 국회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의 배경이다. 정무위원장직에 ‘윤핵관’ 윤한홍 의원을 배치한 것 역시 이에 무게를 더한다.
이로써 김건희 여사 청문회는 사실상 개최가 어려워졌다는 관측이다. 정무위 소속 야당 한 관계자는 “김 여사 청문회는 계속 논의 중”이라면서도 “이제 정무위에 국민의힘 의원들도 들어온다. 청문회 개최와 김 여사 증인채택에 여야 합의가 되겠느냐. 윤한홍 위원장이 이를 수용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청문회보다는 업무보고 형태로 일부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선에서 문제 제기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부담감은 있다. 국회에 복귀한 것이 결국 ‘김건희 방탄’을 위해서였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야당 관계자는 “국민 여론이 중요하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여러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채 해병 사건에서도 김 여사가 등장하고 있다. 김 여사에 대한 청문회 국정조사의 국민적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면 여당에서도 마냥 반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편, 권익위는 6월 24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조사 ‘사건 종결’ 의결서를 통과시키려 했으나 일부 위원들이 반발하며 서명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위가 정상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명에 거부했던 권익위 위원들이 출석해 어떤 발언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