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적이고 교활하기가 끝이 없다. 성폭행범치고 자백을 하는 걸 거의 보지 못했다. 끝까지 부인하고 합의하에 섹스를 했다고 버틴다. 법정에서 남자의 얘기만 듣고 있으면 그럴듯한 경우가 많았다. 뺨 한 번 맞은 적이 없고 주위에 사람이 있어도 소리 한 번 난 적이 없는 경우 의문이 생긴다. 성폭행의 경우 유일한 증거는 피해여성의 진술 한마디인 경우가 많다. 그 말이 진짜면 남자는 강간범이고 가짜면 여자가 공갈범 내지 위증이다. 여성의 말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두고 목숨을 건 사투가 벌어진다. 서로 합의하에 했다는 남자의 말에 대해 증인으로 나온 여성 피해자가 “저 남자 눈알을 보니까 발정한 짐승처럼 새빨간 게 저항을 했다가는 맞아죽을 거 같았어요. 그래서 벗었죠. 매까지 맞고 당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라고 했다.
명사들 성폭행 사건은 목숨을 걸고 거짓말을 한다. 아무도 목격한 사람이 없는 둘 사이의 관계이기 때문에 강제냐 타협이냐는 아무도 모른다. 조사과정에 입회한 적이 있다. 남자는 조상님을 걸고 부인했다. 여자는 천주님이 당한 걸 다 내려다보셨다고 했다. 그들이 한밤중에 은밀히 만나 시간을 보낸 건 사실이었다. 각자의 주관에 따라 해석이 달랐다. 서로의 연기도 탤런트를 뺨칠 정도로 잘했다. 놀아본 경험이 없는 법관의 판단은 유죄도 됐고 무죄로 바뀌기도 했다.
재판정은 원색적인 질문이 난무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섹스를 몇 번 했는지 묻기도 한다. 어떻게 때렸는지 무슨 말이 오갔는지 확인한다. 피해여성의 경우 꽃뱀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룸살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지 카바레나 나이트에서 부킹한 사실까지 뒤지기도 한다. 수치심을 주고 모욕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의 절벽으로 누가 떨어지느냐를 놓고 사투를 벌이는 것이다. 날개 없는 추락을 앞두고 명사들의 경우는 더욱 절실하게 거짓말을 한다. 순간순간 할리우드 영화보다도 반전이 심하다.
며칠 전이다. 원로법관 출신과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였다. 그에게 “만약 데리고 있는 여직원과의 스캔들이 문제가 됐을 때 어떻게 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잠시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안했다고 부인하지는 않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도 성관계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재판 도중 수치심을 느꼈다고 유서를 남기고 죽은 성폭행 피해여성이 문제되고 있다. 개결한 자존심을 가진 여성들이 법정에서 난도질을 당하면 그렇게 될 위험성이 크다. 이번을 계기로 제도 개선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거짓말탐지기와 마취시킨 후 최면상태에서 묻는 과학적인 방법들 쪽으로 가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