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가는 한국의 미 알리기<41>
▲ 부석사 무량수전은 대표적인 팔작지붕이다. 우아한 곡선미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부석사의 무량수전(오른쪽)과 안양루.뉴시스 |
기와지붕은 한식 건축만이 지닌 멋이자 곡선의 예술이다. 중국식 지붕은 기교가 지나치다. 일본식 지붕은 직선적이고 단조롭다. 지진이나 태풍 때문에 무거운 건축 자재가 지붕 위쪽으로 올라가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우리 한식 기와집 지붕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 아름다움을 지닌다.
한 치 무리도 없는 곡선의 조화미, 그리고 지붕 전면에 흐르는 모나지 않는 부드러움, 더욱이 용마루에서 추녀 끝으로 흐르는 선(線), 그것은 조금의 엇박자도 없이 가지런히 평행하여 완곡한 지붕을 이루고, 다시 그것들이 처마의 곡선과, 살며시 굽어든 처마 안 허리의 선에 얽혀서 조형미를 완성한다.
고려 중엽에 건축된 부석사의 무량수전은 이처럼 우아한 지붕의 곡선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간결하고 힘차며 우아한 무량수전은 고려시대 대표적인 건축 양식으로 이처럼 선(線)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건축물은 건축 시기 전후로 찾기 어렵다.
▲ 박공지붕은 양쪽 방향으로 책을 엎어놓은 듯 경사진 지붕을 말한다. 사진은 수덕사 대웅전의 박공지붕. |
새끼줄에 물을 적시어 축축하게 한 뒤 수평으로 늘어지게 하면 자연스러운 곡선이 생긴다. 이것이 한식 기와지붕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곡선이다. 지금이야 컴퓨터로 건축도면에 따라 알맞은 선을 찾아내지만 예전에는 이런 방식으로 자연의 선을 창조했다. 기와지붕이 자연과 조화를 이룬 데에는 이런 사연이 숨겨져 있다.
기와집 지붕은 여러 형태가 있다. 박공지붕, 팔작지붕, 우진각지붕, 사각지붕, 팔각지붕 등 5~6개의 틀이 있다. 박공지붕은 건물의 모서리에 추녀가 없이 용마루까지 측면 벽이 삼각형으로 된 지붕을 말한다. 팔작지붕은 위 절반은 박공지붕으로 되어 있고, 아래 절반은 네모꼴로 된 지붕이다. 우진각지붕은 네 개의 추녀마루가 동마루(기와로 쌓아 올린 용마루)에 몰려 붙은 지붕이다. 사각지붕은 추녀마루가 지붕 가운데로 몰려 사각뿔 모양으로 된 지붕을, 팔각지붕은 여덟 모서리를 가진 지붕을 각각 일컫는다. 모두 곡선의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앞서 소개한 ‘팔작지붕’이 다른 것보다 두드러진다.
이것뿐이랴. ‘수키와’와 ‘암키와’ ‘막새’(수키와가 쭉 이어져 형성된 기왓등의 끝에 드림새를 붙여 만든 기와)나 ‘망와’(望瓦) 등 곡선이 아닌 것이 없다. 이러한 기와들이 한 장, 두 장 모여서 몇 천, 몇 만의 기와를 이루고 드디어 조화로운 곡선 기와를 완성한다. 선인들의 미적 감각에 경외심이 느껴진다. 훈데르트바서도 옷깃을 여미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