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며 주택담보대출 중 생계형 대출이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중 부동산 매입을 위한 대출은 48.8%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자영업의 사업자금, 전월세자금, 자녀학자금, 부채 돌려막기 등을 위한 것이다. 경제적 식물상태를 선고 받는 신용불량자들이 속출할 전망이다.
생계자금의 조달을 위해 그래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가구들은 나은 편이다. 집 없는 서민들이 고리대금인 대부업체 대출로 몰리고 있다. 만기가 짧고 연체율이 높아 한 번 덫에 걸리면 빠져 나오기 힘들다. 이 가운데 카드론이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고금리를 불문하고 손쉽게 돈을 꿀 수 있는 카드론으로 몰리고 있다. 최근 산은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소득 최하위 20%계층의 가구당 평균 담보대출은 538만 원인 것에 비해 카드론은 1706만 원이나 된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연 3.25%로 올렸다. 지난해 7월 이후 다섯 번째 금리인상이다. 가계의 부도위험이 그만큼 높아졌다. 더욱이 기준금리 인상이 부동산시장을 더 냉각시켜 가계의 연쇄부도위험을 경제전반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현 추세로 나갈 경우 경제가 다시 금융위기를 겪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렇다면 대응방안은 무엇인가? 일단 단기변동금리 형태인 가계부채를 장기고정금리 형태로 바꾸어 차입자들이 원리금을 분할상환하도록 해야 한다. 또 카드론이나 대부업체대출의 폭발성이 큰 만큼 금융회사들의 과당경쟁을 억제하고 대출금리를 낮추어야 한다. 더욱이 미소금융, 햇살론 등 서민금융제도를 확대 개선하여 가계 부도를 막고 서민경제를 회생시키는 본연의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금융회사들은 사업구조를 바꿔야 한다. 서민들을 상대로 돈 장사를 하고 고임금과 상여금잔치를 벌이는 반경제적인 금융행위는 멈춰야 한다. 사업의 장래성과 수익성을 감안하여 대출이나 투자를 하고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끄는 대가로 이자를 벌어야 한다. 여기서 정부는 금융시장 감독을 철저히 하여 금융회사들의 부당한 돈벌이 행위를 엄격히 차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살리는 정책을 과감하게 펴 근로자들이 소득을 벌고 스스로 빚을 갚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고려대 교수·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