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성장에도 주가흐름 지지부진…제일기획 “M&A와 지분투자 적극 추진할 것”
제일기획이 호실적을 거둔 주요 요인으로는 디지털 광고가 꼽힌다. 제일기획은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간 거래) 사이트 운영, 이커머스 플랫폼 등의 디지털 사업을 벌였고, 최근에는 콘텐츠 제작,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도 진행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디지털 광고를 기반으로 북미지역 공략에도 성공했다. 제일기획의 북미지역 매출은 2020년 1~3분기 2409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2831억 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실적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가 흐름은 지지부진하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후 한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지만 제일기획의 주가는 2만 원 중반대에 머물러 있다. 2019년 7월 기록한 최고가 2만 9900원에 비해 20%가량 낮은 수준이다. 인터퍼블릭그룹 등 글로벌 광고기획사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글로벌 1위 광고회사 옴니콤은 과거 기록한 최고가를 뛰어넘지는 못했지만 코로나19 국면에 비교적 잘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옴니콤의 사상 최고가는 2016년 기록한 86.38달러(약 10만 2660원)이고, 올해 한때 84.96달러(약 10만 970원)까지 상승한 바 있다.
#이노션과 비교되네
금융투자(IB) 업계에서는 삼성그룹 계열사라는 점이 오히려 제일기획 경쟁력에 방해 요소가 된다고 지적한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삼성전자와 그 종속기업으로부터 발생한 제일기획 매출은 1조 4810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18.52% 늘었다. 전체 매출 중 삼성전자 및 종속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지난해 1~3분기 62.14%에서 올해 1~3분기 63.28%로 늘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제일기획은 디지털 광고 매출 비중이 증가하는 등 새로운 시대에 잘 대비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내부 일감 덕분에 먹고 산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며 “최근 투자자들은 내부거래 이슈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기 때문에 제일기획은 삼성그룹, 특히 삼성전자 비중을 획기적으로 낮춰야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금융권에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버리고 반도체에 집중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진단을 심심치 않게 내놓는다”며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비중을 낮추면 제일기획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이노션을 참고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노션 역시 현대자동차의 일감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이노션은 창업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누나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각각 40%의 지분을 갖고 있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이 때문인지 이노션은 최근 몇 년간 외부 일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노션의 비계열사 매출 비중은 2019년 23%에서 현재 32%로 증가했다. 국내 증권사와 게임회사의 광고, 미국의 대형 광고주를 붙잡은 덕분으로 전해진다.
인수합병(M&A)도 이노션의 외부 일감이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이노션은 2016년 캔버스, 2018년 디앤지(D&G)를 각각 인수했고, 최근에도 웰컴(Wellcom), 디퍼플 등을 인수했다. 이노션 측은 광고회사 인수를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입장이지만 외형 확장도 무시할 수는 없다.
별다른 성과가 없기는 했지만 이노션은 다른 대기업과의 협업도 추진했다. 정성이 고문은 2019년 이노션 지분 10.30%를 롯데컬처웍스에 넘기고, 롯데컬처웍스 지분 13.63%를 받았다. 이노션은 일감 몰아주기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제재를 피하고, 롯데컬처웍스는 외부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였다. 현재로는 코로나19로 인해 롯데컬처웍스의 기업공개(IPO·상장)가 차질을 빚으면서 양사 시너지 효과도 무산되는 분위기다. 그래도 증권가에서는 이노션이 변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M&A는 언제쯤?
제일기획도 M&A를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다. 제일기획은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업체를 인수했지만 제일기획의 규모를 감안하면 소규모 딜이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마저도 삼성전자 등 주요 고객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더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주식시장에서는 대형 고객을 발굴하기 위한 목적의 M&A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제일기획은 올해 초 M&A 등을 통해 핵심사업 투자를 지속한다고 밝혔다. 제일기획은 지난 1월 28일 홈페이지 IR 자료를 통해 2021년 성장전략으로 M&A를 내세웠다. 인수 대상으로는 북미와 유럽 지역의 테크 및 데이터 분야 업체를 지목했다.
증권가의 기대는 크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제일기획에 대해 “디지털 선진 시장에서 추진 중인 M&A가 연내 성사될 경우 유기적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 역시 “제일기획이 추진 중인 데이터, 테크 등 디지털 관련 기업 인수는 통합 마케팅 역량 강화를 위한 것으로 즉각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11월이 끝나가도록 M&A 관련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아 최근에는 기대감이 옅어지는 분위기다. 제일기획은 지난 10월 28일 3분기 실적발표 당시 “데이터·테크·콘텐츠 역량강화를 통한 퍼포먼스 마케팅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회사의 중장기 성장 방향”이라며 “이를 위한 역량 확보 차원에서 M&A와 지분투자를 적극 추진하고, 디지털 인력 확보 및 조직 구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