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는 미련? 야구인은 똑똑해
▲ KBS 2TV <퀴즈쇼 사총사>에 출연 중인 김봉연 교수(왼쪽)과 김성한 전 감독. |
야구계가 ‘퀴즈’로 한바탕 시끌벅적했다. 야구인들이 TV 퀴즈쇼에 나가 거액의 상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하일성·이병훈 KBS N 해설위원과 김봉연 극동대 교수, 김성한 전 KIA 감독은 6월 20일 녹화로 진행된 KBS 2TV <퀴즈쇼 사총사>에 출연했다. <퀴즈쇼 사총사>는 중·장년의 도전정신과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퀴즈쇼로, 4명이 한 팀이 돼 팀원 모두가 정답을 맞혀야 다음 라운드로 넘어갈 수 있다. 최종 3라운드까지 정답을 모두 맞히면 ‘영광의 사총사’로 등극해 상금 3000만 원을 받는다.
26회까지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서 ‘영광의 사총사’는 두 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문제가 어렵다는 게 방송가의 중평이다.
그러나 야구인들로 구성된 4명의 출연자는 최종 라운드까지 막힘없이 문제를 풀어 다른 출연자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나 야구와 무관한 문제도 척척 맞히면서 PD로부터 “혹시 야구는 하지 않고, 상식 공부만 했느냐”는 의심을 사기까지 했다.
하지만, 야구계는 “4명의 출연자 모두 머리가 비상한 사람들”이라며 “야구인들 대부분이 머리가 좋아 야구인들의 퀴즈쇼 1등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라는 반응 일색이다. 과연 그럴까.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성동고 시절 내야수를 봤던 하 위원은 경희대 체육학과 졸업 후, 임용고시에 붙어 고교교사로 오랫동안 근무했다. 해태 홈런왕 출신의 김 교수는 은퇴 후, 학계에 투신해 지금은 학생처장까지 맡고 있다. 김성한·이병훈 위원도 야구계에선 머리 회전이 뛰어나기로 소문이 나 있다. 이밖에도 야구만큼이나 공부도 잘했던 야구인은 많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잘 알려진 것처럼 고려대 법학과 출신이다. 경남고 시절 이름난 4번 타자라, 체육특기생으로 고려대에 입학한 줄 안다. 그러나 학력고사를 통해 당당히 고려대에 입학한 수재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도 비슷하다. 경기상고 졸업반 때 이 위원은 체육특기생으로 영남대 입학이 결정된 상태였다. 그러나 경기상고의 실수로 서류를 준비하지 못하며 영남대 진학이 무산됐다. 그러자 이 위원은 곧바로 학력고사에 응시해 높은 점수를 받아 단국대에 입학했다.
SK에서 스카우트를 담당했던 손차훈 매니저는 공주고 시절 전교 10등 안에 든 우등생이었다. 학력고사를 통해 서울대 입학을 노릴 정도였다. 그러나 원체 야구를 잘한 통에 서울대 대신 야구 명문 한양대로 진학했다.
근간엔 넥센 손승락이 똑똑한 야구선수로 유명하다. 영남대 시절 손승락은 평균 학점이 3.5 이상이었다. 과락은 고사하고, 일반 학생들보다 더 강의를 열심히 들어 야구부 감독이 “넌 요즘 강의실에서 투구하냐”며 한숨을 내쉴 정도였다.
올해부터 공부와 야구를 병행하는 고교야구 주말리그가 시행되면서 일부 야구인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야구도, 공부도 놓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야구인 대부분은 “야구 잘하는 선수가 공부도 잘한다”며 “학생 시절 야구와 공부를 병행하는 건 당연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