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신장이 아니라 심장으로 야구한다”
▲ 프로야구 최단신 선수 KIA 타이거즈 유격수 김선빈. 공수에 걸친 활약과 앳된 외모 등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
“어렸을 때는 야구를 잘 몰랐다. 동네 친구들이랑 축구공 하나만 있으면 하루 종일 밖에서 놀아도 심심하지 않을 때였다. 한때 축구선수를 꿈꾼 적도 있었다. 그러다 초등학교에 야구부가 창단됐다. 동네 형들이랑 테니스 공으로 야구놀이를 하는데 은근히 재미가 있더라. 조심스럽게 야구부를 노크하게 됐고, 아버지가 심하게 반대하셨지만, 내 고집을 꺾지 못하셨다. 정작 야구를 시작하니까 내가 언제 축구를 했는지조차 기억이 안 났다.”
▲ 김선빈이 최희섭과 나란히 동료들의 베팅을 지켜보고 있다. 196cm의 최희섭과 165cm의 김선빈의 키 차이는 31cm.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
“처음에는 투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 쉽지 않았다. 야구는 치고 달리고 또 뛰고 해야 하는데, 투수는 공 던지는 데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내 입장에선 아무래도 투수가 더 나은듯 했다. 특히 내야 뜬공을 잡지 못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할 때는 투수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다.”
다양한 화제를 낳았던 홈런 세리머니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홈런 치고 들어오는 동료 선수들을 방망이로 구타(?)해서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가 정작 그 자신이 홈런을 쳤을 때는 반대의 상황에 처하기도 했었다.
“이종범 선배님이 홈런 치고 들어오셨을 때는 너무 하늘같은 분이라 방망이 끝이 아닌 손잡이 부분으로 살짝 때렸다. 기분은 좋았다(웃음). 반대로 내가 홈런 쳤을 때는 선배들이 장난 아니다. 일부러 손을 하늘 위로 높이 올려 하이파이브를 못하게 하고, 나처럼 방망이로 내 머리를 때리려는 분도 있다. 그럴 때는 아예 모자를 벗고 세리머니한다. 그러면 방망이로 때리질 못한다. 하이파이브는 점프를 해서라도 손을 대고 싶지만, 베이스 밟고 홈까지 뛰느라 지쳐 포기할 때도 있다(웃음).”
다시 태어난다면 10㎝ 정도만 더 크게 태어나 투수를 하고 싶다는 김선빈. 두산베어스의 손시헌을 롤 모델로 삼고 있고, 다른 투수한테는 무릎을 꿇어도 용병들한테는 지고 싶지 않다는 투지도 갖고 있다. 프로 입문 4년차이고 부모님이 광주에 사시는데, 아직까지 기숙사 생활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1군 선수들 중 맹호관(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조범현 감독님께서 올 시즌 3할 타율을 올리면 내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그래서 올 시즌 내 목표는 타율 3할에 150안타를 치는 것이다.”
두산의 김선우와 먼 친척지간인데, 이 사실을 김선우가 귀띔해줘서 알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선우에 대한 비밀을 폭로(?)하고 만다.
“그런데 선우 형이 자꾸 자기 볼 안타 치면 혼날 줄 알라고 협박해요. 어제도 라커룸으로 찾아오셔서 겁주고 가셨어요. 선우 형 미워요!”
광주=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