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웃는 얼굴 보인다’ 마지막 문자 메시지 남겨
▲ 지난 5월 29일 열린 고 채동하의 영결식. 유가족과 SG워너비 멤버들, 팬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연예인 자살의 경우 대부분의 원인이 우울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스컴과 대중의 관심은 우울증에 만족하지 못하고 결정적인 자살 원인이 무엇인지를 두고 화제를 양산해냈다. 그런데 고 채동하만은 달랐다. ‘우울증에 의한 자살’이라는 결론을 모두가 수용했고 금세 세인의 관심사에서 사라졌다. 그럼에도 경찰 조사는 계속됐고 <일요신문>도 취재를 멈추지 않고 고인의 주변 인물들을 파악해가다 고인이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 스님이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고인의 마지막 행적은 5월 25일 밤 10시 무렵 귀가하는 모습이 불광동 자택 주차장 CCTV에 찍힌 것이었다. 고인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27일 오전.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은평경찰서 강력4팀장은 “CCTV에 찍힌 25일 귀가 당시와 같은 옷을 입은 채로 드레스룸에서 목을 매고 사망한 채 발견됐다”면서 “스마트폰을 한 손에 쥐고 있었으며 이어폰을 귀에 꼽고 있었는데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는지, 음악 감상 중이었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열흘가량이 지나 어느 정도 경찰 조사가 마무리됐다. 우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사체 부검 결과 사망 시각은 발견 시각보다 최소 열다섯 시간 전으로 드러났다. 통화기록 조회에 따르면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 것이 마지막인데 시각은 25일 밤 12시 무렵이었다. 따라서 고인의 자살은 26일 새벽 즈음으로 추정된다.
결국 25일 밤 10시 무렵 귀가한 고인은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 은평경찰서 관계자는 “고인의 유가족이 동의하지 않아 스마트폰에 대한 정밀 검사는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망 당시 왜 고인이 이어폰을 끼고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면서 “다만 통화 기록으로 볼 때 죽기 직전에 전화 통화가 아닌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과연 고인이 마지막으로 통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를 보낸 이가 누군가 하는 점이다. 취재 결과 그 당사자는 스님이었다. 생전에 고인은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었으며 장례 절차 역시 기독교식으로 치러졌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 스님이었으며 그 스님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 메시지 내용 역시 ‘부처님의 웃는 얼굴이 보인다’였다. 은평경찰서 이동욱 강력계장은 “고인이 그 스님과 7~8년 동안 친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스님을 찾아가 함께 식사를 하는 등 매우 가깝게 지내왔으며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상담을 구하는 등 스님을 의지해왔다”면서 “경찰 조사 과정에서 스님은 고인이 우울증에 의한 고통을 토로해 왔었다고 말했는데 스님 또한 고인의 자살로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고 밝혔다.
경찰이 통화내역을 조회해본 결과 고인이 평소 전화를 주고받은 사람은 극히 일부로 제한돼 있었다고 한다. 소속사 직원과의 통화도 자주 보였지만 가장 자주 통화한 이 역시 바로 그 스님이었다는 것.
고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 몇 가지 자살 원인이 거론됐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사안은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다. 고 채동하는 원래 한남동에 있는 고가의 주택에서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가 자살한 곳은 은평구 소재의 한 고급 아파트였고 전세였다. 이를 두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 한남동 소재의 집을 처분하고 전세를 얻어 은평구로 이사 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경찰 조사 결과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은평구로 이사 온 까닭 역시 재테크의 일환으로 보인다. 은평경찰서 관계자는 “한남동 소재의 집은 전세 놓고 은평구에 전세로 이사 온 것인데 그 까닭은 재테크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사안은 왜 하필 이사 온 곳이 은평구인가 하는 점이다. 확인 결과 마지막 통화의 주인공이자 고인이 정신적으로 의지했다는 스님이 머물고 있는 절이 은평구에 있었다. 고인의 집과는 지하철로 한 정거장, 차량으로는 10분 거리였다.
어렵게 고인이 생전에 다니던 절을 확인해 스님과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아무런 얘기도 들을 수 없었다. 경찰 조사에서도 스님은 고인이 우울증 증세 등으로 많이 힘겨워 했다고 밝혔을 뿐 자살에 이른 또 다른 고민이나 원인 등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인과 친분이 있던 한 연예관계자는 “고인의 어머니가 절에 다녔고 고인도 어머니의 소개로 절에 다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고인의 모친이 불교식으로 고인의 49재를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최정아 기자 cja8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