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구도 다지기’ 평양에 피바람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구도가 김정은 체제로 굳어지면서 최근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고위급 간부들이 소리소문 없이 숙청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자강도 희천발전소를 현지지도하는 김정은. 연합뉴스 |
바야흐로 김정일의 시대는 가고 김정은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6월 27일 탈북자 출신 지식인들의 학술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보도문을 통해 “현재 평양 내부에서 지도부 상층부의 숙청대상자가 담겨있는 ‘살생부’가 나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살생부는 김정은이 지휘하고 있으며 후계자 유일지휘체제를 위한 기강잡기전략이라고 설명했다. 3대 후계세습에 필요한 본격적인 인사 물갈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근래 몇 년 사이 숙청 및 해임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고위급 관리는 수두룩하다. <일요신문>은 987호 기사를 통해 북한 고위급 간부들의 숙청설에 관한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당시 기사를 통해 숙청 의혹을 전한 바 있는 박남기 전 노동당 계획재정부장, 문일봉 재정상, 김용삼 철도상은 물론 최근에도 이에 준하는 고위급 관리들의 숙청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류경 국가안전보위부(한국의 국정원) 부부장의 처형설이 북한 소식통들로부터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류 부부장은 지난 1월께 가택수색 결과 거액의 달러 뭉치가 발견되면서 부정축재 명목으로 처형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처형 당시에는 고위급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99발의 총격이 가해졌다고 전해진다.
류 부부장은 오랫동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던 인물로 장성택과 함께 투톱으로 일컬어질 만큼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던 간부다. 그는 지난 2009년 로라링-유나리 미국 커런트TV 여기자 납치사건을 주도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남한 당국자들은 류 부부장이 한 번도 외부에 얼굴을 공개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얼굴 없는 실세’로 칭하곤 했다.
지난 3월께 해임된 것으로 알려진 주상성 인민보안부(한국의 경찰) 부장의 인사조치도 사실상의 정치적 거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09년 북한 최고권력기관인 국방위 위원까지 오른 주 부장 역시 실세 중의 실세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명목상 국경 경비실책이 문책사유라고 하지만 탄탄대로를 달리던 거물급 인사의 갑작스러운 해임은 예상 밖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심장마미로 급사한 리용철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역시 지난해 사망한 리제강 부부장 사건은 ‘타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교통 통행량이 현저히 적은 북한의 도로 사정상 리 부부장의 교통사고는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6월 29일 기자와 만난 NK지식인연대 도명학 사무국장은 최근 일련의 고위급 간부들의 숙청은 우연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그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고위급 간부들의 숙청작업은 당연히 김정은 계세습과 연관이 깊다. 김정일 위원장에게 충성을 다했던 고위급 간부들은 사실 김정은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연륜과 경력이 많은 고위급 실세들이 나이 어린 김정은을 좋게 봤을 리 없다. 숙청된 간부들 나름대로 명목이 있다지만 결국은 김정은이 자신의 후계체제 구축을 위해 제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우리 단체의 내부소식통에 의해 전해진 평양 내 살생부도 비슷한 축으로 본다. 그동안 남한으로 전해진 숙청인사들은 고위급 간부들 이야기였다. 그런데 최근 우리가 접한 살생부 이야기는 고위급을 따르던 중간급 간부들이 대상이었다. 최상층부는 물론 물밑에서도 본격적으로 인사 물갈이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다”고 설명했다.
최근 내부 소식통으로부터 전해지고 있는 살생부의 실체는 아직 문건으로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다만 평양 내에서 살생부에 오른 중간급 간부들의 명단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실제 입으로 전해지는 중간급 간부들 상당수가 해임되거나 전보조치를 통해 정치적으로 거세되고 있다고 한다. 살생부에 오른 사람 대부분은 어느 정도 경력과 연륜이 있는 인사들로 특히 기존에 숙청된 것으로 알려진 고위급 간부들의 곁가지로 알려져 있다.
도 국장은 “지금 살생부에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은 정말 벌벌 떨고 있다. 실제 살생부에 오른 인물들 상당수가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모든 게 김정은의 모략으로 보인다. 살생부 명단도 윗선에서 일부러 흘린 것 같다. 후계세습 과정에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일종의 공포정치를 꾀하는 것이다. 살생부에 오르지 않은 사람들도 두려움에 떨기는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물론 김정은의 후계세습 과정에서 제거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자리를 채워나가는 신세력도 존재한다. <일요신문>은 979호 기사를 통해 김정은에 의해 성장하고 있는 ‘아미산 줄기’에 대해 거론한 바 있다. 당시 기자와 인터뷰한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이윤걸 대표는 기존 주류세력과 다른 젊은 소장파 보안기관 인사들이 등용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도 사무국장 역시 이와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현재 분야와 기관을 가리지 않고 젊은 인력들의 등용이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30세 젊은 나이에 인사권을 쥐고 있는 지방당 간부직에 오른 사람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신세력의 실체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젊은 인력들을 충원해 김정은의 세력으로 키워나가는 단계인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이러한 인사작업을 포함해 김정은의 후계세습 작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김정일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빨리 달리는 차는 자칫 커브길에서 넘어질 수 있다. 김정은이 지나치게 속도를 낸다면 되레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적절한 속도조절을 못해 계속 강도 높은 인사작업을 감행한다면 간부들의 대규모 반발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 점은 김정은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현재 김정일의 시대를 지나 김정은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격변기다. 지난 1990년대 중후반 김정일의 권력 이양기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존재했다. 1997년에서 2000년 사이 서관희 당시 농업담당 당 비서와 문성술 당 조직비서 등 고위급 간부들이 대규모로 죽어나간 일명 ‘심화조 사건’은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대숙청작업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최근 후계세습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숙청작업 역시 이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제 시작일 뿐, 피비린내 나는 물갈이 작업은 더 있을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평양 술렁이는 까닭
시내 한복판 ‘김정일 비난’ 낙서
평양이 발칵 뒤집혔다. 대북매체 <데일리NK>는 지난 6월 29일 기사를 통해 평양 철도대학 담장에 김정일 위원장을 비난하는 공개낙서가 나붙었다고 전했다.
<데일리NK>의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낙서는 지난 6월 24일께 나붙었으며 한 글자당 B4사이즈의 종이에 각각 ‘박정희·김정일 독재자’ ‘박정희 나라경제 발전시킨 독재자, 김정일 사람들 굶겨 죽인 독재자’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국가보위부와 보안부는 평양 외부로 나가는 열차표 발매를 중단하고 긴급수사에 들어가는 등 범인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혹 소도시 지방 곳곳에 이와 비슷한 비난 낙서가 붙은 적은 있었지만 평양시내 한가운데에 이런 낙서가 붙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체제이완에서 오는 현상 중 하나로 해석하고 있다. [한]
시내 한복판 ‘김정일 비난’ 낙서
▲ 평양 고려호텔에서 바라본 평양 거리 전경. 최근 평양 시내에 공개적으로 김정일 비방 낙서가 나붙어 북한이 발칵 뒤집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데일리NK>의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낙서는 지난 6월 24일께 나붙었으며 한 글자당 B4사이즈의 종이에 각각 ‘박정희·김정일 독재자’ ‘박정희 나라경제 발전시킨 독재자, 김정일 사람들 굶겨 죽인 독재자’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국가보위부와 보안부는 평양 외부로 나가는 열차표 발매를 중단하고 긴급수사에 들어가는 등 범인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혹 소도시 지방 곳곳에 이와 비슷한 비난 낙서가 붙은 적은 있었지만 평양시내 한가운데에 이런 낙서가 붙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체제이완에서 오는 현상 중 하나로 해석하고 있다. [한]
김정은 성형 의혹
김일성과 판박이 ‘후광 효과’ 노려
최근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이 때 아닌 성형 의혹에 휘말렸다. 열린북한방송 하태경 대표는 지난 6월 27일 런던에서 있었던 한 간담회에서 김정은의 성형의혹을 제기했다. 하 대표는 간담회에서 “김정은은 지난 2007년에 후계자로 내정됐다. 이후 공식 등장한 지난 9월까지 6차례 성형시술을 받았다고 북한고위급 관계자에 의해 전해졌다”고 밝혔다.
김정은의 성형시술은 조부 김일성 주석의 풍모를 본뜨기 위해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한동안 김정은의 외향이 김일성 주석과 이상하리만큼 흡사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던 배경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김정은의 외향을 뜯어보면 실제 김일성 주석과 매우 비슷하다. 넓은 이마와 좁은 미간, 길게 찢어진 눈매, 전체적으로 통통하면서도 튀어나온 광대뼈 등 젊은 시절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하는 외모를 지니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성형시술을 두고 북한에서 여전히 신성성을 인정받고 있는 조부의 후광을 이용하고자 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한]
김일성과 판박이 ‘후광 효과’ 노려
김정은의 성형시술은 조부 김일성 주석의 풍모를 본뜨기 위해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한동안 김정은의 외향이 김일성 주석과 이상하리만큼 흡사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던 배경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김정은의 외향을 뜯어보면 실제 김일성 주석과 매우 비슷하다. 넓은 이마와 좁은 미간, 길게 찢어진 눈매, 전체적으로 통통하면서도 튀어나온 광대뼈 등 젊은 시절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하는 외모를 지니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성형시술을 두고 북한에서 여전히 신성성을 인정받고 있는 조부의 후광을 이용하고자 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한]