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스케 위탄 오디션 합격? 먼저 ‘입금’부터
M.net <슈퍼스타 K>가 시즌 1에 이어 시즌 2까지 인기리에 종영하고 MBC <위대한 탄생>까지 높은 인기를 끌면서 방송가는 오디션 프로그램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오는 6월에는 SBS <기적의 오디션>, tvN <코리아 갓 탤런트> 등의 프로그램도 방영을 시작한다. 이에 발맞춰 학원형 연예기획사들도 날개를 펴고 있다. 연예계 데뷔를 빌미로 수백만 원의 트레이닝비만 받아 챙기는 학원형 연예기획사는 최근 몇 년 새 연예계에서 종적을 감췄지만 오디션 프로그램 붐이 학원형 연예기획사를 부활시켰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로 도약한 10여 명의 출연자가 탄탄한 연예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맺고 연예인으로 데뷔하는 사이 수십만 명의 지원자들은 학원형 연예기획사를 비롯한 악질 연예기획사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본지 ‘느낌이 좋아’ 코너를 통해 소개된 신인 연예인 가운데 상당수가 ‘길거리 캐스팅됐다고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트레이닝비만 뜯어가는 학원형 연예기획사였다’거나 ‘이상한 연예기획사에 들어갔다 몇 년 동안 발목 잡혀 고생하다 겨우 빠져나왔다’는 경험담을 들려줬다. 연예인 지망생의 주머니를 노리는 악질 연예기획사를 만나 금전적 정신적 손해를 본 연예인 지망생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아니 어엿이 데뷔해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들 가운데에도 이런 아픈 경험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다행히 매스컴이 그 폐해를 거듭 보도하면서 최근 몇 년 새 학원형 연예기획사가 많이 줄었지만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이 급증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급증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우선 관련 학원가에 엄청난 호재가 됐다. 보컬 트레이닝학원, 연기 학원 등 연예인 데뷔 관련 학원에 수강생이 급증한 것. 관련 학원들은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 대비반까지 신설해 수강생을 맞고 있는데 강의 개설과 동시에 만원사례를 이루고 있다. 아예 해당 프로그램 족집게 과외 반이 신설되는가 하면 전현직 PD, 가수 등이 강사로 섭외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붐을 타고 학원형 연예기획사까지 부활하고 있다. 학원형 연예기획사가 앞서 언급한 학원과 다른 점은 학원 교육은 물론이고 연예인 매니지먼트까지 병행한다는 부분이다. 지난 2005년경 학원형 연예기획사에서 근무했던 연예관계자 A 씨는 최근 당시 일했던 연예기획사에서 연락을 받았다. “꽤 좋은 조건으로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그곳에서 실제로 원하는 것은 내가 아닌 내가 아는 연예인을 최소 한 명 이상 데려오길 바라는 것이었다. 회사에 어떤 연예인이 소속돼 있고 과거 누구누구를 키워냈다는 식으로 홍보하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개의 연예기획사는 연습생 교육비용을 회사에서 부담하고 관련 학원은 수강료를 받는다. 반면 학원형 연예기획사는 연습생에게 수강료를 요구한다. 따라서 연예인이 소속돼 있는 연예기획사임에도 수백만 원의 트레이닝비를 요구한다면 학원형 연예기획사일 가능성이 높다. 연예인 지망생 입장에선 연예인이 소속돼 있다는 얘기에 더 현혹될 수 있지만 오히려 연예관계자들은 더욱 신중해야 되는 대목이라 지적한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MBC <위대한 탄생> 예심 현장에는 예심 지원자는 물론이고 여기저기 연예기획사에서 나온 관계자들도 많았다. 가능성 있는 신인을 발굴하려는 연예기획사 관계자들도 있었지만 ‘학원형 연예기획사’에서 나온 이들도 많았다. 예심을 보고 나오는 지원자들에게 명함을 건네며 “스타가 될 가능성이 보인다. 혹 예심에 떨어지면 우리와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하는 것. 여느 연예기획사 매니저들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정식 연예기획사 매니저들이 고르고 골라 극소수에게만 접촉하는 반면 이들은 빈번하게 움직이며 명함을 건넨다. 이런 형태는 과거 명동 등 번화가에서 명함을 뿌리며 호객 행위를 하던 방식과 유사하다. 명함을 보고 연락해 해당 연예기획사를 찾아가면 먼저 트레이닝을 받아야 한다며 300만 ~400만 원의 비용을 요구하는 것. 관련 학원들보다 서너 배 이상 비싸다.
당시 예심에 지원했던 한 참가자가 명함을 받았다는 연예기획사에 전화 연락을 했다. 강남 소재의 이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학원비를 받아 오디션 프로그램 준비를 위한 트레이닝만 하는 학원들과 달리 우리는 행여 오디션에 떨어질 경우 우리 회사를 통해 데뷔하는 것까지 고려해서 책임 교육을 한다”는 입장이다. 트레이닝비가 비싼 까닭도 여기에 있다.
물론 선택은 당사자의 몫이다. 다만 연예관계자들은 해당 학원의 전문성과 강사진 등을 보고 선택해야지 연예인이 소속돼 있고 자체적으로 데뷔시켜 줄 수도 있다는 말에 현혹되면 안 된다고 충고한다. 수강료가 비쌀수록 더 좋은 교육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수강료만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전속계약이다. 전문 학원은 교육기관일 뿐이라 전속계약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지만 학원형 연예기획사는 매니지먼트도 병행하고 있어 전속계약을 요구하기도 한다.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이들의 참가를 제한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일이 이를 확인할 순 없다. <위대한 탄생>의 경우 기존에 싱글 앨범을 발매한 경험을 가진 가수 출신 참가자가 확인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학원형 연예기획사에서 트레이닝을 받으며 오디션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속계약을 맺을 경우 이후 실제 데뷔할 때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예를 들어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해 생방송 참가 대상이 될 경우 해당 방송사를 통해 대형 연예기획사들과 전속계약을 맺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그런데 이미 다른 연예기획사와 전속계약이 돼 있을 경우 이런 기회가 사라진다. 이 과정에서 전속계약을 해지하려면 상당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또한 대회 참가 규정을 어긴 것이 문제가 돼 데뷔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전속계약을 하면 트레이닝 비용을 회사에서 부담하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중도 탈락할지라도 회사에서 데뷔를 돕겠다는 제안에 흔들리는 지망생들이 많다.
이미 스타급이 된 연예인들 역시 전속계약으로 인한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은 만큼 연예인 지망생은 더욱 전속계약에 유의해야 한다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공통된 충고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