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잠행 나흘 째 “사전조율? 안 만나”…윤석열 “만나고 싶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회의 후 취재진들에게 "저는 (이준석 대표를) 만나고 싶습니다. 그래서 시간이나 장소 그런 게, 본인이 지금 아침에 인터뷰하는 것도 봤는데, 만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가 있는 자리에서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이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먹으려 한다'고 발언했다는 이준석 대표의 주장과 관련해선 "저는 그런 얘기를 들은 사실이 없기 때문에 (그리고) 거기에 대해 누가 그런 얘기를 한 사람도 없다"고 언급했다.
윤석열 후보는 공동선거대책위원장직을 맡은 이준석 대표가 이례적으로 홍보미디어본부장직까지 맡은 데 대해선 "인선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상의하려는 과정에 홍보미디어 분야를 맡을 전문가를 추천해달라고 하니 본인이 직접 하겠다고 해 '하십시오' 해서 일을 맡겼다"며 "그러고 나선 다른 일을 들은 건 없고 한 적도 없다. (이준석 대표가) 바깥에서 돌아다니는 소문을 들은 것 같은데 저는 주변에서 저에게 (얘기)하는 거 못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준석 대표를 만날 때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이런 거에 늘 감탄하고 만날 때마다 공부도 되고 정보도 얻기 때문에 '나이는 젊어도 대표를 맡을 자격이 있다' 그렇게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일 이준석 대표는 제주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윤석열 후보의) 핵심관계자의 말로 저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들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특히 윤석열 후보가 배석한 자리에서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먹으로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인사는 후보가 누군지 아실 거다. 인사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짤막한 글과 "^_^p"이란 이모티콘을 덧붙인 게시물을 올린 뒤,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제주시내 한 카페에서 취재진들과 간담회를 갖고 “윤석열 후보 측이 만나자는 제안을 하면서 의제를 사전 조율해야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굉장한 당혹감을 느낀다”라며 “당 대표와 후보가 의제를 조율하지 않아서 만날 수 없다고 한다. 제가 누군가에게 (의제를) 사전에 제출해서 검열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강한 문제의식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후보가 직접 나오지 못하고 핵심 관계자의 검열을 거치자는 의도라고 한다면 저는 절대 만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대표는 “저와 후보가 합의했던 일과 상의해서 결정했던 일들이 전혀 통보받지 못한 상황에서 나중에 뒤집히는 경우 꽤 있었다”라며 “후보는 우리 당내 최고 지휘관이고 우리 당에서 누구도 후보를 검열하고 휘두를 수 없다. 허심탄회하게 만나서 상의할 의사 있다고 어제 밝혔는데 오늘 아침 조율이라는 말은 실망감을 자아내기 충분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윤핵관에 대해선 “지금의 운영 방식과 선거 진행 양상을 바꿔야 한다”며 “윤핵관이라는 사람을 저격하고 내치라고 하더라도 그런 사람이 발호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하고 용인하면 또 누군가가 호가호위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제주를 떠나 울산을 방문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홍준표 의원은 윤석열 후보에게 이준석 대표와 협치하라고 조언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SNS에 “후보의 당무 우선권은 2006년 제가 혁신위원장을 할 때 만들었다”며 “당무 우선권은 만능이 아닌 잠정적 권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당무 우선권은) 대선을 원만하게 치르기 위해 후보에게 당 대표와 협의하라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제가 후보였다면 (당은) 이준석 대표에게 맡기고 후보 정무팀과 일정 담당 비서실팀으로만 대선을 치렀을 것”이라며 “(윤석열 후보는) 점령군처럼 보이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과 함께 가는 대선을 치러야만 한마음으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