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고 중립적인 그리스 알파벳 순서로…‘오메가’까지 다 쓰면 그리스 신 이름 가능성
지금까지 ‘우려 변이’로 지정된 변이 바이러스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등이 있으며, 이 밖에 한 단계 낮은 ‘관심 변이’로 지정된 바이러스로는 람다, 뮤 등이 있다.
‘오미크론’은 그리스 알파벳의 열다섯 번째 글자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그리스 알파벳의 원래 순서에 따르면 ‘누(Nu)’ 혹은 ‘크사이(Xi)’여야 했는데 이 둘을 건너뛰고 ‘오미크론’이라고 명명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WHO 대변인은 “‘누’가 ‘새로운’이라는 의미의 ‘뉴(new)’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혼동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크사이’는 시진핑(Xi Jinping) 중국 주석을 포함해 중국에서 흔한 이름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문화, 사회, 국가, 지역, 전문 집단 및 특정 민족 집단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이름을 붙이는 게 WHO의 기본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델타, 뮤 등 잘 알려진 변이 바이러스 외에도 지금까지 엡실론, 제타, 에타, 아이오타 변이 등도 있었다. 다만 유행 정도가 심각하지 않거나, 금세 잠잠해졌기 때문에 덜 알려졌을 뿐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에 그리스 알파벳을 붙였던 건 아니다. 변종이 처음 나타났을 당시 WHO는 이 바이러스를 어떻게 명명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었다. B.1.1.7과 같은 학명은 발음하기도 어렵고, 기억하기 어려워서 일단 배제됐다. 그렇다고 처음 발현된 지명을 따라 부르는 것은 그 지역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거나 바이러스 창궐지로 낙인을 찍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했기에 이 역시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우한 바이러스, 남아프리카 변이 바이러스 등이 그랬다.
이에 고심 끝에 WHO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단순하면서도 중립적인 방법을 택했다. 바로 그리스 알파벳 순서에 따라 이름을 붙이는 방법이었다. 이 방법은 부르기도 쉽고 기억에도 잘 남아서 최적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방법에도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리스 알파벳은 24개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마지막 글자인 ‘오메가’까지 사용하게 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WHO의 마리아 반 커코브 코로나바이러스 기술 책임자는 “그리스 문자를 다 사용하게 되면 새로운 이름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확히 어떤 이름을 사용하게 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작명 심의에 참여했던 세균학자 마크 팔렌은 “그리스 신이나 여신, 식물, 과일 이름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브랜드나 회사명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상표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가령 ‘델타 항공’의 경우에는 처음 델타 바이러스가 등장했을 당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었다.
앞으로 남은 그리스 알파벳은 파이(pi), 로(rho), 시그마(sigma), 타우(tau), 입실론(upsilon), 피(phi), 카이(chi), 프사이(psi), 오메가(omega) 순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알파벳을 다 사용하기 전에 부디 코로나 대유행이 종식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