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 올렸지만 ‘합방’ 쉽지 않네
▲ 시위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 노조원들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건물 합성 사진. | ||
한투는 동원금융지주(동원)와 합병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4월1일에는 이미 등기상으로 한 회사가 되었고, 6월1일부터는 간판을 바꿔달고 새롭게 시작할 예정이다. 문제는 합병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자 그간 수면 아래 머물던 한투와 동원의 통합 갈등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동원금융지주는 한투를 인수하면서 금융사업부를 동원그룹에서 분리시킨다. 김재철 회장(70)의 손을 떠나 장남인 김남구 사장(41)이 독립적인 경영을 하게 된다. 동원금융지주는 최근 장승우 전 기획예산처 장관 등 사회 저명인사들을 이사진으로 영입해 새출발의 의미를 더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한투와의 통합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있어 김남구 사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한투 노조의 요구조건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고용승계의 서면보장, 둘째 옛 한투에서 나눠준 우리사주 손실분 보전, 셋째 사기진작을 위한 위로금 800% 지급, 넷째 최소 2년간 독립경영이다.
고용승계의 경우 동원측에서도 “인력감축 등의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동원의 경우 수익의 80% 이상을 브로커리지(주식매매 수수료)가 차지하는 반면 한투는 자산운용 수수료가 80% 이상을 차지해 합병 후 과잉인력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김남구 사장(동원금융지주)도 “한투의 인력은 프로페셔널이다”며 구조조정의 불필요성을 공식석상에서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에서는 이를 말뿐만 아니라 서면으로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는 다른 업종으로 전보시켜 스스로 그만두게 하거나, 10km 이상 떨어진 곳으로 발령을 낼 때는 노조의 동의를 받는 것이 포함된다. 사측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없음을 서로 이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서면화한다는 것은 인사권이라는 경영진의 고유 권한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사주 손실분 보전의 경우 한투 직원에게 나누어 주었던 주식이 회사의 부실로 손실을 봤을 때에는 사측이 이를 보전해 주도록 지난 1999년 임단협에서 합의를 본 사항이다. 이에 대한 지급은 2005년 4월1일부터 시작된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가 서류상 합병되는 시기가 4월1일부터다. 동원측에서는 이에 대해 법적인 판단에 맡겨보자는 입장이다.
▲ 동원금융지주의 한국투자증권 합병이 마무리 단계에서 마찰음을 내고 있어 김남구 동원금융지주 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 ||
향후 2년간 독립경영 유지의 경우, 노조는 “통합이 너무 급작스럽다. 독립경영을 하면서 천천히 합병해야 회사에 타격이 없을 것이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업무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통합하는 것과 독립경영을 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현재까지 양측은 한치의 양보 없이 대립하고 있다. 동원측은 하나은행이 비슷한 규모의 대한투자신탁을 인수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인수한 이상 더 이상의 지출을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이미 합법적인 쟁의 절차를 밟아놓아 언제든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상태.
한투 노조는 이미 3월29∼30일 이틀간 1차 파업, 4월18∼22일 닷새간 2차 파업을 벌였다. 노조측은 현재 한투 경영진이 아닌 동원의 경영진과의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해결의 열쇠를 동원이 쥐고 있는 이상 한투 경영진과의 협상은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동원의 경영진과는 4월6일 한 차례 만남을 가진 바 있으나 협상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동원측이 한투 내부의 문제는 한투 경영진이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투 인수 이후 동원지주의 김남구 사장은 장승우 전 장관 영입 등 동원금융그룹을 향한 각종 청사진을 야심차게 펼쳐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한투 직원들을 동원 식구로 만들어 ‘통합 동원지주호를 만든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벌써부터 선두권 증권사에서 한투의 인력을 빼내려한다는 스카우트 얘기가 난무하고 있다. 통합호 출범과정에서 낙오자 없이 성공적으로 통합 동원금융지주호가 출범할 수 있을지, 김남구 사장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