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전인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공격으로 한국이 풍전등화의 운명이었을 때 우리를 구출해준 것은 유엔이었다. 그에 앞서 1948년 5월 10일 유엔감시하의 총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정부를 탄생케 한 것도 유엔이었다. 유엔은 대한민국의 존재 그 자체였다.
그 유엔의 한국인 사무총장의 재선이 갖는 의미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어떤 역사의 섭리 같은 것이 느껴진다. 해방과 함께 온 분단이 올해로 66년째다. 6·25 동족상잔 이후 61년이 흘렀다. 분단과 전쟁의 폐허를 딛고 한국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뤄냈다.
그러나 한반도의 북쪽 절반은 정치와 경제 모두 분단과 전쟁의 시간에서 멈춰 있다. 전쟁의 원죄가 풀리지 않은 채 대를 이어 물려졌기 때문이다. 그 원죄의 대가를 가장 참혹하게 치르고 있는 것은 북한의 죄 없는 백성들이다.
이 전쟁의 원죄를 끝내는 일에 유엔이 역할을 해야 한다. 61년 전 한국을 구출해낸 유엔의 힘이 폭정에 신음하는 북한주민의 인권회복과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발휘돼야 한다. 중동의 재스민 혁명,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내전종식 과정에서 반 총장이 보여준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은 회원국들의 신뢰를 샀고, 재선의 원동력이 되었다. 한반도는 이미 원숙단계에 이른 그의 외교역량이 발휘되어야 할 바로 그곳이다.
반 총장의 2기 임기(2012년 1월~2016년 12월) 중 한반도에 격변이 예고돼 있다. 우선 첫 해인 2012년에 남한에선 총선과 대선을 통해 정치 리더십이 재편된다. 북한에서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이자 강성대국 완성의 해로 삼아 3대 세습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다.
내년에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는 북핵문제의 중대한 기로가 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 회의에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해 놓은 상태다. 또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정상회담도 열린다.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김정일이 이 회의 준비상태를 점검하러 지난달 30일 현지에 온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회담 성사 여부와는 별개로 김정일은 그 회의에도 초청될 것이다.
반 총장은 연임 일성으로 북한 방문 계획을 밝혔다. 북한도 반 총장에게는 호의적이다. 반 총장의 재선 도전에 가장 먼저 지지를 보낸 것이 유엔주재 북한 대사였다. 의례적이지만 김정일도 그에게는 매년 연말 연하장을 보냈다.
이런 제반 여건들이 선순환적 교호작용을 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유사시에 여러 시나리오가 있지만 유엔 회원국인 북한에 대한 관할권은 누구보다 유엔에 의해 행사돼야 한다. 그 역할을 한국 출신의 사무총장이 하게 된다는 것은 마음 든든한 일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대니얼 룬드 국장이 반 총장에 대해 “북한의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처할 독특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한 것은 매우 시사적이다.
한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