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순물 섞인 고철더미 잡고보니 제 식구도…
대전지방검찰청에 따르면 고철 납품업체인 중소기업 K 철강은 2010년 10월부터 올 4월까지 동부제철에 납품하는 고철(스크랩)에 석분 및 스케일을 섞어 중량을 속여 팔았다. K 철강은 이런 방식으로 동부제철로부터 총 14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부제철은 K 철강으로부터 납품받은 고철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의심해 지난 4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한 달 뒤 철강업체를 압수수색해 경리 장부와 고철 거래내역, 세금계산서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들의 편취 혐의가 분명하다고 판단, 업체의 대표이사를 지난 5월 27일 구속했다.
동부제철 측은 사건이 이대로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우리도 내부 직원이 공모한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먼저 수사를 의뢰했다”면서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불순물이 섞인 고철이 장기간 납품될 수 있었던 것은 동부제철 내부자의 공모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을 품고 수사 범위를 넓혀갔다.
마침내 검찰은 압수한 경리 장부와 구속된 대표이사 등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벌여 동부제철 관련 팀 직원 세 명이 K 철강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접대와 금품을 제공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K 철강에서 납품하는 고철에 하자가 있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지만 향응을 제공받은 대가로 이를 묵인했다고 한다.
검찰은 해당 동부제철 직원들을 지난 16일 구속했다. 또한 검찰은 고철에 불순물을 섞어 중량을 늘리는 식의 납품비리가 철강업계 전체에 만연한 것으로 판단하고 업계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